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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어릴 적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만화를 시작으로 영화로, 그리고 뮤지컬로도 만났던 『삼총사』! 그 삼총사를 이제야 제대로 된(!!) 책, 완역본으로 만나게 되었다. 정말 기대했던 순간이었고, 실제로 그 기대만큼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왔던 『삼총사』를 ‘알렉상드르 뒤마’가 그렸던 원래의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 만나왔던 다양한 모습들도 항상 즐겁고 신나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의 그런 모습들이 원작의 내용보다 상당히 평면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완역본을 통해서 비로소 『삼총사』의 참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야 할까?!
그 누구나 어릴 적부터 다양한 모습으로 만나왔던 삼총사이기에 그 내용에 있어서는 대부분 친숙하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모습 그대로 살짝 간추려보자면… 『삼총사』는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하는-겉모습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모습의 한 젊은이가, 그것도 혈기왕성하고 당당하게만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조랑말을 타고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그가 바로 가스코뉴 출신의 시골 귀족이자, 우리의 주인공 ‘다르타냥’이다. 그는 총사가 되기 위해서 파리에 있는 총사대장 트레빌을 찾아간다. 시작부터 작은 시련-뭐 맞아서 정신을 잃고, 소개장을 도둑맞는 정도?!-을 겪으며 결국에는 트레빌을 만나 도움을 얻게 되는 동시에, ‘아토스’의 어깨, ‘포르토스’의 어깨띠, ‘아라미스’의 손수건과 묘하게 얽히면서 그들 각자와 결투를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삼총사로 표현되는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의 결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뜻하지 않은 사건-추기경 친위대와의 충돌-으로 인하여 그들은 오히려 한마음으로 뭉치게 되고, 그때부터 그들은 본격적으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뜻하지 않은 사건이 만들어낸 그들의 우정은 나의 생각이상으로-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 끈끈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신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도록… 사실 그들의 우정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 속에서 만나는 많은 것들이 나의 이해 범위 이상이었다. 그 첫 번째가 내가 어릴 적 봐왔고 생각했던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어릴 적에는 그들 모두가 그토록 용기 있고, 훌륭하며, 단정한(이것이 중요하다!) 모습이었는데, 이미 내가 소설 속 그들의 나이를 뛰어넘었기 때문일까, 지금에 만나는 그들은 왜 그리 철딱서니가 없게만 보이는지… 뭐 그럼에도 “All for One, One for All”을 외치는 그들은 여전히 멋있다. 그리고 이 멋있다는 것에 내가 말하고픈 두 번째가 있다. 소설 속 시대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특히 귀족을 비롯한 상류층에 주로 적용되겠지만…-의 명예와 신의가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적임에도 그 어떤 증거나 증인에 상관없이 그의 명예를 건다면 의심 없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부럽게만 느껴져서, 오늘날 우리 사회와 비교해서 결코 이해 할 수 없는 놀라운 힘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투박함 속에 담겨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다.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뜨거운 용기와 아름다운 말들을 모든 이가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세상에 때 묻어-이렇게라도 뭔가 변명을 하고 싶어진다…-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나와 비교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나의 이해 범위 이상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것이며, 그래야만 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저 신나거나 때로는 황당하게만 보일 수 있는 이야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본능이나 본성에 더없이 충실한 모습으로 그려낸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는 『삼총사』가 그런 모습으로 보였다. 단순하게 그냥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 속에 인간의 본질을 제대로 담아내며, 그를 통해서 독자들에게-조금 크게 봐서는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음… 이런저런 생각들로 괜히 있어보이게끔 이야기하려고 복잡하게만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은, 『삼총사』는 상당히 신나게 달릴 수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 또한 찾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뭐 그런 말이 하고 싶었던 거다.
1868년 뒤마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들이 만나러 와서 보니 그는 독서삼매에 빠져 있었다.
아들이 무슨 책이냐고 묻자 뒤마가 대답했다.
“《삼총사》야. 아는 늘 나 자신에게 약속했단다.
내가 늙으면, 이 책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내가 결정하겠다고.”
“그래서 어디까지 읽으셨어요?” / “끝까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좋구나.”
- 해설 中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에게 많은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 중 가장 애착이가는 작품이 무엇이냐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는가 마는, 그래도 항상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알렉상드르 뒤마’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삼총사』를 이야기한다. 그것도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자마자가 아니라, 삶의 마지막 즈음에 자신의 책을 스스로 평가해서 내린 결론으로 말이다. 그가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작품이 바로 『삼총사』인 것이다.
『삼총사』는 그 맛을 알면 알수록, 어릴 적의 기억만으로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그런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직접 경험해왔던 즐거움에, 지금까지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까지 더해져서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완역본의 『삼총사』.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로 한국번역상 대상을 수상한 김석희 님의 번역이라 그에 있어서만큼은 더없이 믿을만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1894년 판본에 실렸던 ‘모리스 르루아르’의 일러스트까지 복원하여 본문에 수록해 그를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까지 더했으며, 그 내용뿐만 아니라 겉모습까지 신경 써서 진짜 고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장정으로 소장의 가치까지 높였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원래의 모습 그대로에 충실한 『삼총사』와의 만남! 그 만남에 결코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