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지난주,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왔습니다. 뮤지컬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 화제성처럼 역시 굉장했습니다! 뮤지컬이 끝나자 관객들 모두 기립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더군요. 무대도, 음악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왜 뮤지컬계에서 옥주현과 박은태 두 배우의 주가가 그리 높은지를 실감했습니다. 6월 18일까지 상연되니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작품,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했던 1995년 동명의 영화도 큰 인기를 기록했던 바 있지요. 이번 뮤지컬은 2014년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의 라이선스 버전이라고 하네요. 작사와 작곡을 맡았던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은 이 작품으로 토니상 2관왕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미국 작가 로버트 제임스 윌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거예요. 그렇지만 소설은 1992년, 무려 25년 전 작품인 만큼 책을 직접 읽지 않은 채 뮤지컬이나 영화를 감상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고요. 도대체 원작이 어떠하기에 이처럼 스크린과 무대에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서는 전 세계 5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고, 국내에서도 1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던 책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명구절들과 함께 뮤지컬의 장면들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겠습니다. 뮤지컬과 함께 보셔도 좋고, 뮤지컬을 감상하기 힘들다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 작품에 대한 일정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붓꽃 밭에서, 먼지 이는 수많은 시골길에서 피어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이것은 그 노래들 중 하나다.”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시작에 앞서, 9페이지

     

뮤지컬에서도 다양한 대도구와 소도구들로써 프란체스카가 살고 있던 ‘시골’이자 ‘농촌’ 아이오와 주의 배경들을 잘 묘사했습니다. 특히 프란체스카의 영혼을 짓누르던 거대한 ‘옥수수밭’이 기억에 남습니다. 원작 소설의 첫 문장처럼, 이 작품은 바로 그 흔하디흔한 시골길에서 피어오르는 노래입니다. 자연의, 우리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우리는 모두 로버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 존슨이 될 수 있습니다.



2. “이제 쉰두 살의 나이에 그는 아직도 광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소년시절 벽에 붙여놓은 거의 모든 장소에 가보았고, 래플즈 바에 앉아 있거나, 칙칙 푹푹 소리가 나는 배를 타고 아마존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낙타를 타고 라자스탄의 사막을 건널 때는 그런 곳을 방문해 그곳에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다.”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킨케이드, 31~32페이지


역시 뮤지컬보단 소설이 주인공들의 과거와 내면의 모습들을 더욱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 줍니다.로버트 킨케이드가 프란체스카 존슨을 만나기 직전의 서술입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남달리 진지하고 섬세하며, 예술가적인 풍모를 갖춘 채 성장해 왔죠.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이들에겐, 삶의 신비로움을 손에 쥔 ‘마법사’와 같은 인물입니다. 중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완벽한 빛을 향해 전 세계를 누비는 사진가 소년. 



3. “프란체스카 존슨에게는 정말로 그를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지성적인 면모가 풍겼다. 그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열정이 있었다. 비록 그로서는 그 열정이 어떤 방향으로 향해 있는지,혹은 방향이라는 게 있기나 한지, 정확히 알아차릴 수는 없었지만.”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프란체스카, 61페이지


이번엔 프란체스카의 차례입니다. 프란체스카는 소설에선 비교문학 학위를 따고 영어 교사로 활동했던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뮤지컬에선 화가의 꿈을 접은 것으로 나오고요. 뮤지컬에서 프란체스카가 ‘그림을 그린다’는 설정이 중요하게 다뤄진 것처럼, 소설에선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둘 다 영문학에 조예가 깊다는 설정이 둘의 교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소재로 쓰인답니다.



4. “프란체스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초지와 초원의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 하늘 색깔에 흥분하는 사람, 시를 약간 쓰지만 소설은 그다지 많이 쓰지 않는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기타를 치는 남자,이미지로 밥벌이를 하고 장비를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남자. 바람처럼 보이는 남자. 그리고 바람처럼 움직이는 남자. 어쩌면 바람을 타고 온 사람.”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길 혹은 떠도는 영혼, 83페이지


프란체스카가 바라보는 로버트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이죠? 뮤지컬에서 로버트 역을 맡은 박은태의 경우,훌륭한 가창력과 연기, 그리고 몸매(...)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뮤지컬을 보며 안타깝게도 그가 지나치게‘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소설 속의 설정은 로버트가 쉰 두 살, 프란체스카 마흔 다섯으로 나오는데요. 옥주현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30대 후반인 박은태에게 로버트가 가진 중년미, 시간이 빚어내는 원숙미를 기대하긴 조금 어려운 노릇이었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개봉 당시 65세였던 것과 대비됩니다.)



