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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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라고 정의되는 중독. 라디오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주로 게임 중독에 관한 것이었다. 어떤 게임을 이야기하면서, 그 게임으로 인해 끼니를 거르기는 아주 기본적인 상태부터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 그리고 극단적으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상태 등의 이야기들을 심각하게 들려주었다. 심각한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위험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나 또한 그렇지만, 남의 일이거니, 하면서 별 생각 없이 그냥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중독이지만, 게임이 아닌 아편에 중독된 한 남자의 이야기. 보는 시각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상당한 교훈으로 다가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또 다른 -그것도 호기심이 상당히 풍부한- 누군가에게는 위험천만한 것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 바로,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이다. 

 이 책은 ‘토머스 드 퀸시’, 그 자신의 지난 삶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의 학생 시절부터 시작해서 아편을 어떻게 시작했고, 그것이 주는 즐거움은 무엇이었으며,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단순히 여기에서 그쳤다면 앞서 말한 ‘위험천만함’의 경지를 보여줬을 텐데, 다행스럽게도 아편의 중독된 이후에 이어진 고통들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정도는 ‘교훈’쪽으로 돌아서게 된다. 뭐 물론, 무엇을 이야기하든 이 책이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각자 다른 것이겠지만……. 아무튼! 드 퀸시는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다보며, 독자들을 그와 동행하게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그와 그를 둘러싼 연기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된다.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는 것, 그것은 어떻게 보면 한없이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다. 더군다나 아편에 중독되어 그것이 뿜어내는 연기에 둘러싸인 사람의 삶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물론, 어떤 흥미진진함으로 긴장감을 가지게 하기보다는 한없이 몽환적이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늘여놓고 있는 것이라면 그렇겠지만,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은 생각 외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인가, 보다 깊이 그의 삶에 빠져들게 되고, 그가 가졌던 문제들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어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가 무엇이냐, 즉 문제의 원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 일단, 어떤 문제를 제대로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 속에, 혹은 그 문제의 곁에 놓인 나 자신을 먼저 파악하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파악했으나 나와 별개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 혹은 지금의 나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특히나 타인에게 비춰질 나의 모습이 더없이 형편없게만 느껴진다면 더더욱 말이다. 이 말들이 어쩌면 당연하게만 느껴지겠지만, 그 당연함이 쉽다는 사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그러니 더 문제가 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은 그 자체로도 얼마나 용감한 것인가! 다양한 이야기들에서 접하는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폐인-혹은 그 비슷한-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알코올 중독과 연결되는데 반해, 드 퀸시는 아편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그가 연기 속에 갇혀있을 그 당시에는 아편이 불법이 아니었으니 지금의 담배를 이야기 하는 것과 그리 다르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용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떤 진실과 마주함으로써 앞으로의 삶, 아니 지금 당장의 삶을 살아갈 힘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을 쓴 드 퀸시도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로 인해 많은 독자들도 어떤 힘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공사의 ‘세계문학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지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도 그렇고-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작년에 세웠던 ‘세계문학읽기’라는 목표는 그냥 목표에서 그쳤지만, 이제야 조금씩 실천하는 재미를 맛보는 것 같다. 다음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날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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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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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오래전부터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책이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이라니…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만 쭈욱 나열해놔도 한 권의 책은 가뿐하게 만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800만 가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수십 개의 죽는 방법은 나와 있겠지, 라는 생각도 했었던가?! 아무튼, 난 도대체 뭘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기에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그렇게 끌렸던 것일까?! 자살을 하기위해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죽는 방법을 800만 가지나 나열해야 할 만큼의 아픈 사람, 아픈 공간은 어디인지 궁금했던 것일까?! 결국에는 만나고야만 이 책. 그냥 이런저런 막연한 상상만을 가득한 채 조금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아픈 사람, 아픈 공간 속으로…….

