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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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조차 자신의 판결을 후회한 조선 양반가 간통 사건

목숨 걸고 사랑했던 오랜 연인의 비극적 순애보

 

 어떤 책은 단지 전체적인 스토리-당연하게도 읽기 전이니까 대략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때문에 읽기 싫을 때가 있다. 예를 든다면, 어린이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다룬 이야기나-이 경우 가해자는 항상 힘을 가진 자들이고, 그 힘으로 법의 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이는 결국 나를 비롯해 지켜보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불륜을 담은 이야기-이 경우 비난을 받아야 할 상황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사랑이라고 부를만한 상황도 있겠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뭔가 불편한 느낌이 먼저 들기에 피하게 된다!-이다. 같지는 않더라도 그 누구에게나 피하고픈 이야기는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읽고 싶다, 읽기 싫다는 사실을 떠나서 아예 그런 책은 관심밖에 두게 된다. 그런데 가끔씩은 평소의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그런 이야기라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정관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평소의 생각에 작게나마 어떤 균열이라도 안겨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불의 꽃』의 그런 책이었다. 어떤 끌림이 있는…….

 

정사를 보았다. 대사헌 하연이 말하기를, “비밀히 계할 일이 있사오니 좌우의 신하들을 물리치고 의정 이원만을 남게 하시기를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이를 허락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나가니 하연이 계하기를,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柳)씨가 지신사 조서로와 통간(通奸)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그대로 따라 유씨를 옥에 가두었다.

 

 『불의 꽃』에 담긴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믿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조서로와 이귀산의 아내 유씨의 관계는 사랑이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시작된 슬프면서도 가슴 찡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말선초라는 불안정한 시기에 가족들을 잃게 된 녹주는 먼 친척벌되는 서로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녹주와 서로는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상처를 함께 보듬어가면서 그들만의 추억과 기억, 그리고 사랑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하지만 녹주의 모습이 탐탁지 않았던 서로의 어머니 경심의 방해로 그들은 떨어진 채 살아가게 되고, 서로가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무렵에야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은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그래서 결국에는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아프지만 결코 비켜나갈 수 없는 사랑이 그려진다.

 

“관상감에서 일하는 이들이 그러더라. 별보다 그 별을 찾아 검은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다고…….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보다 그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사랑한다!” -P256 

 

 처음부터 이것이 사랑이다, 라고 확실하게 말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씩 읽어가면서 내가 서로가 되기도 하고, 녹주가 되기도 하면서 조금씩 그 사랑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거의 없을 것만 같은 사랑이기에 더욱 그랬고, 그래도 사랑이 있다고 믿고 싶기에 더더욱 그랬다. 세상을 살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랑을 그리워하게 되고,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사랑을 향해 덤비는 그들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 더 불타고 빛나는 사랑을… 그래서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불의 꽃』은 그런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실, 『불의 꽃』은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다양한 단어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던 단어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와 한글을 읽고 있음에도 외국어를 읽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말이기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고, 언젠가 부터는 오히려 낯선 우리말을 만나는 재미에 빠져들기도 했다. 낯설지만 그저 막연히 낯설지만은 않은 기분이랄까. 낯선 단어,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면서, 이런 단어나 표현들이 있었음에 놀랐고, 반가웠고, 또 감사했으며, 즐거웠다. 그동안 너무 우리말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동시에 하게 되면서 말이다. 

 

