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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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만화를 시작으로 영화로, 그리고 뮤지컬로도 만났던 『삼총사』! 그 삼총사를 이제야 제대로 된(!!) 책, 완역본으로 만나게 되었다. 정말 기대했던 순간이었고, 실제로 그 기대만큼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왔던 『삼총사』를 ‘알렉상드르 뒤마’가 그렸던 원래의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 만나왔던 다양한 모습들도 항상 즐겁고 신나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의 그런 모습들이 원작의 내용보다 상당히 평면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완역본을 통해서 비로소 『삼총사』의 참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야 할까?!

 

 그 누구나 어릴 적부터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왔던 삼총사이기에 그 내용에 있어서는 대부분 친숙하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모습 그대로 살짝 간추려보자면… 『삼총사』는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하는-겉모습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모습의 한 젊은이가, 그것도 혈기왕성하고 당당하게만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조랑말을 타고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그가 바로 가스코뉴 출신의 시골 귀족이자, 우리의 주인공 ‘다르타냥’이다. 그는 총사가 되기 위해서 파리에 있는 총사대장 트레빌을 찾아간다. 시작부터 작은 시련-뭐 맞아서 정신을 잃고, 소개장을 도둑맞는 정도?!-을 겪으며 결국에는 트레빌을 만나 도움을 얻게 되는 동시에, ‘아토스’의 어깨, ‘포르토스’의 어깨띠, ‘아라미스’의 손수건과 묘하게 얽히면서 그들 각자와 결투를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삼총사로 표현되는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의 결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뜻하지 않은 사건-추기경 친위대와의 충돌-으로 인하여 그들은 오히려 한마음으로 뭉치게 되고, 그때부터 그들은 본격적으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뜻하지 않은 사건이 만들어낸 그들의 우정은 나의 생각이상으로-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 끈끈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신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도록… 사실 그들의 우정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 속에서 만나는 많은 것들이 나의 이해 범위 이상이었다. 그 첫 번째가 내가 어릴 적 봐왔고 생각했던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어릴 적에는 그들 모두가 그토록 용기 있고, 훌륭하며, 단정한(이것이 중요하다!) 모습이었는데, 이미 내가 소설 속 그들의 나이를 뛰어넘었기 때문일까, 지금에 만나는 그들은 왜 그리 철딱서니가 없게만 보이는지… 뭐 그럼에도 “All for One, One for All”을 외치는 그들은 여전히 멋있다. 그리고 이 멋있다는 것에 내가 말하고픈 두 번째가 있다. 소설 속 시대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특히 귀족을 비롯한 상류층에 주로 적용되겠지만…-의 명예와 신의가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적임에도 그 어떤 증거나 증인에 상관없이 그의 명예를 건다면 의심 없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부럽게만 느껴져서, 오늘날 우리 사회와 비교해서 결코 이해 할 수 없는 놀라운 힘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투박함 속에 담겨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다.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뜨거운 용기와 아름다운 말들을 모든 이가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세상에 때 묻어-이렇게라도 뭔가 변명을 하고 싶어진다…-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나와 비교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나의 이해 범위 이상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것이며, 그래야만 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저 신나거나 때로는 황당하게만 보일 수 있는 이야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본능이나 본성에 더없이 충실한 모습으로 그려낸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는 『삼총사』가 그런 모습으로 보였다. 단순하게 그냥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 속에 인간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내며, 그를 통해서 독자들에게-조금 크게 봐서는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음… 이런저런 생각들로 괜히 있어보이게끔 이야기하려고 복잡하게만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은, 『삼총사』는 상당히 신나게 달릴 수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 또한 찾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뭐 그런 말이 하고 싶었던 거다.


1868년 뒤마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들이 만나러 와서 보니 그는 독서삼매에 빠져 있었다.
아들이 무슨 책이냐고 묻자 뒤마가 대답했다.
“《삼총사》야. 아는 늘 나 자신에게 약속했단다.
내가 늙으면, 이 책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내가 결정하겠다고.”
“그래서 어디까지 읽으셨어요?” / “끝까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좋구나.”

