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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2
미도리카와 세이지 지음, 미야지마 야스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4월
평점 :
도서관에는 책을 빌려주는 사서가 있고, 책을 빌리는 이용자가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연'이 있다.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라는 책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집에서 독립할 때 도서관이 근처인 곳에 살 곳을 마련했을 만큼 도서관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좋아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전 안을 죽 훑어보니 삽화가 꼭 70,80년대 것 같아서 약간 실망했으나 책 내용은 반대로 흥미진진했다.
이 책의 첫부분부터 보통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맑은 날엔 밖에서 놀라고 하지만 그에 대해 반기를 든다. 주인공 시오리는 이혼한 어머니와 사는 요야마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다.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5가지 이야기는 추리소설만큼 재미있다. '내 책'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도서관에서 미아가 된 마사에라는 아이와 두문자(頭文字)가 연결되는 책의 제목은 책과 사람이 어떻게 큰 연관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다음의 '기나긴 여행'은 100년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몇 십년 만에 책을 반납하는데 그 과정의 슬픈 시대 현실이 보여진다. '남자는 이 따위 여려빠진 소설은 읽지 않는다(76쪽)' 때문에 책을 늦게 돌려준다. 그러나 책은 누구나 읽을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도서관이 엄숙하고 지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부모 밑에서 자라는 주인공, 미아가 될 뻔한 꼬마, 도서 반납함에 물을 붓는 청소년 등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에는 도서관의 인연이 어떻게 아빠를 만나는 데까지 연결되는지 마법같이 보여준다.
이 책에는 재밌는 표현도 있는데 예를 들어 '실용서는 ‘사용하는 책’이고 동화는 ‘읽는 책’이다(138)'라는 부분에서 나도 책에 대한 새로운 분류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전까지 어린아이들을 보면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굴어 좀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자꾸 사서에게 시끄럽게 말을 거는 이용자도 보면 좀 불편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이어떤 재미있는 사연을 갖고 있을지는 않을까 궁금해진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지적, 추리적 놀이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