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아이들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은 모두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고 생각한다. 당연히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고, 나 스스로가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란 존재는 어떻게 되겠는가, 만은… 여기 이 사람처럼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자신이 세상을 지배(!?) -혹은 다른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하고 있었다는 믿음을 가진 한 사람.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그의 말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이기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일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제 제대로 그를 만날 수 있으니까… 

 

 옛날 옛날에… 까지는 아니고, 1947년 8월 15일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12시 정각에서 1시 사이에 태어난, 그리고 그들만의 각기 다른 특징-마법이라고 해야 할까?!-을 가지고 태어난 1001명의 아이들이 있다. 또다시 그중에서도 12시 정각에 태어난 아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살림 시나이’이다. 『한밤의 아이들』은 주인공인 살림 시나이가 자전적인 글을 쓰는 형식으로, 자신의 지난날들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 독자들은 책 속의 살림 시나이와, 다시 그의 글을 통해서 그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함께하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삶의 단계별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각각의 장에 담아낸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 능력과 자신의 존재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이의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언어를 가지고 논다’는 루슈디의 능력을 -번역을 통해서 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느낄 수 있고, 다양한 인도 신화를 통해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상황들을 그려내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인도라는 나라와 그들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로써의 살림 시나이는 자라나고자라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이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 그 시작에 대한 역사가 장황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260페이지에 달하는 제1부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관심 있게 지켜 볼 한밤의 아이들이 태어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가 1권의 절반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뭐, 좀 황당하다 싶을 정도의 분량이기는 한데, 그런 생각도 잠시다. 이 수다스런 ‘살만 루슈디’와 함께하다보면 지루하다느니 전혀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느니, 따위의 생각은 할 시간조차 없으니 말이다. 물론 살만 루슈디의 문체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부터 술술 읽히지는 않았으니… 하지만 조금의 적응만 하고 난다면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문체를 통해서, 그만이 나타내는 표현 방식과 그만의 스타일에 점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도 정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한밤의 아이들』 역시도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여기서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전체적인 이야기나 다양한 캐릭터, 그리고 순간순간 맞이하는 상황들에 어떤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책 속에서 살만 루슈디는 영화적 기법을 활용한 묘사를 여기저기 담아둔다. 특히나 1권의 마지막에서는 대놓고 ‘(페이드아웃.)’이라고까지 나타내고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아니라, 이 이야기는 살만 루슈디의 글로 만나야지만 이 소설의 특성들을 보다 확실하게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가 -문득이지만…-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을 무려 세 번이나 수상해 세계문학사에 남을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는 이 작가, ‘살만 루슈디’… 역시 그 명성에 걸맞은 모습으로 약간의 아쉬움은 커녕, 이런 생각까지 하게 해주는구나, 싶다.

 

 다양한 인도의 모습, 그 속에서 삶을 고뇌하는 아이의 모습, 그를 통해서 다시 바라보는 인도라는 나라. 어느 순간 시작된 살림 시나이의 불가사의한 능력을 통해서 마법을 경험하는 멋진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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