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었다. 제자이자 저자이기도 한 미치 앨봄이 그의 스승 모리 슈워츠와 매주 화요일마다 삶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을 기록했다. 그 지혜를 나누는 것이 아름답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루게릭 병에 시달리는 모리 교수에게 미치 앨봄은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드려도 드시지 못하는 장면도 있으며 모리 교수의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 것도 다 묘사했다. 실제 인간 사이의 따뜻한 이야기가 참 인상적으로 남았다.

미치 앨봄의 다른 작품인『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에디는 80살이 넘은 바닷가의 작은 놀이공원인 ‘루비 가든’에서 정비공으로 일한다. 그의 생일날에도 그는 출근해서도 일하며 다른 사람들과도 깊이 있는 관계를 갖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놀이공원의 프레디 낙하라는 놀이기구에서 카트 한 칸이 느슨해져 케이블이 풀리게 된다. 위험한 놀이기구에서 4명의 사람들을 구했지만 거기에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에디는 아픈 다리를 끌고 기구에 다가간다. 그리고 작은 두 손이 잡히면서 충격을 받는다. 여자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여자아이를 구하다 에디는 죽었고 다섯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책에는 그의 죽음부터 사후 세계에 대한 묘사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주인공 에디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된 후가 짤막하게 소개된다. 소설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한다. 그에게 끝이 없다면 시작이 무슨 가치를 갖는 것일까. 노인들에게도 어린 시절은 있었다. 끝과 시작은 연결되는 것이다.

제목에서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이라면 다들 부모나 친구, 지인과 같은 그에게 아무 상처 없이 행복하게 지낸 사람들만 나타나게 될 줄 알았다. 그리고 이제 좋은 경험만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예상을 뒤엎었다. 56쪽을 보면 에디가 첫 번째 만난 사람에게서 “사람들은 천국을 파라다이스 동산처럼 생각하지. 구름을 타고 둥둥 떠다니고, 강과 산에서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곳 말이야. 하지만 어떤 위안도 줄 수 없는 풍경은 무의미하다네.”라는 말을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선입견을 벗고 에디가 어떻게 삶을 살고 평안을 얻게 되는지 그 과정이 보여준다.

그가 만난 첫 번째 사람은 에디가 제대로 본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에디의 어린 시절 야구공을 갖고 놀다 길가로 날아가 그것을 줍다가 요제프 코발츠비치라는 이름의 남자가 모는 차가 경로를 이탈하면서 트럭에 받혀 죽고 만다.

그러면서 “그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번개가 내리치기도 하고, 막 탑승 시간을 놓친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하지.(72쪽)”라고 말해준다. 꼭 죽음만이 다른 사람에게 양보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원한 대학에 다른 사람이 떨어준 덕에 붙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이 취업되지 않아서 내가 거기서 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모든 일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주변에 감사한 마음을 지니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 같다.

에디가 두 번째 만난 사람은 전쟁에서 만났던 대위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멋지게 전쟁에 참가해 적들을 죽이고 승리로 이끌어 훈장을 받거나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의 무용담이 아니다. 에디와 전우 몇 몇이 포로가 되었다. 포로가 된 후의 상황이 무척 열악했다. 죽은 호박벌이 둥둥 떠다니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아파도 탄광에서 석탄을 채취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 묘사된다. 그때 에디의 기지로 포로 모두들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디가 헛간에서 누군가 발견한 것 같아서 그 안에 들어가려는 것을 대위가 다리를 쏘아서 억지로 데리고 나온다. 다리가 불구가 되면서 그는 더 좋은 직장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이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와 함께 어제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에디의 아버지였다. 그는 무관심에 폭력까지 휘둘렀다. 요즘 아빠들은 달라지는 중이지만 6,70년 전의 많은 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대했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였지만 친구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그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다. 세상에 나쁘기만 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비록 가족에게는 잘 못하더라도 그에게 도움과 해를 입힌 사람이라도 위험에 처하면 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 만난 사람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마거릿이다. 그녀는 비록 서로 젊은 시절에 만나 결혼했지만 자식이 없는 문제로 인해 갈등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툼을 마지막으로 영영 아내를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에디의 아내는 다시 만난 에디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잃어버린 사랑도 여전히 사랑이에요, 여보. 다른 형태를 취할 뿐이죠. 가 버린 사람의 미소도 볼 수 없고, 그 사람에게 음식을 가져다줄 수도 없고, 머리칼을 만질 수도 없고, 같이 빙빙 돌며 춤을 출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런 감각이 약해지면 다른 게 강해지죠. 추억 말이에요. 추억이 동반자가 되는 거예요. 당신은 그걸 키우고 가꾸고 품어 주죠. 생명은 끝나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끝이 없어요(238).’