 『불의 꽃』은 ‘조선 여성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죄가 되어 처벌을 받는 조선 여성들을 다룬 이야기, 그 두 번째 인 것이다. 비록 죄라고 불려도, 그래서 그 어떤 고통을 받게 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이 바탕되는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 고마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사랑을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왜 그리도 그것을 의심하고 멀리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지금이라도 서로가, 그리고 녹주가 속삭이는 말에 귀 기울여 봐야 할 것 같다. 사랑을 하고, 또 그것을 믿으라는 그들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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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타이거스 - 2013년 제1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최지운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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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오늘날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과거에는 충분히 통하던 말이 더 이상은 통하지 않을 만큼 세상을 빠르게 변화되어왔고, 또 그렇게 심화되어 가는 것이다. 무조건 죽어라 노력하면 가능하던 것도, 이제는 죽어라하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깨달아 간다.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 없는, 용의 자식들만 다시 용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 용은 절대 될 수 없음에도 ‘용(龍)공고’ 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매봉산에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옥수동은 둘로 갈라진다. 대한민국 하위 5퍼센트, 즉 가난과 빈곤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기존의 달동네 사람들의 옥수동과 대한민국 상위 5퍼센트의 사람들로 새롭게 꾸려진 서당동으로 나뉘는 것이다. 『옥수동 타이거스』는 나눠진 구역만큼이나 명확하게 빈부와 학벌의 경계가 그어지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위 5퍼센트의 대표격인 용공고 ‘오호장군’과 상위 5퍼센트의 대표격인 중앙외고의 ‘캡틴파이브’의 패싸움이야기로 말이다. 복잡한 생각 때려치우고 그저 재미로 이들의 일인자 다툼을 지켜보는 재미도 꽤 괜찮지만,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씩 만나고 곱씹다보면 그 재미는 질적으로 보다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도 이런 자신들의 현실을 부정하진 않았다. 아니, 부정 할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은 깡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싸움은 다르다. 적어도 싸움의 세계에서는 예금 빵빵한 체크카드가 없다고 낙오자가 되는 것 아니다. 마음만 맞고 싸움만 잘하면 아버지가 청소부든 의원님이든, 사는 집이 궁궐이든 판잣집이든 상관없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전교 등수는 물론 인문계, 실업계 같은 구분도 필요 없다. 오직 깡, 깡만이 중요할 뿐이다. 반드시 상대를 꺾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최강자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싸움의 세계였다. 이 세계로 말할 것 같으면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진리가 유일하게 통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P117~8

 

 사실, 이 책을 펴고 처음 몇 페이지를 읽는 동안에는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있어야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조폭이 영화계를 휩쓸던 기이한 현상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그와 비슷한 고등학교 폭력서클이라는 소재의 이야기에 거부감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게 포장된들, 이런 폭력서클의 이야기가 성장소설(혹은 젊은 소설?!)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까 싶은 우려가 한 몫 했다. 그런데 웬걸. 이야기 자체의 속도와 내가 이야기에 빠져들어 가는 속도가 맞물려 들어가면서 언제 이렇게 되었나 싶을 만큼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그와 동시에 내가 처음에 가졌던 편견이란 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언제나 한 쪽의 이야기만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폭력이라는 것 하나에 이미 내 마음이 기울어 졌다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돈과 권력을 쥔 무리들에게 그 어느 것 하나 내밀지 못하고 오히려 정리대상으로 취급받는 이들에게 -내가 그토록 단순하게 부정적으로만 보아오던- 싸움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순간 뜨끔했다고 해야 할까?! 물론 폭력이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게 폭력을 통해서라도 세상과 싸워야 한다는 위험할지도 모를 생각마저 가능할 만큼의 지금 세상이 지닌 부조리에 -항상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만, 다시 한 번!- 울컥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그 놀라운 진리가 통하는 곳이 있기도 하니 다행이라고 즐거워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진리가 통하는 곳이니 더더욱 그 세계에 무한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싶기도 하고……. 훕!

 

 이 소설은 형식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독특하다. 소설이기에 독특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 일상-특히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책 속으로 옮겨놓은 것만 같아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진다. 인터넷을 하면서 이창 저창을 마구 띄우고 내리며 바쁘게 이것저것을 읽어 내려가듯이 인터뷰 창이 툭 튀어나와서 뭔가 아쉽다싶은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채팅창이나 어느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을 직접 보여주면서 보다 이야기의 사실성을 보다 높여간다. 더군다나 허구인 듯 말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다양한 사건들과 그런 형식들을 얽히게 만들어 단순한 재미와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작가의 ‘당선 소감’을 보게 되면-아, 이 작품은 ‘제1회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비슷하게 생긴-평범한 학생들이 자신에게 닥친 여러 사건들을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이며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보통의 청소년 소설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예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는 부조리나 불평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다루여야 한다고 한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보듯이 그러한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부모·지역·학교에 따라 오늘이 결정되는 기이하고 부조리한 상황……. 부모·지역·학교에 따라 내일도 결정되는 무섭고 잔인한 세상! 이건, 많은 성장소설에서 하나같이 말하는 ‘개인의 내면적 성숙’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당선 소감 中에서…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역시 이것이 아니었을까. 청춘은 원래 아픈 것이라고, 그래서 그런 것쯤은 개인적 차원에서 견뎌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는 세상 속에서, 그런 아픔은 너희들만의 탓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성장이 무조건 참고 견뎌야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나의 짐작이 맞다면, 나 역시 그런 생각에 한없이 지지를 보내주고 싶다.