- 해설 中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에게 많은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 중 가장 애착이가는 작품이 무엇이냐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는가 마는, 그래도 항상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알렉상드르 뒤마’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삼총사』를 이야기한다. 그것도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자마자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 즈음에 자신의 책을 스스로 평가해서 내린 결론으로 말이다. 그가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작품이 바로 『삼총사』인 것이다.

 

 『삼총사』는 그 맛을 알면 알수록, 어릴 적의 기억만으로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그런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직접 경험해왔던 즐거움에, 지금까지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까지 더해져서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완역본의 『삼총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로 한국번역상 대상을 수상한 김석희 님의 번역이라 그에 있어서만큼은 더없이 믿을만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1894년 판본에 실렸던 ‘모리스 르루아르’의 일러스트까지 복원하여 본문에 수록해 그를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까지 더했으며, 그 내용뿐만 아니라 겉모습까지 신경 써서 진짜 고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정으로 소장의 가치까지 높였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원래의 모습 그대로에 충실한 『삼총사』와의 만남! 그 만남에 결코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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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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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노리는 상원의원 체이스. 그에게 문제가 하나있다면 바로 그의 딸, 앨리이다. 열일곱 살의 이 여자아이는 집을 나가 석 달 동안이나 종적을 감춘 상태이다. 안타깝게도(?) 체이스 의원은 그의 명성을 해치게 될까봐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하지만 그는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까지는 딸이 돌아오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을 은밀하게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이 바로 ‘가문의 친구들’ 이라는 에이전시에서 -가끔(!?)- 활동하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이기도 한 ‘닐 캐리’이다.

 

 우선 ‘가문의 친구들’ 에 대해서 살짝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다. ‘가문의 친구들’ 은 키터리지 가문이 경영하는 은행에서 공공의 법 제도나 언론의 더러운 손으로 해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사적인 문제들로 곤란에 처한 고객들을 위해 만든 에이전시이다. 은밀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대신해주는 비밀 조직이랄까?! 이런 모습의 ‘가문의 친구들’이 뉴욕에 지점을 하나 열면서 고용한 사설탐정이 ‘조 그레이엄’인데, 그는 우리의 주인공 ‘닐 캐리’의 스승이며, 친구이자, 아버지가 되는 인물이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닐 캐리’가 소매치기 상대로 그레이엄을 선택하게 -그와 동시에 그에게 붙잡히게-되면서, 그들의 인연은 시작된다. 불행했지만 똑똑했던 닐은 그레이엄으로부터 탐정에게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전수받게 되고, 그레이엄과 같은 탐정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물론 그는 학자의 길을 걷고 싶어 하고, 탐정은 단기 알바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닐 캐리 시리즈의 첫 번째이니 만큼 어릴 적 이야기부터 시작해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은 3부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이런 ‘닐 캐리’의 지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닐에 대한 대충의 이야기를 했으니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볼까?! 런던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앨리를 만났다는 한 친구의 제보를 바탕으로 닐은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일단은 그 역시 런던으로 떠나게 되고, 정말이지 아주 사소한 단서만으로 앨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앨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는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체 3부 중- 2부에서 앨리는 찾는 과정을,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그녀와 함께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을 담아낸다. 