특별한 사고를 제외하고는 부부가 동시에 사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이 먼저 갔을 때 얼마나 이 말이 위안이 되어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만난 이는 소녀다. 그 소녀는 그가 필리핀에서 구하기 위해 헛간에 들어갔을 때 있었던 소녀였다. 그는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숨어있던 곳에 있던 소녀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인생을 불태워 새 생명을 구한다.

이 소설에서 흠 없이 무결점의 인생을 산 등장인물은 아무도 없다. 에디를 처음 구했던 남자는 병 치료를 위해 약을 먹다 파랗게 변해서 에디가 일하는 루비 가든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난 남자는 비록 에디의 목숨을 구하기는 했지만 아군이자 자기 부하인 남자의 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다. 세 번째 만난 아버지는 비록 친구 미키의 목숨을 구하기는 했지만 가족에게 냉담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네 번째 만난 마거릿은 아이가 없어 에디와 다툼이 있었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마지막으로 만난 소녀는 자신의 목숨이 사는 대신 아이의 목숨을 잃고 만다.

그는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끊임없이 질문한다. 자신의 인생이 낭비된 것 같아 소녀를 구했는지 물어본다. 꼭 사람을 살리지 않더라도 의미있는 일들을 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

탑골공원에 가보면 어르신들이 세월의 희로애락을 담은 눈을 지닌 채 그냥 앉아 있다. 그러나 80살이 넘은 에디는 자신이 가진 직업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그의 희생으로 생명까지 살린다.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자신이 하던 일에 대한 지식이나 삶의 지혜를 나누거나 아니면 마지막까지 봉사활동이라도 하며 산다면 그의 인생은 단 한순간도 헛되지 않은 것이리라.

미치 앨봄의 책은 요즘 중요시되는 물질을 늘려주는 경제서도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는 원동력인 처세서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읽히는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개인화, 정보화의 발달로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떻게 이익이 될지 간파하기 쉬워졌다. 학교 교사나 교수는 공인점수를 잘 받기 위한 한때의 관계일 뿐이고, 주변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알고 함께 일하다가 그것이 끝나면 금방 헤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외로움을 느낄 뿐이다. 인구는 계속 늘어 가는데 점점 더 외로운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은 어쩌면 남과의 관계에서 손해 보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남을 도왔던 일에 기뻐하고 남을 상처 줬던 일에는 반성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누가 나에게 도움을 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점점 차갑게 군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 누구를 봐도 잘 하려 했지만 그 사람이 내게 플러스가 되지 않으면 나눠졌다. 그러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에디의 목숨을 살렸듯 어떤 사람이 어떻게 내게 도움을 줬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났던 추억이 떠올랐다. 삼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부모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그네와 시소를 타고 놀았던 때가 있었다. 나도 찻길에서 막 뛰다가 차가 ‘끼익’하고 서며 멈춘 적이 있었다. 비록 나도 운전수도 그 누구도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운전자분께서 순발력있게 차를 세우지 않으셨다면 큰일이 났을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한참 시험 직전에 생일이 걸렸는데 케이크를 챙겨주던 친구와 대학 때 수업 내용을 꼬치꼬치 물어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던 교수님, 그 외에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던 사람들. 결국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며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울고 웃는 일이 생긴다. 괴로웠던 순간도 추억으로 남아 인생의 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나쁜 일이 없었다면 좋은 일에 대한 고마움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74쪽에 에디가 “당신의 죽음에서 좋은 게 뭐가 있소?”라고 묻자 “자네가 살았지.”라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는 “타인이란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라네.”라는 말을 덧붙인다.

아마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이 자신 혹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들 위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에서 시장이나 마트에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없다면 입고 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당장 굶어야 할 것이다. 서로서로의 도움이 없는 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타인이 곧 가족 아닐까. 그런 걸 인식한다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아질 것이다.

