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찰리와 초콜릿 공장 (2disc) - [할인행사]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초콜릿 먹기를 매우 즐기는 나로서는 초콜릿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온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웠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라니 이보다 더 달콤할 순 없으리라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와 들을 거리, 좋아하는 배우들이 주연(헬레나 본헴 카터, 조니 뎁, 프레디 하이모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황금표를 받은 아우구스투스. 뚱뚱한 사람은 얼굴에 음식을 묻혀가며 먹는다는 편견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부터 서서히 불신감이 들었다(다른 감독도 아니고 팀 버튼이? '빅 피쉬'에서는 북한군을 안 좋게 희화화하더니).
윌리 웡카가 만드는 초콜릿은 독특하기는 했지만 문제점만 보였다. 초콜릿을 왜 텔레비전으로 받아야 할까(커다란 초콜릿이 그만큼 축소되는 것은 얼마나 낭비인가). 텔레비전은 보지 말라면서 바깥에 나가서 사지 않게 하는가(초콜릿 상점 주인들 다 실직자 되겠네). 힘든 엄마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풀코스의 식사를 대신할 껌 개발보다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엄마(아내)를 도와줘선 안될까.
찰리를 제외한 나머지 애들이 갖고 있는 단점이라는 것 중 몇몇은 개발해 줘야 할 덕목 같았다. 무술을 즐기는 바이올렛, 얼마나 보기 좋은지, 그런 목표에 대한 성취감이 강한 아이가 뭐가 나쁘단 건지. 잘난 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절해 주면 되지 않을까.
황금표를 해킹해서 얻은 마이크, 그 애는 과학과 기술에 능통한 말을 계속 한다. 그런데도 "네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그것만큼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어디 있을까. 이 말은 그 소년의 아버지 뿐만아니라 윌리 웡카까지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그 아이가 삐뚤어지게 된 계기는 자신의 천부적 재능을 몰이해로 무시하는 어른들 때문은 아니었을까. 텔레비전을 봐서 아이가 그렇게 똑똑해졌다면 애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은 보게 하겠다.
영화 속 아이들은 21세기 어린이들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뚱뚱한 아이, 응석받이(자녀가 하나, 둘밖에 없는 가정의 상당수 애들에게 해당), 지나치게 도전적인 소녀, 똑똑하지만 폭력적인 소년. 그런데도 착한 애만 고집하다니 80%는 포기하고 20%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초등부 학원강사직을 해 보니 착한 애들은 상대적으로 대하기 훨씬 쉬웠다. 문제는 착하지 않은 애들이다.
'윌리 웡카'가 아닌 '니나 웡카'라면 다섯 명의 황금표를 가진 아이들 모두에게 기회를 주겠다.
살찐 아우구스투스를 위해 저지방, 무설탕에 풍부한 맛과 영양소를 지닌 초콜릿을,
응석부리고 예민한 버루카에게는 정서적으로 안정시켜주며 인내심을 길러주는 초콜릿 개발,
두 아이는 광고 모델로 쓰면 좋을 것 같다.
승부욕이 강한 바이올렛에게는 영업직을 제의,
해킹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마이크는 명예기술자로 초빙할 것 같다. 특히 이 아이는 기술상의 오류를 잘 파악해내는데 특이한 제품에 대한 자문을 맡길 것이다.
그러면 제목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아니라 그냥 '초콜릿 공장'이어야 하겠지.
그러면 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가 어른들만 잘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회성 있고 조직력이 있는 사장이 될 자격이 있는 아이라면 그 황금표 동기들을 최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사장은 아무나 하나).
나머지 애들이 배제된 이유는 다 "하지 말라"는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모험하며 자라는 것이 아이들 아닐까. 윌리 웡카가 "부모들은 억압만 한다"고 했는데 네 명의 아이들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길고 납작한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쓰레기에 뒤덮인 모습 등을 보면서 정작 자신이 가장 억압하는 인물로 보였다. 다치지도 않는데 초콜릿 강에 빠지면 어떠며, 수백 마리의 다람쥐 중 한 마리 주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우며, 텔레포터 하는데 자신을 가지고 실험했다면 대단한 일일 것이고, 신제품을 씹어보는 용기에는 감탄했다.
그런데도 윌리 웡카가 인정한 것은 오직 착한 마음씨일 뿐이다. 주변의 문제점을 간과하고 야단만 치면서 적극적으로 해결해보려고 하지 않는 사이에 문제점을 지닌 아이들은 더욱 마음의 상처를 받고 어긋나기만 할 것이다.
극장문을 나서면서 난 그 좋아하던 초콜릿에 대한 입맛이 뚝 떨어졌다. 난 찰리처럼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강하지 않고, 착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잠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완전히 헤어져야 한다는 조건만 아니라면). 팀 버튼의 초콜릿은 겉모습이 기발하기는 했지만 낡고 고루한 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