닐은 과연 앨리를 무사히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 닐은 과연 앨리를 무사히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 뒤에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놀라운 사건이 나타나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었고, 마지막쯤에 이르러서는 깜짝 놀라서 말문이 막혀버릴 정도의 반전이 튀어나왔으면 좋겠다는 또 다른 기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특별함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아니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나를 그리 심각하게 자극시키지도 않았는데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니 말이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뭔지모를 뿌듯함(?!)에 다시 한 번 즐겁게 만족감을 느끼게 될 정도니…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은 ‘돈 윈슬로’가 1991년 처음 발표한 추리 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별다른 기대나 생각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심지어 이 책의 작가가 누구인지 그의 소개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책을 읽었다. 책을 덮고 만족감에 허우적 거리고 나서야 ‘돈 윈슬로’를 찾아보게 되었다. ‘데니스 루헤인 등과 함께 2011년 딜리스 상 후보로 선정된, 주목받는 미스터리 작가 돈 윈슬로’, ‘에드거 상과 셰이머스 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 돈 윈슬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단 한 권의 책이지만, 직접 경험해 봤으니까 말이다. 장르는 분명 추리인데 생각보다 훨씬 밝다는 느낌이랄까?! 진짜 살아있는, 정말이지 생생하면서도 인간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닐 캐리’라는 멋진 캐릭터부터, 그에 못지않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그레이엄’과 ‘레빈’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다양한 상황들을 맛있고도 신나게 버무려놓은 ‘돈 윈슬로’의 놀라운 글솜씨는 이것이 과연 그의 첫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특히나 어린 닐 캐리가 탐정 업무를 배우는 장면들의 묘사는 놀라울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뉴욕과 런던에서 사립 탐정으로 일했던 ‘돈 윈슬로’의 경험이 바탕되었다고 하니… 도대체 이 친구(사실 친구라고 하기에 그의 나이가… 흠…) 진짜 뭔가, 싶을 정도였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닐 캐리와 앞으로 계속해서 찾게 될 것만 같은 작가 ‘돈 윈슬로’와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 그렇다고 단순히 즐거움만을 주는 책이라는 오해는 마시길… 장르 소설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수준급의 문학적인 표현력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의 작품이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소설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이었다. 앞으로 계속될 닐 캐리의 활약, 그리고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줄 ‘돈 윈슬로’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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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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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애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기소된 한 여인이 있다. 검찰 측은 그녀의 전 애인이자 작가이기도한 ‘필립 보이스’가 비소 중독으로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정황들이 이 여인을 범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정황들이라는 것을 살펴보자면, ‘해리엇 베인’이라는 이름의 이 여인은 소설가이며 특히나 추리, 탐정 소설을 쓴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녀가 살인 및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기발한 방법들을 여럿 다룬 경험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녀는 독살을 다룬 소설을 쓰기위해-물론 그녀의 주장이다- 여러 약국에서 다른 이름으로 비소를 비롯한 다른 독극물들을 구입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그녀는 진짜 필립 보이스를 죽게 만든 범인일까?!