 

 가볍게 생각하고 읽어나갔던 소설인데, 그리고 실제로 가볍고 즐겁게 읽어나갔던 소설인데, 그 끝맛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옥수동 타이거스』는 그래서 더 놀라운 소설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재미와 깊이를 다룰 줄 알고 문무를 두루 겸비한 메이저급 신인의 출현”이라는 심사평을 보며, 뭐 이렇게 과대 포장을 하나 싶었는데, 직접 읽고 나니 결코 입에 발린 소리만은 아니다 싶다. 다음에는 또 어떤 즐거움과 아픔을 묘하게 섞어놓을지, 이 신인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된다. ‘메이저급’이라는 수식이 아닌 진짜 ‘메이저’의 모습으로 보다 업그레이드된 놀라움을 던져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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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류시화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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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화’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보통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같은 시집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보다 앞서서, 그것도 강렬한 느낌으로 남아있는 것은 《지구별 여행자》《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다. 그 이야기들이 나를 인도로 이끌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여전히 그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온 몸의 감각마저 인도를 떠올리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 물론, 시(時)로 먼저 알게 된 이름이었지만, 여행 에세이로 더 큰 기억에 남아서인지 그가 시집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것도 15년의 침묵을 깨고 나온 것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하지만 그런 낯섦도 잠시. 시집이든 여행 에세이든, 그저 좋은 기억을 남겨줬던 그이기에, 낯설어 하기 보다는 친근함으로, 또 이번에는 어떤 느낌으로 오랫동안 전해질까 하는 기대까지 더해서 다가설 수 있었다.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이라는 이름의 시집으로….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강박관념이 책을 볼 때 놓치지 않고 전체 페이지를 반드시 보게 만든다. 이 책은 이정도 페이지니까 금방 보겠네, 혹은 이 책은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라는 식으로…. 페이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전혀 필요 없는 생각을 또다시 하고 말았다. 특히나 그런 분량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시집을 들고서 말이다. 아직은 내가 시를 읽을 상태가 아닌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에 쫓기고 있고, 무엇을 보고 있기에 이렇게 서두르기만 하고 가만히 앉아 오랜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저런 복잡함은 나를 온전히 시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기대감이라는 설렘이 있었지만, 그것을 가로막는 뭔지 모를 복잡함.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읽는 것뿐이었다. 그저 글자를 따라가는 것으로… 그게 전부였다. 차라리 글자만을 따라가면서 그 자체에만 집중했으면 좋았으련만, 자꾸만 뭔가를 발견하려고 했고 자꾸만 뭔가를 이해하려고만 했다. 시는 그렇게 다가가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은 점점 희미해져만 갔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처음부터 시인이 들려주는 언어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머릿속이 가벼워지면서 뭔가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냉정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고, 신비함 깃들어있는 기운이 느껴졌다. 때로는 마냥 행복해지기도, 때로는 기분 좋은 웃음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무슨 신화 속에 있듯이 몽롱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 느껴졌다. 아직은 배울 것이 많다는 어떤 절실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대했던 설렘이 그대로 느껴지고, 예상하지 못했던 낯섦에 묘하게 흥분되기도 했다. 때로는 내가 먼저 발견하지 못한 새로움에 아쉬움도 느끼고, 약간의 관심도 없어서 스쳐지나갔던 낯섦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수백 페이지로 표현해내는 이야기를 몇 개의 단어, 몇 개의 문장으로 표현 하면서도 다양한 맛과 다양한 멋이 있는 시에 새삼 감탄스러워하게 되는 순간의 연속들이었다.