이 책은 청년과 장년, 노년의 사람들에게는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지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어려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 없이 살 수 없다. 부모님의 희생으로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받고 어른들이 교육을 해 공부할 수 있으며,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모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천국에서 만날 네 사람의 얼굴을 그려본다. 아직 살아 계시지만 언젠가 내 곁을 떠날 부모님과 상처와 기쁨을 주고받았던 직장 동료, 언제만 고마웠던 지인. 그리고 일면식 없이 전혀 모르지만 내게 큰 도움을 주었을 그 누군가. 오랜만에 소설속 주인공 에디처럼 과거 속 여행을 한 기분이 들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적도 많았다. 다양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더 잘할 걸 ‘아차’ 싶기도 하고 참 잘했다 싶기도 하다. 기쁨만이 아니라 상처도 추억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들에게는 어떤 일을 하려는데 잘 안 되면 이런 말을 한다. 외모가 부족해서, 학벌이 떨어져서, 인맥이 없어서, 없어서, 없어서.

이 책의 주인공 헨리는 성인키 120cm로 장님에 휠체어를 탄다. 보통 사람들보다 없는 조건이 많다. 하지만 그로 인해 좌절하지 않는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을 알고 모차르트와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고, 학교 다닐 때 들었던 스페인어가 마음에 들어서 대학에서 전공한다.

헨리의 남과 다른 탄생부터 기형을 고치기 위한 몇 차례의 수술을 거쳐 음악에 빠져들면서 마칭밴드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들어 있다.

책을 통해 배운 점은 우선 ‘받아들이기’였다. 자신의 내부든 외부든 뭔가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책에서는 레몬이 가득 든 가방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레몬을 오렌지로 바꿀 수는 없지만 레몬 머랭 파이나 레모네이드로 만든다면 다른 과일과는 다른 독특한 맛으로 사람들이 찾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비록 부족한 점을 발견해도 장점으로 만들어 독특함으로 승부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구성에서 재미있는 것은 장애가 있는 주인공의 입장에서만 씌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살짝 헷갈리기는 했지만 작은따옴표 같은 모양으로 'Henry, 'Dad로 구분해서 진행된다. 핸디캡이 있는 헨리가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는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입장도 보여준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선생님(혹은 둘 다)의 큰 영향을 받으며 자란다. 특히 헨리 같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할 것이다. 그에 대한 내용이 들어감으로써 어떻게 주인공 헨리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변화하는지를 알 수 있다. 장애인을 자녀로 둔 사람이라면 자녀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좋은 참고 서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헨리의 얘기만이 아니라 그의 부모의 얘기도 감동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여자가 임신으로 양수검사를 했을 때 장애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하자 외국으로 갈 생각을 했다고 한다. 미국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아이가 웃을 수는 있는지(142쪽)’, ‘아드님은 몇 살인가요?(145쪽)’, 혹은 아이들이 ‘넌 왜 걸을 수 없는지’ 묻는다. 만약 헨리의 부모가 지적받는 것만 신경 쓰고 숨기기만 급급했다면 그는 피아노 연주를 할 수도 없고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헨리의 어머니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조차 그 아이에겐 어려울지 모르죠.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아둬요. 그 아이도 자기 능력 안에서 뭐든 될 수 있다고요(143쪽).”라고 말한다. 못하는 것에 마음을 쓰기보다는 잘하는 것만 잘하면 된다.

헨리도 자신의 상태를 비관해 적당히 포기하고 살아가지 않았다. 피아노를 하루에 몇 시간씩 치면서 실력을 키웠다. 어쩌면 단점이 그에게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청각의 민감해져 음악을 듣는 능력이 남보다 낫고(레이 찰스나 스티비 원더 같은 눈이 안 보이는 음악가처럼), 휠체어로 움직여야 할 만큼 움직이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한 자리에 앉아서 오래 연주 연습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 만큼 잘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람 누구에게나 한 가지의 가능성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뚱뚱해도, 집에 돈이 없어도, 뭔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는 어떤 약점이 있어도 그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 더 몰두해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낼 수 있으리라 여긴다.