 

 이런 그녀의 곁에 또 다른 한 사람이 등장한다. 증거가 확실하고 모든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다고, 해리엇 베인은 범인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그의 이름은 ‘피터 윔지’! (그렇다 이제서야 이 소설의 주인공이 등장하게 된다.) 이 주인공은 해리엇 베인에 대한 사랑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맹독』이라는 제목이 필립 보이스를 죽게 만든 강력한 독인 비소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또 다른 강력한 독-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피터 윔지의 등장으로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맹독』은 시공사에서 출간된 ‘귀족 탐정 피터 윔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도로시 L. 세이어즈’가 쓴 피터 윔지 시리즈로는 다섯 번째가 되는 것이고…)이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접하는 윔지 경의 이야기이지만, 뭐 어쨌든… 가장 먼저 당연히 주인공인 피터 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람,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수사를 하게 되는 이유-첫눈에 반한 사랑 때문에?!-에서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와 피터 윔지라는 캐릭터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면서 한편으로는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 인물에게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해봤다. 무슨 대단한 영웅(뭐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선입견이라는, 혹은 너무 뻔 한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주인공일지라도 인간적인 면이 다분한-어느 만화의 주인공 같이 무조건 초사이언일 필요는 없으니…- 그런 인물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주인공이 피터 윔지이고, 『맹독』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도 당연히 피터 윔지이지만, 이 캐릭터만큼 관심을 끌게 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맹독』의 작가인 ‘도로시 L. 세이어즈’이다. (물론 이 소설 이전까지는 그녀의 존재도 몰랐음을 미리 밝혀둔다.) 옥스퍼드 대학 학위를 취득한 첫 여성이자 신학자, 저술가였던 도로시 L. 세이어즈가 1930년에 발표한 미스터리 소설이 바로 이 『맹독』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가 쓴 이 『맹독』에 내가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엄격한 철학에 기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추리클럽(The Detection Club)의 일원이었다고 하는데, 이 클럽의 엄격한 규칙들이 곧 그녀의 작법과 철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규칙이란 것은 ‘작가는 독자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독자들이 범인을 추리할 수 있도록 중요한 단서를 숨기지 말아야 하며, 우연이나 미신이 아닌 논리에 의해 추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추리 소설들을 접하면서 내가 아쉬워했던 사항들을 도로시 L. 세이어즈는 이미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글로써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니 내가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소설 속의 피터 윔지, 소설을 써내려가는 도로시 L. 세이어즈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꼭 이야기 하고 싶은 인물들이 있는데, 그들은 바로 소설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약을 펼치는 여성들-그들도 나름 탐정이라고 불러야 할까?!-이다. 그 당시 사회에서는 ‘잉여’로 분류되는 여성이 그런 사회를 정면으로 반박하게 만드는 모습들은 그저 단순한 즐거움 따위로 넘겨버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모습의 여성들로 보다 한걸음 발전된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소설을 단순히 조금 매혹인 탐정 소설로만 언급하기에는 뭔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생각,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해리엇 베인의 등장과 피터 윔지 경과의 첫 만남’이라는 ‘귀족 탐정 피터 윔지’ 시리즈의 나름 역사적인 순간을 다룬 소설 『맹독』이지만, 이전까지 피터 윔지를 알지 못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그리 매력적인 사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 소설이 아니니까 상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언젠가 다른 피터 윔지 시리즈를 접하고 돌이켜 보았을 때 더 기억에 남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맹독』이 시리즈의 시작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쌓여갔던 수많은 궁금증이 나를 그 시작이전의 시간으로 돌려가게끔 만든다. 《시체는 누구?》, 《증인이 너무 많다》가 존재했던 그 시간으로 말이다. 이제 《시체는 누구?》, 《증인이 너무 많다》로 슬며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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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0월에 읽을 주목할 만한 신간 도서 - 에세이】 

어느덧 벌써 10월이다. 201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책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는 사실이 그만큼의 위안을 주기도 한다. 또한 10월은 9기 신간평가단이 끝이 나고, 10기 신간평가단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10기에서는 어떤 좋은 책들이 어떤 놀라움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자, 그렇다면… 10월에 읽을 주목할 만한 신간, 내가 읽고 싶은 도서 추천 시작~!!
 

 

《오래된 새 책》

박균호 / 바이북스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다보니 결코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책을 발견했다. 《오래된 새 책》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책 수집가의 책 이야기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읽기까지 책을 구하는 과정 속에서 마주하는 이런저런 어려움과 귀한 인연, 그리고 더없이 소중한 책들의 이야기를 아주 즐겁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홍인혜 / 달 

 제목부터가 눈에 쏙, 아니 마음에 쏙 와 닿는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항상 생각한다. 이 일은 언제 할 것이고, 저 일은 또 언제 할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가 아닌 미래만을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못하고 허구헌날 아직 오지도 않은 날들을 ‘언젠가는’이라는 단어로 꿈만 꾸고 있는 것일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는 잘 다니던 직장에 한순간 사표를 던지고 영국으로 훌쩍 떠나 무려 8개월간 체류하고 돌아온 저자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 내용도 물론 기대되지만, 그 시작부터가 가슴 설레는 일, 나는 차마 하지 못했던 일이라 그런지 더 관심이 가는 책이다.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박원순 / 위즈덤하우스 

 박원순 변호사. 요즘 뉴스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 중 한명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가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25가지의 가치를 모아 사전을 만들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지금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는 그이기에, 그가 그만의 어떤 소중함 들을 바탕으로 그 길을 시작하려는지 궁금해진다.