5. “현대의 저주는, 장기간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곳곳에서 남성 호르몬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죠.국가 간의 전쟁이나 자연 파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서로 이간시키고,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에서 멀어지게 하는 그런 공격력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죠.”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다시 춤출 수 있는 여유, 133페이지


1990년대 한창 이 소설의 열풍이 불 때, 미국에서도 작품이 ‘불륜을 미화했다’고 꽤나 논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가 로버트 제임스 윌러는 왜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둘은 왜‘영혼의 동반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아주 꼼꼼하게 묘사해 둡니다. 여기엔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낼 때 그가 펼치던 일장 연설 중 한 토막을 옮겨 보았습니다.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적인,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따뜻하면서도 독립적인 로버트의 성격은 무척이나 매력 있습니다.



6. “당신은 낡은 배낭이고, 해리라는 이름의 트럭이고, 아시아까지 날아가는 제트 여객기예요.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구요. 당신 말처럼, 당신의 진화 가지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면, 나는 당신이 빠른 속도로 그 골목을 치고 나가길 바라요.”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길 혹은 떠도는 영혼, 147페이지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이별을 할 때 프란체스카의 긴 대사 중 일부분입니다. 소설에서 둘의 사랑과 이별은 뮤지컬보다 진중하고 지적입니다. 뮤지컬에선 좀 더 감정적이고 격하죠. 점점 더 방랑자와 단독자를 인정하지 않는 이 현대사회에서, 로버트는 ‘마지막 카우보이’로 남아야 할 운명을 예감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봐 주는 프란체스카도 멋지고요.



7. “모순은 이런 점이야. 만일 로버트 킨케이드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오랜 세월을 농촌에 머무를 수 있었을 것 같지가 않구나. 나흘 동안, 그는 내게 인생을, 우주를 주었고, 조각난 내 부분들을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 주었어.”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나이트호크’ 커밍스와의 인터뷰, 205페이지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멋진 구절이라고 생각되는 프란체스카의 말입니다. 함께 떠날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떠나지 못함으로써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는 삶의 역설….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대본에선 프란체스카의 고향, 이탈리아의 나폴리가 둘을 더 긴밀하게 이어주는 모티브로 형상화 되었는데요. 소설은 굳이 이탈리아라는 배경을 부각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두 인물의 ‘온전한’ 영혼의 목소리가 더 훌륭하게 묘사되어 있으니.



8. “나는 단순하고 우아한 곡을 쓰고 싶었지. 복잡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 단순함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거요.”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나이트호크’ 커밍스와의 인터뷰, 205페이지


마지막 구절입니다. 이 장(章)은 뮤지컬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인데요. 작품의 여운을 더욱 깊게 각인시키는 작가의 훌륭한 에필로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설을 읽으실 분들을 위하여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즐거운 독서 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세트 - 전5권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오공훈 외 옮김 / 시공사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영롱하고도 감각적인 표지들이 아름답네요.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세트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낯선 땅 이방인』, 첫 휴고상 수상작인 『더블 스타』, 국내 최초 출간되는 하인라인 중단편 모음집 『하인라인 판타지』 등…. 그 구성만으로도 국내 사이언스픽션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은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와 함께 ‘세계 3대 SF 거장’이란 칭호를 지니고, 미국 SF 작가협회가 뽑은 ‘최초의 그랜드 마스터’라는 영예를 가진, 말 그대로 ‘레전드’ 작가입니다. 스티븐 킹, 커트 보네거트, 코니 윌리스, 폴 앤더슨, 톰 클랜시 등등의 엄청난 후배 작가들이 서슴없이 존경을 표현하는 거목이기도 하죠.


그러나 그의 걸작선 다섯 권을 읽노라면, 어느새 이런 거창한 작가의 이력과 위상 따위는 잊어버리게 됩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하인라인 특유의 속도감과 필치에 푹 빠진 채 몇 시간이고 책의 스토리를 탐닉하게 되는 거죠. 후대 SF 작가들에게 묻어있는 ‘하인라인의 흔적들’을 찾는 일은, 책장을 덮고 난 뒤에 따라오는 소소한 재미입니다.