 

 

오늘 나는 달개비에 대해 쓴다

묶인 곳 없는 영혼에 대해

사물들은 저마다 시인을 통해 말하고 싶어 한다

나비가 태어나는 곳이나 생각의 틈새에서 자라는

이 마디풀에게서 배울 점은 다름 아닌

신비에 무릎 꿇을 필요

신비에 고개 숙일 필요

 

- 달개비가 별의 귀에 대고 한 말 中

 

 

‘삶에는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시인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린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싶어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물들은 저마다 시인을 통해 말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만나면서 조금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신비에 고개 숙일 필요’를 말하는 시인의 낯선 언어는 어느 샌가 가슴으로 조금씩 스며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짧은 순간들이지만 나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면서, 시험을 위해서만 시를 읽어왔다. 내가 느끼는 그대로의 시를 만난 것이 아니라, 자꾸만 시인의 의도만을, 출제자의 의도만을 따라가기 위해 애썼던 것이다. 물론 시인이 하고자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시를 읽게 된다면 지금 나의 모습들에 나의 상황에 맞는 세상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 시를 통해서 나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을 만들어준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에 고마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뭔가에 쫓기고 있고, 서두르기만 하게 되는 순간에 오히려 더 찾아야 하는 것이 삶의 여유가 아닐까?! 그리고 그 여유 속에서 나의 삶을 찾아가는 또 다른 길, 혹은 안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혼란스러운 많은 생각들 속에서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이 어떤 힘을 안겨줄지…. 역시, 직접 만나보라는 말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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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아주 사적인 독서』의 책머리에서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 고전! 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책을 읽는다고 읽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인지…. 내가 제대로 된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저런 혼란이 올 때마다 찾게 되는 책은 고전이다. (적어도 이미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검증은 받았으니, 책 선택에 대한 어려움은 일단 피할 수 있잖아!)물론 고전을 찾아서 읽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계속해서 다가가기위해 노력은 한다. 그 노력의 시작은 역시나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만의 이런저런 이유이자 핑계를 붙이며 이런저런 책들을 담아 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나만의 「욕망 고전 리스트」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낳은 위대한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의 고전 중의 고전이며,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봐야한다는 그 작품,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공선옥 작가가 ‘인간학’이라는 키워드로 추천하기도 한 책이다. 물론 굳이 누군가의 추천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을 만큼 꼭 봐야하는 책이건만, 아직까지 그 시작도 못했음에 부끄러워지면서도 그렇기에 더더욱 읽고 싶어지는, 아니 꼭 읽고야 말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대단한 역사소설이자 멋진 사랑의 이야기라고도 하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어느 추천 글에서 “역사가 기록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평범한 사람들 하나하나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라고 평가하는 것을 보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항상 유명한 한 사람의 일대기보다 그들 주위에서 이름 모르게 헌신했던 많은 이들을 먼저 생각하고는 했던 나에게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라며, “아직도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첫 장을 펼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여러분도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는 무한한 우주를 느껴보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라는 글로 이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말한다. 누군가에게 항상 새로움을 전해주는 책이라는 사실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나에게는 어떤 책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 이 책, 『대위의 딸』을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이라고 정의 내리면서 “심각한 주제를 더없이 밝고 유쾌하고 따뜻하게 다룬 작품”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또한 이 책으로 인해 푸시킨 추종자가 되었다고도 말한다. “황제의 권력으로 모독할 수 없었던 고귀한 영혼”이자 “오늘도 문명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는 푸시킨. 그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 도대체 어떤 책이, 단 한 권의 책으로 누군가를 추종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나 역시 그와 같은 푸시킨 추종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인지, 설렘과 기대를 가지게 되는 책이다.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이현우의 『아주 사적인 독서』에서는 “사실『마담 보바리』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바람난 유부녀의 이야기’죠.”라며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마담 보바리』나 『채털리 부인의 연인』과 같은 스토리는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것도 단순히 그런 이야기 이상의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주 사적인 독서』를 통해서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단순히 불륜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아주 사적인 독서』가 조금이나마 알려줬기 때문이랄까?! 이제 누군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읽어볼 시간이 된 듯하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곽아람은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를 통해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가 자신의 고등학교 때를 떠올렸다고 한다. 수용소 생활과 다를 바 없었다고 기억하는 그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저 좋지만은 않은 기억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픔에 다시 발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순간순간에 대한 소중함을 더 키워나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자유롭고 싶은가? 그렇다면 니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라고 말하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를 언급한다. 이 책을 통해서 살짝 맛본 니체의 가르침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찾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무던히도 도전했지만 쉽지 않았던 책, 그 도전에 나도 합류를!!