유망한 경찰이었으나 우연한 사고로 어린 아이를 죽게 한 후 알코올 중독에 빠져버린 남자가 있다. 자연스럽게 직장도 잃게 되고, 결국에는 가족도 잃어버리게 되는 남자.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로 살면서 무허가 탐정을 하고 있는 매튜 스커더. 그가 우리의 주인공이다. 벌써 밝혔듯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정말 멋지고 깔끔한 모습을 상상하는 이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단지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밑바닥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런 그가 몸담고 있는 세상, 그 밑바닥의 우울함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소설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던 결국에는 탐정이니 의뢰를 받아서 살아가는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의 실수로 의뢰인이 죽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의뢰인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며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오게 되고, 그는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매튜 스커더의 첫 번째 의뢰인은 창녀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밝히고자 또 다른 의뢰를 해오는 의뢰인은 그녀의 포주이다. 수사는 또 다른 창녀들과의 인터뷰로 이루어지고, 그러던 중에 창녀를 향한 또 다른 살인이 발생하게 된다. 매튜 스커더는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끊었던-비록 며칠이지만…- 술을 마시게 되고,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결국 이 곳에서 펼쳐지는 이런저런 상황들 모두는 밑바닥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뉴욕의 소시민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심이 될 것만 같은 살인 사건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풀리게 된다. 나 스스로가 책의 결론에 앞서서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사건의 해결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것이기에 말이다. 오히려 이야기의 중심을 매튜 스커더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책을 읽는 내내 우중충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더라도 말이다. 거의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의 두께로 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으니 책을 읽는 내내 축축 처지게 되더라도 말이다. 아, 그렇다고 재미없거나 혹은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길. 언젠가 부터는 책의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빠져들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책을 읽기에 앞서 생각했던, 죽는 방법에 관한 친절한 설명 따위는 없는 책인데 왜 제목이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인가 궁금했었다. 책을 점차 읽어가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 뜻을 살펴보니, 뉴욕 시의 인구가 800만이고 그들 하나하나가 죽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람 수만큼 죽는 방법도 800만 가지가 된다는 의미로 이 제목을 붙인 것이었다. 살인과 자살 등의 다양한 사건이 늘어진 뉴욕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책의 우울한 느낌에 이런 제목까지 더해져서 더 큰 매력으로 읽히는 소설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심지어 이유 없이 나를 계속해서 끌어당기던 힘이 그런 형용하기 어려운 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세상에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A가 마땅찮으면 B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건 옳지 않아요.
아직 남은 알파벳이 얼마든지 있잖아요? -P17
 

그 어떤 것을 행하든 세상에는 단 두 가지의 방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이다. 죽는 방법도 800만 가지에 달하는데, 하물며 살아가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방법들이 존재하고 있을까?! 누구는 이런 똥철학 따윈 늘어놓지 말라고 하겠지만, 그 말이 사실인 것을 어찌할 것인가. 알코올 중독자의 삶을 살던 스커더이지만, 그 스스로를 알코올 중독자로 생각하지 않던 그가 결국에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책은 마무리 된다. 그런 그에게는 현실이 암울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그의 앞에 단 두 가지의 삶의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을 열어놓게 되는 것이다. 우울하던, 그리고 안타깝게만 느껴지던 분위기가 현실 인정이라는 단 하나의 사건으로 완전히 반전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반전된 세상, 책에서는 언급되지도 않은 그 세상으로 인해서 이 책을 감싸던 어둠도 한방에 물리쳐 버리게 된다. 결국에는 지금까지 느껴야만 했던 어둠을, 지금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독특한 힘으로 물리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그려내는 매력적인 소설이 바로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이다.

밑바닥, 혹은 어둠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삶을 한 방에 반전 시키는 힘. 그것은 현재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을 인정하고, 삶을 반전시키는 것. 그것이 필요한 요즘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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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7일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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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TV를 보고 있는 당신이 누군가를 향해 투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라. 얼마 전 많은 이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에서 했던 것처럼, 단 한 사람을 선정하기 위한 투표처럼 말이다. 지금 내가 말하는 투표는 그것과 거의 비슷한 투표이지만 전혀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슈퍼스타K에서의 투표가 우승자를 가리기위한 인기투표 비슷한 것이었다면, 여기에서는 단순한 인기가 아닌 누군가의 죽음을 향한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은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그런 끔찍한 짓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런 TV라면 보는 것조차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과연, 당신은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그럴 수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가장 나쁜 것과 직면하도록 만드는 거야.

