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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ㅣ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노리는 상원의원 체이스. 그에게 문제가 하나있다면 바로 그의 딸, 앨리이다. 열일곱 살의 이 여자아이는 집을 나가 석 달 동안이나 종적을 감춘 상태이다. 안타깝게도(?) 체이스 의원은 그의 명성을 해치게 될까봐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하지만 그는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까지는 딸이 돌아오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을 은밀하게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이 바로 ‘가문의 친구들’ 이라는 에이전시에서 -가끔(!?)- 활동하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이기도 한 ‘닐 캐리’이다.
우선 ‘가문의 친구들’ 에 대해서 살짝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다. ‘가문의 친구들’ 은 키터리지 가문이 경영하는 은행에서 공공의 법 제도나 언론의 더러운 손으로 해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사적인 문제들로 곤란에 처한 고객들을 위해 만든 에이전시이다. 은밀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대신해주는 비밀 조직이랄까?! 이런 모습의 ‘가문의 친구들’이 뉴욕에 지점을 하나 열면서 고용한 사설탐정이 ‘조 그레이엄’인데, 그는 우리의 주인공 ‘닐 캐리’의 스승이며, 친구이자, 아버지가 되는 인물이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닐 캐리’가 소매치기 상대로 그레이엄을 선택하게 -그와 동시에 그에게 붙잡히게-되면서, 그들의 인연은 시작된다. 불행했지만 똑똑했던 닐은 그레이엄으로부터 탐정에게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전수받게 되고, 그레이엄과 같은 탐정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물론 그는 학자의 길을 걷고 싶어 하고, 탐정은 단기 알바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닐 캐리 시리즈의 첫 번째이니 만큼 어릴 적 이야기부터 시작해 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은 3부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이런 ‘닐 캐리’의 지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닐에 대한 대충의 이야기를 했으니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볼까?! 런던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앨리를 만났다는 한 친구의 제보를 바탕으로 닐은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일단은 그 역시 런던으로 떠나게 되고, 정말이지 아주 사소한 단서만으로 앨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앨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는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체 3부 중- 2부에서 앨리는 찾는 과정을,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그녀와 함께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을 담아낸다. 닐은 과연 앨리를 무사히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 닐은 과연 앨리를 무사히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 뒤에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놀라운 사건이 나타나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있었고, 마지막쯤에 이르러서는 깜짝 놀라서 말문이 막혀버릴 정도의 반전이 튀어나왔으면 좋겠다는 또 다른 기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특별함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아니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나를 그리 심각하게 자극시키지도 않았는데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니 말이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뭔지모를 뿌듯함(?!)에 다시 한 번 즐겁게 만족감을 느끼게 될 정도니…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은 ‘돈 윈슬로’가 1991년 처음 발표한 추리 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별다른 기대나 생각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심지어 이 책의 작가가 누구인지 그의 소개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책을 읽었다. 책을 덮고 만족감에 허우적 거리고 나서야 ‘돈 윈슬로’를 찾아보게 되었다. ‘데니스 루헤인 등과 함께 2011년 딜리스 상 후보로 선정된, 주목받는 미스터리 작가 돈 윈슬로’, ‘에드거 상과 셰이머스 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 돈 윈슬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단 한 권의 책이지만, 직접 경험해 봤으니까 말이다. 장르는 분명 추리인데 생각보다 훨씬 밝다는 느낌이랄까?! 진짜 살아있는, 정말이지 생생하면서도 인간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닐 캐리’라는 멋진 캐릭터부터, 그에 못지않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그레이엄’과 ‘레빈’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다양한 상황들을 맛있고도 신나게 버무려놓은 ‘돈 윈슬로’의 놀라운 글솜씨는 이것이 과연 그의 첫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특히나 어린 닐 캐리가 탐정 업무를 배우는 장면들의 묘사는 놀라울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뉴욕과 런던에서 사립 탐정으로 일했던 ‘돈 윈슬로’의 경험이 바탕되었다고 하니… 도대체 이 친구(사실 친구라고 하기에 그의 나이가… 흠…) 진짜 뭔가, 싶을 정도였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닐 캐리와 앞으로 계속해서 찾게 될 것만 같은 작가 ‘돈 윈슬로’와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 그렇다고 단순히 즐거움만을 주는 책이라는 오해는 마시길… 장르 소설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수준급의 문학적인 표현력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의 작품이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소설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이었다. 앞으로 계속될 닐 캐리의 활약, 그리고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줄 ‘돈 윈슬로’의 활약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