 

 

 

 

 

 

 

 

 

 

각각의 책들에 간단한 설명도 붙여놓았지만, 대부분 다른 이들의 추천을 통해서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된 책들이다. 이웃 블로거의 추천, 또는 책을 말하는 책을 통해서, 끌린다 싶은 책들 위주로 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2013년도 벌써 두 달 가까이 흘렀지만, 이 책들부터 우선적으로 읽어 나가는 것이 올해 독서의 크나큰 목표로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

 

- 책 선택에 도움을 받은 책을 말하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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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2-2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된 게 다 제가 한 번씩 건드렸다가 덮은 책들 뿐이네요. (''ㅋㅋ) 저도 리스트를 만들어서 노력하며 '고전'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글 잘 보구 갑니다!

아나르코 2013-02-24 17:07   좋아요 0 | URL
고전이라는 것이 참 그렇더군요~ 몇 번씩이나 도전을 하게 만드는.. ㅎㅎ 하지만, 힘들면 힘들수록 읽고 나면 더 큰 의미가 생겨나는 거겠죠?! 함께 노력해보시죠~ ㅎ 댓글 감사합니다~!! ^^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한국사를 조작하고 은폐한 주류 역사학자를 고발한다
이주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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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하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건국 60주년 이라니…. 그것도 대통령이 앞장서 국가적으로 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사까지 대대적으로 떠들어대고 있음을 보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그렇다면 1948년 8월 15일 이전 우리의 오랜 역사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란 말인가?! 그들이 건국과 개국의 의미를 몰라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닐 텐데, 그렇다면 그들은 스스로 우리의 오랜 역사적 전통들을 부정하는 것이란 말인가?! 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 것인가?! TV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이라는 글귀를 보면서 아마 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야금야금 우리 일상 속으로 이런 생각들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건국 몇 주년이라고 떠드는 것이 뭐가 그리 큰 문제냐고 한다면 이렇게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구, 김좌진, 윤봉길, 이회영 등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사실은 독립운동가가 아닌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며, 국가가 1948년 이전에는 없었으니 일본이 1905년에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편입했으니 자기네 땅이 당연하다고 우겨도 할 말이 없어진다면?! 이런 역사인식의 문제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하는 것일까?!

 

이 책은 일제 식민사학계가 지난 백여 년간 모든 것을 동원해 사수해온 ‘부동의 정설’을 파헤치고,

그 역사적 뿌리와 맥락, 현실과 구조를 명징하게 드러내고 논증하기 위해 쓴 식민사학 추적 보고서다.

-저자서문 中에서….

 

 아직도 여전히 우리는 식민사관의 영향 아래에 놓여있다, 고 말한다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하면서 웃어넘기겠는가?!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실이기에 그저 속이 쓰릴 뿐이다. 우리가 배워왔고 지금도 배우고 있는 역사는 여전히 식민사관을 그 바탕에 두고 있다고 한다. 일제시대 한국사를 날조한 이들이 오늘날 한국 역사학계를 장악한 결과물이라며 말이다. 그들의 역사 인식을 ‘정설’이라는 이름으로 일제 식민사학계가 지난 백여 년간 모든 것을 동원해 사수해왔던 것이며, 더 놀라운 점은 오늘날 국사편찬위원회나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그것을 옹호하며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이런 것들이 단지 역사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 있어서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있다는 것이다. 이 책,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이런 현실적 인식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그러고는 식민사관을 보다 철저하게 분석하기 시작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말이다.

 

1. 무엇이 식민사관인가?

2. 식민사관의 핵심 프레임은 무엇인가?

3. 누가, 왜, 어떻게 식민사관을 만들었는가?

4. 누가, 왜, 어떻게 식민사관을 재생산하는가?

5. 식민사관의 폐해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6. 어떻게 식민사관을 청산할 것인가?

 