여러분께도 로버트 하인라인 읽기의 재미를 작게나마 나눠드리고 싶군요. 여기선 그의 걸작선 다섯 권 중에서 8개의 문장을 골라 보았습니다. 80개의 금싸라기 같은 문장들에서 1/10로 줄이느라 괴로웠습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을 읽으세요, 여러분. (인생과 책에 대한) 묵은 체증과 지루함이 쑥 내려가리라고 감히 자신합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명문장(1)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쇼 비즈니스의 가장 오래된 금언이다. 아마 딱히 철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겠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에는 보통 논리적 증명이 필요 없는 법이다.”


― 『더블 스타』, 59페이지


# 왕년엔 잘 나가던 퇴물 배우 로렌스 마이스가 정치적 음모와 투쟁이 얽힌 우주적 무대로 진출(?)하는 순간, 로렌스의 단상입니다. 『더블 스타』의 주인공은 까칠하고도 매력적인 성격을 지닌 배우인데요. 하인라인이 연극/영화 예술과 배우들의 작업에도 관심이 컸다는 게 소설 전반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명문장(2)

“만약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윤리적 기초가 존재한다면, 그 윤리는 화성인과 인류 모두에게 진리일 것이다. 어떤 항성 주변을 도는 어떤 행성에서도 진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진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결코 별을 지배하는 자리에 서지 못할 것이다. 보다 나은 다른 종족이 표리부동하다는 이유로 인류를 단죄할 테니까.”


― 『더블 스타』, 183페이지


# 서양인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지배하고 수탈했던 역사의 경험처럼, 지구인이 우주인을, 또는 우주인이 지구인을 일방적으로 억압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먼 미래에 정말로 인간이 우주의 존재와 접촉한다면 피해갈 수 없는 ‘정치적 화두’가 되겠죠. 『더블 스타』에 아주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명문장(3)

“하지만 젠장, 아무리 난감한 일을 당해도 사람을 믿어야 해. 안 그러면 한쪽 눈을 뜨고 잠들어야 하는 동굴 속 은둔자와 다를 게 없지.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길은 없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거지. 숙명이야. 결국에는.”


― 『여름으로 가는 문』, 276페이지


#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힐 배신을 당했던 천재, 댄 데이비스. 그러나 그가 다시금 타인을 믿기로 결심하며 ― ‘여름으로 가는 문’을 택하면서 ― 한탄하는 장면입니다. 결국은 숙명이라는군요.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명문장(4)

“마이크는 키스 솜씨는 없어요. 하지만 그는 키스할 때 다른 것을 하지 않아요. 상대방이 마이크의 온 우주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순간은 영원해요. 그는 어떤 계획도 없고 아무데도 가지 않으니까요. 그저 키스만 하는 거죠. 정말 황홀한 경험이에요.”


― 『낯선 땅 이방인』, 341페이지


# 1960년대 미국 히피 운동의 성서(聖書)가 되었다는 SF 소설, 『낯선 땅 이방인』입니다. 마이크, 즉 밸런타인 마이클 스미스는 유인 우주선에서 태어나, 25년이 넘게 화성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오죠. 지구의 모든 일들을 낯설어 하는 화성인의 키스 솜씨가 저렇다고 합니다…. (대단합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명문장(5)

“사람들이 왜 웃는지 알아냈어요. 그건 상처받기 때문이에요. 상처받는 것을 멈추려면 웃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 『낯선 땅 이방인』, 591페이지


# 마이크가 ‘화성인’에서 비로소 ‘인간’으로 거듭나는 순간입니다. 인간의 웃음에 관한 마이크의, 즉 로버트 하인라인의 통찰은 이후에도 몇 페이지가 이어지는데 아주 흥미롭답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명문장(6)

“죽어가는 문화에는 반드시 개인적인 나태함이 포함되게 마련이네. 나쁜 행실, 타인에 대한 사소한 배려의 부족, 부드러운 태도의 상실은 폭동보다 더 심각한 증세야.”


