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7일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TV를 보고 있는 당신이 누군가를 향해 투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라. 얼마 전 많은 이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에서 했던 것처럼, 단 한 사람을 선정하기 위한 투표처럼 말이다. 지금 내가 말하는 투표는 그것과 거의 비슷한 투표이지만 전혀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슈퍼스타K에서의 투표가 우승자를 가리기위한 인기투표 비슷한 것이었다면, 여기에서는 단순한 인기가 아닌 누군가의 죽음을 향한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은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그런 끔찍한 짓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런 TV라면 보는 것조차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과연, 당신은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그럴 수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가장 나쁜 것과 직면하도록 만드는 거야.

당신은, 아니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살인의 공범이 되리라고 상상해본 적이 있겠어?” - P442
 

 

나도 모르게-혹은 알면서도- 살인의 공범이 되어가고 있다. 리얼리티 TV쇼를 통해서 말이다. 쇼의 이름은 ‘24시간 7일’이다. 원래 이 쇼는 흔히 볼 수 있는-아니 최고의 스케일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서바이벌 게임이다. 638대의 카메라가 빌딩과 정글 여기저기에 설치된 바사 섬이라는 곳에서 2백만 달러의 상금과 평생 원하던 소원을 얻기 위해 12명의 출전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그렇다. 원래(!)는 그랬다는 것이다. 쇼의 시작과 동시에 진행자 및 스텝들이 고통 속에 갑작스럽게 죽고, 12명의 참가자들만이 남겨지게 되면서, 그 원래의 ‘24시간 7일’은 사라진다. 이제 ‘24시간 7일’은 방송이 아닌 컨트롤이라는 목소리에 지배당하는 실제 상황이 되어버린다. TV쇼의 서바이벌이 아닌 현실의 서바이벌이 되고, TV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살인의 공범이 되어간다. 시청자들은 살인의 공범이 되어가고, 출연자들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쳐야만 하는 상황 속에 당신은 점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살인의 공범이 되기도 하고, 출연자가 되기도 하면서 말이다. 

 

『24시간 7일』은 분명 쉽게 읽히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의 장르이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적인 요소나 자극적인 요소들로만 꾸며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 우리가 긴장하면서 몰입할 수밖에 없는가를 분명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아, 물론 스릴러라는 장르가 던져주는 수많은 재미들은 기본이고 말이다.- 『24시간 7일』의 작가 ‘짐 브라운’은 TV리포터와 뉴스 진행자로서 오랜 경력이 있다고 한다. 그 경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작품이기에 더 현실적이면서도 섬뜩하게 느껴진다. 앞서 말한 이야기들이 지금은 비록 소설 속에서의 실제 상황이지만, 진짜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니, 현실이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2001년 여름 실제 이런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생방송은 아니라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또 발생 가능한 것이 아닐까. 지금의 방송 행태(?!)를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좀 더 자극적이길 원하고, 이전의 어떤 것들보다 더욱더 리얼리티를 강조하다보면 분명히 말이다. 

 

소설을 통해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을 만나고, 인간이라는 이름의 그 자체를 들여다보며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인간 자체를 들여다보는 수많은 감시의 눈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섬뜩해진다. 내 속에 존재하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런 혼란을 겪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삶인데,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생각을 한다면 우린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다른 시선이 나를 충분히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특별히 내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내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지배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에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닥쳐올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 섬뜩함과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다시 인간이라는 그 시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상당한 재미를 안겨주는 소설이지만 소설의 마지막, 그 이후를 더 생각하게끔 하는 소설, 『24시간 7일』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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