변명은 집어치우고 가능한 것에만 몰입하라,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니 디지털 카메라지만 5년 정도 사진을 찍다 보니 뭔가 잘 찍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구도와 각도 같은 것의 중요성을 서술하고 있지 않다. 첫부분에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19쪽)'라며 대상과 빛에 대해 좀 더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또한 책의 내용을 보면 시도 인용하고, 다른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한다.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보고 느끼는 사진 속에서 사진의 내용이 되는 질감과 명도를 제대로 살리 수 있도록 사진가의 섬세함을 기르는 일이다(81쪽)라고 한다. 이 정도면 뒤늦게 출발한 예술장르인 사진의 예술성을 한 차원 높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진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엇을 어떻게 찍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정밀한 관찰력, 3,4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으로 '생생'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진을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기록하는 도구가 무엇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102쪽)'라는 부분 역시 사진의 정체성이 기술과 기계에 있지 않으며 예술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으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인화의 고통(?)스런 과정에도 참가해 보고 싶다. 그러나 디카든 필카든 대상과 그에 대한 예술성이란 무엇인지 또 들여다 봐야할 것 같다.
책의 제목에 '강의'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서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책일 줄 알았지만 '노트'에 방점을 두어 크기는 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크고 150쪽의 날씬한 책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글은 예술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는 책을 빌려주는 사서가 있고, 책을 빌리는 이용자가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연'이 있다.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라는 책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집에서 독립할 때 도서관이 근처인 곳에 살 곳을 마련했을 만큼 도서관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좋아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전 안을 죽 훑어보니 삽화가 꼭 70,80년대 것 같아서 약간 실망했으나 책 내용은 반대로 흥미진진했다.  


이 책의 첫부분부터 보통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맑은 날엔 밖에서 놀라고 하지만 그에 대해 반기를 든다. 주인공 시오리는 이혼한 어머니와 사는 요야마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다.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5가지 이야기는 추리소설만큼 재미있다. '내 책'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도서관에서 미아가 된 마사에라는 아이와 두문자(頭文字)가 연결되는 책의 제목은 책과 사람이 어떻게 큰 연관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다음의 '기나긴 여행'은 100년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몇 십년 만에 책을 반납하는데 그 과정의 슬픈 시대 현실이 보여진다. '남자는 이 따위 여려빠진 소설은 읽지 않는다(76쪽)' 때문에 책을 늦게 돌려준다. 그러나 책은 누구나 읽을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도서관이 엄숙하고 지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부모 밑에서 자라는 주인공, 미아가 될 뻔한 꼬마, 도서 반납함에 물을 붓는 청소년 등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에는 도서관의 인연이 어떻게 아빠를 만나는 데까지 연결되는지 마법같이 보여준다. 
 

이 책에는 재밌는 표현도 있는데 예를 들어 '실용서는 ‘사용하는 책’이고 동화는 ‘읽는 책’이다(138)'라는 부분에서 나도 책에 대한 새로운 분류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전까지 어린아이들을 보면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굴어 좀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자꾸 사서에게 시끄럽게 말을 거는 이용자도 보면 좀 불편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이어떤 재미있는 사연을 갖고 있을지는 않을까 궁금해진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지적, 추리적 놀이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의 정복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제목이 꽤 흥미로웠다. 버트란드 러셀이란 철학자가 꽤 센 제목을 붙였는데 과연 그의 글대로 행복을 정복할 수 있을까 싶어서 책을 읽게 되었다.  
 

크게 두 가지 장으로 나뉘어지는데 '왜 행복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려주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불행한 이유로는 하나는 자신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로 나뉜다. 
 

내적으로는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17쪽)'와 같은 방법을 취하고 외부적인 이유로는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그 때문에 여가를 즐기지 못하면 너무 비싼 대가라고 하고 지나치게 인습에 굴복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방법으로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며, 나 혼자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세상은 서로 이어져 있음을 얘기한다. 
 

특히 뒷부분의 여성과 자녀들에 대한 문제는 이 책이 1930년에 출판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했다. 여자가 결혼해 집안일만 해서는 남편에게 인정받지 못하니 일을 하라는 말을 하고(그러나 러셀 역시 남편이 집안일을 거들어야 한다고는 쓰지 않았다), '대를 끊지 않으려면, 부모 노릇이 부모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211쪽)'는 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인생의 폭을 한 두 가지로 제한해서 그에 집착하고 성취하지 못했을 때 괴로움을 안겨주니 끌리는 것이면 여러 가지에 관심을 두라는 말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루지 못한 것에는 크게 마음을 두지 말라고 한다. 또한 사회의 기준에 너무 맞추려는 것도 불행을 안겨준다라고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저절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수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