― 『프라이데이』, 427페이지


# 로버트 하인라인은, 좋게 표현한다면 ‘건강한 개인주의’에 관한 강력한 신뢰를 자신의 모든 작품들 곳곳에 심어두고 있습니다. 하인라인에게 이 세계를 바꾸는 건 정부나 정치 집단이나 이익 단체가 아니라, 강인하고 지혜로우며 독립적인 ‘개인’입니다. 『프라이데이』에서도 워낙 잘 묘사되어 있는 것처럼.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명문장(7)

“젠장, 어린아이는 자신의 여가 시간 전부를 우표 수집 따위에 쏟아서는 안 되는 법이다.”


― 『하인라인 판타지』, 「월도」, 323페이지


# 천재는 외롭고 괴팍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근무력증을 앓으며 세상 사람들을 모두 등진 ‘월도’가 바로 그렇습니다. 위의 문장은 월도의 은인이자 삼촌 그라임스가 그를 안타까워하며 읊조리는 말입니다. 어린아이 월도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명문장(8)

“결국 사랑은 행복하게 끝나지 않는 법이니. 삶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희망과 공포가 풀려났기 때문에.”


― 『하인라인 판타지』, 「조너선 호그의 기분 나쁜 직업」, 419페이지


# 『하인라인 판타지』의 중/단편 8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중편 소설이었습니다. 작가가 작품 앞머리에 인용해 둔 찰스 스윈번의 시 구절 중 일부인데요. 「조너선 호그의 기분 나쁜 직업」의 분위기를 은근하고도 다소 오싹하게 요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인라인의 세계에선 다소 이질적이지만, 정말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SF 작가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향수(鄕愁)’에 대해 자문자답을 합니다. 우주의 논리로 바라본 ‘향수’란 무엇일까요?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장소에 대한 그리움, 자신의 원래 우주와 비슷한 장소, 또는 자신이 절대 알 수 없는 다른 형태의 자신에 대한 갈망을 품는 인간에게서 발생.”


―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찰스 유 지음, 조호근 옮김, 시공사)



(0) 과학 소설계 3대 거장을 기리며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언젠가는 존재할지도 모르는 것, 그리고 이미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어떤 것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탐구심, 갈망과 그리움. 이것이 바로 SF 문학의 본질입니다. 작가 찰스 유의 말대로, 우리는 SF를 읽으며 다른 세계, 그렇지만 현재 우리 자신의 모습과 어렴풋하게 연결된 어떤 세계를 갈망합니다.


멀리는 1818년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출간한 메리 셸리와 1869년 『해저 2만 리』를 내놓은 쥘 베른에 이르기까지, SF 문학은 근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독특한 양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후 SF 소설들은 문명의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하고, 때로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구현에 자극을 주기도 하면서 ‘과학의 시대’에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알렸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가히 과학기술의 문화적 전성기라고 할 만합니다. <인터스텔라>와 <에이리언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SF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하는 시대입니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최고의 기사들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고, 로봇 공학과 우주여행, 유전자 조작을 다루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테드 창의 작품들은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올 줄 모르며, 어느 블로거가 자가출판한 책 <마션>은 소설에 이어 영화로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도대체 수십 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오늘은 SF 문학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세 작가, ‘SF의 3대 거장’에 관해서 간단히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이들은 요즘 시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SF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요, 당대를 살았던 과학자들의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과 자극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 세 사람에게 받은 놀라운 영감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이들은 과학소설, 더 나아가 모든 과학적 예술의 ‘고향’입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일은 과학의 눈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나아가 미래를 예견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1) 로버트 A. 하인라인: 광활한 우주에서 찾는 선(善)


“하지만 올바름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아요. 올바름이 선을 이루려면 냉혹하고 차가운 지혜가 거기에 더해져야 합니다. 지혜 없는 올바름은 항상 악으로 빠지게 마련이죠.”


― 로버트 하인라인, 『낯선 땅 이방인』 (장호연 옮김, 시공사) 785페이지 중에서


3명의 SF 거장 중에서도 가장 선배 격이고, 선구자에 속하는 이가 바로 미국의 작가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입니다. 그는 순수한 과학소설로 1940년대 후반부터 일반 주류잡지에 글을 실었던 최초의 작가이며, 과학소설이 출판 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첫 번째 작가였습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은 1975년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협회가 뽑은 최초의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되었습니다. (아서 C. 클라크는 1986년, 아이작 아시모프는 1987년 선정되었죠.)