 

 


《소설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 / 문학동네 

 개인적으로 ‘~법’이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소설 읽는 방법이라니… 소설을 읽는데 있어서도 무슨 방법이 필요한가,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소설들을 마주하면서 이런 ‘~법’을 통해서라도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소설 읽는 방법》은 소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그 내밀한 경험을 대화와 인터넷 공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들을 위해 보다 심화된 감상법을 제안한다고 한다. 어떤 이야기로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얻게 될지 기대된다.

 


《홍차와 바나나》

손은혜 / 에이지21

 사람들은 이 넓은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위해 다양한 나라를 향해서 떠나고는 한다. 그런 떠남에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홍차와 바나나》에서 기자가 떠난 이유와 같은 것이라면 더없이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홍차와 바나나》는 전쟁, 성폭행, 소수 민족, 인권, 빈곤 등의 골치 아픈 문제들을 따라 세계의 구석구석을 파헤친 서른 살 여기자의 취재 일기이다. 이를 통해서 지금 우리가 알아 가야할 세상들을 제대로 마주보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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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첫 미션 수행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나르코 2011-10-12 01: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 ^^
 
한밤의 아이들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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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모두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고 생각한다. 당연히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고, 나 스스로가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란 존재는 어떻게 되겠는가, 만은… 여기 이 사람처럼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자신이 세상을 지배(!?) -혹은 다른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하고 있었다는 믿음을 가진 한 사람.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그의 말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이기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일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제 제대로 그를 만날 수 있으니까… 

 

 옛날 옛날에… 까지는 아니고, 1947년 8월 15일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12시 정각에서 1시 사이에 태어난, 그리고 그들만의 각기 다른 특징-마법이라고 해야 할까?!-을 가지고 태어난 1001명의 아이들이 있다. 또다시 그중에서도 12시 정각에 태어난 아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살림 시나이’이다. 『한밤의 아이들』은 주인공인 살림 시나이가 자전적인 글을 쓰는 형식으로, 자신의 지난날들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 독자들은 책 속의 살림 시나이와, 다시 그의 글을 통해서 그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함께하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삶의 단계별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각각의 장에 담아낸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 능력과 자신의 존재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이의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언어를 가지고 논다’는 루슈디의 능력을 -번역을 통해서 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느낄 수 있고, 다양한 인도 신화를 통해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상황들을 그려내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인도라는 나라와 그들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로써의 살림 시나이는 자라나고자라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이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 그 시작에 대한 역사가 장황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260페이지에 달하는 제1부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관심 있게 지켜 볼 한밤의 아이들이 태어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가 1권의 절반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뭐, 좀 황당하다 싶을 정도의 분량이기는 한데, 그런 생각도 잠시다. 이 수다스런 ‘살만 루슈디’와 함께하다보면 지루하다느니 전혀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느니, 따위의 생각은 할 시간조차 없으니 말이다. 물론 살만 루슈디의 문체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부터 술술 읽히지는 않았으니… 하지만 조금의 적응만 하고 난다면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문체를 통해서, 그만이 나타내는 표현 방식과 그만의 스타일에 점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도 정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한밤의 아이들』 역시도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여기서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전체적인 이야기나 다양한 캐릭터, 그리고 순간순간 맞이하는 상황들에 어떤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책 속에서 살만 루슈디는 영화적 기법을 활용한 묘사를 여기저기 담아둔다. 특히나 1권의 마지막에서는 대놓고 ‘(페이드아웃.)’이라고까지 나타내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아니라, 이 이야기는 살만 루슈디의 글로 만나야지만 이 소설의 특성들을 보다 확실하게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가 -문득이지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을 무려 세 번이나 수상해 세계문학사에 남을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는 이 작가, ‘살만 루슈디’… 역시 그 명성에 걸맞은 모습으로 약간의 아쉬움은 커녕, 이런 생각까지 하게 해주는구나, 싶다.

 

 다양한 인도의 모습, 그 속에서 삶을 고뇌하는 아이의 모습, 그를 통해서 다시 바라보는 인도라는 나라. 어느 순간 시작된 살림 시나이의 불가사의한 능력을 통해서 마법을 경험하는 멋진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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