당신은, 아니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살인의 공범이 되리라고 상상해본 적이 있겠어?” - P442
 

 

나도 모르게-혹은 알면서도- 살인의 공범이 되어가고 있다. 리얼리티 TV쇼를 통해서 말이다. 쇼의 이름은 ‘24시간 7일’이다. 원래 이 쇼는 흔히 볼 수 있는-아니 최고의 스케일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서바이벌 게임이다. 638대의 카메라가 빌딩과 정글 여기저기에 설치된 바사 섬이라는 곳에서 2백만 달러의 상금과 평생 원하던 소원을 얻기 위해 12명의 출전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그렇다. 원래(!)는 그랬다는 것이다. 쇼의 시작과 동시에 진행자 및 스텝들이 고통 속에 갑작스럽게 죽고, 12명의 참가자들만이 남겨지게 되면서, 그 원래의 ‘24시간 7일’은 사라진다. 이제 ‘24시간 7일’은 방송이 아닌 컨트롤이라는 목소리에 지배당하는 실제 상황이 되어버린다. TV쇼의 서바이벌이 아닌 현실의 서바이벌이 되고, TV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살인의 공범이 되어간다. 시청자들은 살인의 공범이 되어가고, 출연자들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쳐야만 하는 상황 속에 당신은 점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살인의 공범이 되기도 하고, 출연자가 되기도 하면서 말이다. 

 

『24시간 7일』은 분명 쉽게 읽히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의 장르이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적인 요소나 자극적인 요소들로만 꾸며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 우리가 긴장하면서 몰입할 수밖에 없는가를 분명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아, 물론 스릴러라는 장르가 던져주는 수많은 재미들은 기본이고 말이다.- 『24시간 7일』의 작가 ‘짐 브라운’은 TV리포터와 뉴스 진행자로서 오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그 경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작품이기에 더 현실적이면서도 섬뜩하게 느껴진다. 앞서 말한 이야기들이 지금은 비록 소설 속에서의 실제 상황이지만, 진짜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니, 현실이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2001년 여름 실제 이런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생방송은 아니라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또 발생 가능한 것이 아닐까. 지금의 방송 행태(?!)를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좀 더 자극적이길 원하고, 이전의 어떤 것들보다 더욱더 리얼리티를 강조하다보면 분명히 말이다. 

 