 한국사를 공부할 때, 한사군이 나오는 파트가 있었다. 시험에 대비해야하니까 억지로 외우기는 했지만, 이딴 것을 왜 외우고 있어야 하나 싶었다. 뜬금없이 튀어나왔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내가 생각하던 역사적 흐름이라는 것에서 어긋나 유독 어색하고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이건 뭐 역시나 이유가 있기는 있었구나 싶다.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존재했어야 식민사관에서 말하는 정체성론, 타율성론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우리 스스로가 주체적인 역량을 가지지 못한 채 오로지 외세에 의존해 발전을 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고, 이것은 곧 우리 민족을 열등의식에 빠지게 하고, 나아가 무력감에 사로잡히는 시작이 되는 셈이기도 하다. 한사군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여기저기 숨어들어가 있는 것이 식민사관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들은 구석구석 침투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그 실체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왜, 누가 이렇게 하는 것일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나라의 사람인데, 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로인해 이익을 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입으로는 모두 “식민사관을 청산하자”고 외치지만 식민사관이 견고한 까닭이 있다. 그로부터 이득을 얻고, 자신의 현실과 입지를 정당화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류 역사학계는 이런 질문을 금기시한다. “왜 그럴까?” 한국사가 태생부터 식민사관이거나 어느 날 갑자기 식민사관이 되었을 리 없는데도 말이다. 분명 누군가 식민사관을 창안하고 재생산해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호도하거나 은폐해서 지속적으로 이득을 누리는 세력은 누구일까?  -P29

 

 앞서 말했듯이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에서는 식민사관의 철저한 분석을 시도한다. 그 뿌리가 되는 이병도를 시작으로 그를 추종하는 제자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결과물을 그대로 따라가는 오늘날 주류로 불리는 이들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제대로 된 사료 없이 색다른 주장으로 접근하는?!-에 반박하고, 오늘날 정설로 불리는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한 한국 통사의 대명사로 인정받아온 이기백의 《한국사 신론》과 박노자의 《거꾸로 보는 고대사》를 비판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특히나 이 부분에서 잘 알지 못했으나, 알고 보니 놀라운 사실들을 접할 수 있었다.

 

 오늘날 역사학계의 주류냐 비주류냐에 따라서 어느 한쪽만을 옳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것들이 서로 부딪히며 풀어 나가야 하는 것인데 이미 한쪽-기득권을 쥐고 있는…-에서는 그런 통로를 막아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적어도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보다 옳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것이 보다 정확한 역사 해석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확신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자신과 다른 생각들은 일단 무시하고 심지어 왜곡하고 은폐하고 보는 오늘날 한국의 주류 역사학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금 국회에서 친일파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선동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로 민심을 이산시킬 때가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것으로는 문제 처리가 안 되고 나라에 손해가 될 뿐이다. -P316

 

 친일파를 정권의 기반으로 삼았던 이승만의 담화문인데, 놀라운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런 식의 액션이 먹혀들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고 표면적으로 그 문제가 드러나면 그것이 사회 문제로 발전되는 것이고, 그로인해 많은 이들이 그들의 생각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문제점을 바로 잡아나가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임에도 그저 한쪽으로만 밀어붙이며-아직도 빨갱이, 라는 단어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듯!- 오히려 그런 문제를 제기한 이들을 비난하게 만드는 것이 오늘날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그런 생각에 함께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뭘 알고나 하는 것인지 의아스럽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과거가 중요하냐,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한 것이다.’, ‘친일청산이 오늘날에 뭔 의미냐, 앞으로가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라는 식의 생각이 점점 무섭게 느껴진다. 축구, 야구 등 모든 스포츠의 한일전에는 흥분하면서, 정작 그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들을 자꾸만 비틀고 있는 그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다. 역시 우린 정이 넘치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독도를 두고 일본이 헛소리를 하고 있음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대책을 마련하기위해 애쓰지만, 정작 제대로 역사를 돌아보려는 이들은 많이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 아닐까?! (사실은 나부터도 그렇지만 말이다.) 독도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와 같은 선상에 있는 또 다른 문제들에서는 오히려 무관심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지금에서라도 동북아공정의 빌미(?!)를 우리-라고 말하기도 쪽팔리는!- 역사학계에서 제공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되면 어떨까?! 또한 우리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죽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어떨까?!

 

철학자 에릭 호퍼는 “언어는 질문을 하기 위해 창안되었다. 대답은 투덜대거나 제스처로 할 수 있지만 질문은 반드시 말로 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첫 질문을 던졌을 때부터였다. 사회적 정체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문할 충동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P63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진실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릭 호퍼의 말대로 질문할 충동을 조금씩 가져야 할 것이다. 비록 나 하나가 그 시작일지라도, 질문의 힘을 깨닫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그런 하나 하나가 조금씩 모여서 함께(!)가 될 것이고 결국에는 이런 기막힌 일들을 뒤엎을 수 있는 힘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저자가 말했듯이- 민중이 주역이 되는 경이로운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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