소설을 통해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만나고, 인간이라는 이름의 그 자체를 들여다보며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인간 자체를 들여다보는 수많은 감시의 눈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섬뜩해진다. 내 속에 존재하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런 혼란을 겪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삶인데,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생각을 한다면 우린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다른 시선이 나를 충분히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특별히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내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지배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에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닥쳐올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 섬뜩함과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다시 인간이라는 그 시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상당한 재미를 안겨주는 소설이지만 소설의 마지막, 그 이후를 더 생각하게끔 하는 소설, 『24시간 7일』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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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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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을 향하여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일까?! 이미 성공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성공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것이고, 반대로 성공과는 거리가 먼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뭘 해도 실패하는 삶을 살아 갈 것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이라면 우리는 살아갈 이유가 없지 않을까?! 뭘 해도 바꾸기 힘든 운명이라는 큰 덫 앞에서, 삶이란 단지 자신의 마지막을 확인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이‘운명’이란 놈의 힘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의 나, 괜한 생각으로, 쓸데없이 머릿속만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것도 운명인 것인가?!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당신 앞에 나타나서 당신의 정해진 운명을 알려준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좋은 운명이 아니라면?!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의 주인공인 ‘하라다 미오’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 상대는 뜬금없이 나타나 그녀에게 할 말이 있다고 5분만 시간을 내어 달라고 한다. 거절하고 돌아선 그녀에게 상대는 “여섯 시간 뒤, 당신 죽어.”라는 말을 남긴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여섯 시간 뒤 죽는다니……. 그 황당한 말을 남긴 상대는 에도가와, 아니 ‘야마하 케이시’라는 청년으로 예지(豫知), 즉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를 과연 믿어야 할 것인가, 그냥 무시하고 돌아서야 할 것인가?!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방금 살짝 이야기한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외에 「시간의 마법사」,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돌 하우스 댄서」, 「3시간 후 나는 죽는다」, 그리고 에필로그인 「미래의 일기장」 까지 각각의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이야기인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의 미오와 케이시가 마지막 이야기인 「3시간 후 나는 죽는다」에서 시간이 흐른 채 다시 만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주인공들을 내세우지만, 그 연결고리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야마하 케이시’를 통해서 이어진다. ‘야마하 케이시’를 통해서 만나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에서는 이전에 만났던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다른 느낌이지만 그 이야기들에 빠져드는 흡인력만큼은 변함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13계단》만큼이나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책을 놓아야 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다시, 책 속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ㅡ. 어릴 적부터 운명이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야마하 케이시’의 틀리지 않는 예시를 통해 나타나는 운명론적 세계관과 같이 ‘우리에게 운명이란 것이 있는가?!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는가?!’라는 생각에서부터 ‘하라다 미오’가 자신과 케이시를 위해 계속해서 뭔가를 바꿔나가길 원하고 행동하는 모습처럼 ‘그래도 나의 운명은 나 스스로 써나가는 것이다’라는 생각까지……. 혼란에 혼란만 거듭되는 생각들이었지만, 그런 나의 생각에 ‘다카노 가즈아키’가 깔끔하게 결론을 내려 주는 모습이었다. 에필로그인 「미래의 일기장」에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일기장에 미래를 써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당연한 사실인데 난 왜 그토록 헤매고 있었을까?! 모든 사람들이 아는 당연한 것인데 쓸데없이 허우적거리고 있었음은, 아마도 비정상적인 현실로 인해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임을 모르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책 한권 읽으면서, 이런저런 복잡한 이야기는 때려치우라고?! 그래 좋다!! 일단은, ‘다카노 가즈아키’의 결코 멈출 수 없는 이야기로 빠져들어 보시라!! 운명을 논하는 것도, 결국에는 이 책,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의 재미를 만나고 난 후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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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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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형법 41조 ‘14세 미만인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형법 9조 ‘(형사미성년자)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가 있다. 다시 말해,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되어 형사책임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14세 미만의 자들에게는 행동 통제능력이 없기 때문에, 교육에 의한 가소성(개선 가능성이라고 해야 할까?!)이 있다는 점에 입각해서 그들을 보호 하기위해 존재하는 법이라고 하겠다. 그 의도는 좋지만, 세상 모든 것에 빛과 어둠이 있듯이, 그 반대로 그로인해 그 어떤 기본권도 인정받지 못하는 또 다른 억울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이다. 그 문제를 『천사의 나이프』에서 다양한 각도로 파고 들어간다.

『천사의 나이프』는 커피숍을 경영하며 어린 딸과 함께 살아가는 ‘히야마 다카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의 아내 쇼쿄는 4년 전, 열세 살의 중학생 3명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들은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그에 대해 큰 분노를 느낀 히야마는 매스컴을 통해 ‘그들을 직접 죽이고 싶다’는 말을 내뱉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형사가 찾아와 그 셋 중 한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4년 전 그 말로 인해 자신이 용의 선상에 올라있음을 알게 된다. 히야마는 직접 그 진실들을 알아내고자 나서게 되고, 이야기는 숨 가쁘게 진행되어 간다.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에도가와 란포상」, 그것도 만장일치 수상에 빛나는 작품이라기에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또한, 100여권의 밀리언셀러클럽의 작품 중에서 상당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던 터라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매번 느끼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외는 분명히 있다고 말이다.

작가 ‘야쿠마루 가쿠’, 그가 쓴 첫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이 더 컸다.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무조건 힘차게만 달려가지 않고, 중간 중간에 숨을 고르기도 하면서 달려 나가는 점이 노련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첫 작품이라니……. 툭 건드는 것만으로도 힘겹게만 느껴지는 많은 사회의 문제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파고들면서, 미스터리적 요소까지 가미해 전혀 딱딱하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멋진 소설을(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첫 작품이다!) 만들어 냈다는 생각에 그 놀라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재미가 있기에 쉽게 술~술~ 읽혀나가는 듯싶기도 했지만, 어린나이에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그 반대에 있는, 어린아이들의 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갔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아직은 남아있는 그들의 개선 가능성을 봐서 교화하고 지도하는데 중점을 둬야할 것인가?! 아니면 범죄를 저질렀으니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인가?! 그 누구도 선뜻 대답하기는 힘든 문제이기에 혼란만 계속해서 쌓여간다.   

 

“국가가 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제 손으로 직접 범인을 죽이고 싶습니다.”  -P55   

 

『천사의 나이프』의 히야마가 그렇듯이, 대부분 중범죄의 피해자들이 그렇듯이, 그들은 가해자에 대해 상당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큰 처벌을 받아도 시원찮을 마당에, 가해자가 어린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되어버린다는 사실이 더 큰 증오로 다가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히야마가 내뱉은 말은 그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으리라, 단지 히야마처럼 말을 못했을 뿐이지만……. 그런 증오심에다가, 쓸데없는 관심과 매스컴의 호기심, 그리고 가해자들의 ‘인권’이라는 이름하에 그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버린다. 피해자를 또 다른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와는 반대로 가해자의 입장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지는 못 할 것 같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과실로 인해 사람을 죽였지만 아직 어리니까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과 동시에 체계적인 교육으로 인해 그는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 이른바 ‘갱생’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충분히 이상적이다. 모두가 이런 식으로 갱생을 한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이 모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는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했을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설사 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어떤 것을 진정한 갱생으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과연 피해자들도 그들이, 그 살인자가 갱생을 한 것이라, 또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까?!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그것이 뉘우침이 없는 무조건적인 반응에 대한 교육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늘여 놓기는 하지만, 결국에 이것들은 법적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일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숨만 늘어난다.

처음에는 분노하고 증오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피해자의 가족들은, 어쩌면 진정으로 그들의 사과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용서라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 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낀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용서를 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법적인 처벌보다도, 돈 보다도, 중요한 것은 역시 진심이다. 그 진심이 법 사이에, 아니 법 이전에 담겨진다면 이런 고민들조차 결국에는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어떤 범죄에 있어서 그에 따른 형벌을 부과하려면, 반드시 법에 미리 써놔야 한다. 이것을 「죄형법정주의」라고 한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에 권력에 의해 유린되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결국, 모든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인권은, 또 지금의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묻고 싶어진다. 문제가 있으면 계속 고쳐나가고 또 다른 새로운 장치들을 만들어 나가야 함에도 지금 국회에서는 무슨 짓거리들을 하고 계신지… 입법자라고 하는 것들은 자기네들의 이익에만 급급해 지랄들 하지 말고, 기본권적 법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형법 및 소년법규정을 재검토하고 이를 보완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지만…. 에휴 ㅡ. 말해야 뭐하나 입만, 아니 손만 아프지 ㅡ.

요즘 날이 갈수록 청소년 범죄가 많아지고, 그들의 연령대는 낮아져만 간다. 또한 그들의 나이와는 반대로 범죄의 심각함은 커져만 간다. 어디에서 부터 이런 비극이 시작되었는가. 과연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고민이지만, 무엇보다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은 그들의 부모를 비롯한, 수많은 어른들, 이놈의 팍팍한 세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들의 눈으로 그들을 감싸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어른, 그런 부모들이 많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는 생각들을 해본다.

『천사의 나이프』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을 두서없는 글로 풀어낸 것만 같아, 쓸데없이 이 책을 복잡하게만 설명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만큼 많은 생각들을 떠올려주는 즐겁고도 고마운 책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언젠가 글을 쓰게 된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끔 하는 책이라면 더 확실하게 이 책을 표현하는 것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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