로버트 하인라인은 20세기 중반 SF의 황금시대를 이끌면서 ‘미스터 SF’라 불릴 만큼 장르를 대표하는 다수의 걸작들을 남겼습니다. 냉전 시절, 소련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 참여한 많은 미국 엔지니어들은 어린 시절 하인라인의 청소년 SF를 보고 자라난 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사후인 1988년, 나사(NASA)는 하인라인의 공로를 기리며 나사 메달(NASA Distinguished Public Service Medal)을 수여하기도 했죠.


로버트 하인라인, 하면 역시 그의 대표작이자 1960년 휴고상 수상작 『스타십 트루퍼스』와, 동명의 영화에 등장했던 파워드 슈트(강화복), 하드한 밀리터리적 묘사, 그리고 곤충 모양의 전쟁을 벌인다는 세계관과 설정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세밀하게 설계된 SF적 세계는 이후 미국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갑옷이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측 CMC 전투복이 모두 파워드 슈트에 기원을 두고 있죠. (블리자드사는 스타크래프트를 출시할 당시 제작자 명단에 하인라인의 이름을 올려 그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세밀한 묘사와 설득력 있는 구상이 가능했던 것은, 작가 자신이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복무, 해군의 항공 공학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갖고 있던 덕분입니다. 하인리히 자신도 “자신이 말하는 바가 뭔지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야말로 과학소설 작가가 독자들에게 지켜야 할 의무라고 할 수 있다”는 당부를 남긴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인용했던 『낯선 땅 이방인』의 한 문장처럼, 로버트 하인라인의 평생의 화두이자 그의 과학 소설을 가장 빛나게 만드는 것은 <어떤 세상이 선한 세상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치적 · 역사적 · 철학적인 성찰입니다. 하인라인은 꼼꼼하게 설계된 과학적 상상을 기반으로 작품 속에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인간, 집단, 폭력, 전쟁, 권력, 여성 등등의 다양한 인류의 쟁점들을 (때로는 과할 정도로) 풀어 놓습니다. 이는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을 번갈아 지지하는 등 현실 정치에 열렬한 관심을 표하고, 몇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던 작가 자신의 정력적인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다소 계몽적인 성격의 그의 작품들에 대해 존 스칼지와 같은 후배 작가는 "액션은 훌륭하나 철학이 너무 많다"라고 언급했지만, 이러한 존 스칼지 또한 하인라인의 열광자라고 할 정도니, 그가 남겨놓은 소설들의 가치와 흥미로움을 알 수 있지요. 때로는 군국주의적이고, 파시즘적이며, 남성우월론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는 인간의 품위와 평등, 진실을 진정성 있게 추구했던 작가였습니다.


특히 하인리히의 대표작 중 한 권인 『낯선 땅 이방인』은 SF 역사상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온 한 권의 책이자, 1960년대 반문화 히피 운동의 상징이 되었던 책이었습니다. 『낯선 땅 이방인』은 화성인들에 의해 자란 후 지구로 되돌아 온 주인공 밸런타인 마이클 스미스를 그리고 있는데요. 과학소설이면서도 거의 철학소설에 가까운 이 책에서 작가는 특유의 자유주의적 필치로 당대의 위선을 거리낌 없이 비판하며, 사랑과 정치, 섹스와 종교 등의 인간 행태를 거침없는 풍자합니다.


나는 SF란, 

그것이 아무리 진부하고, 아무리 기이하더라도, 

또 얼마나 형편없이 쓰여졌던지 간에, 

그것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가정으로 인해 치유적인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변화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 명제 말이다.”


하인라인이 언젠가 남긴 이 말이 바로 그의 작품 세계를 웅변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2) 아서 C. 클라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가장 좋아하는 SF 소설을 꼽으라는 질문에 나는 오래 망설이지 않는다. 훌륭한 SF 소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충격적인 도입부와 전위적인 결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설을 꼽으라면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이외에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 작가 허지웅


1917년 영국에서 태어나 2008년 스리랑카에서 타계한 아서 찰스 클라크. 대영제국 훈장을 받고 1998년 기사 작위에 서임된 그의 이력과 작품들을 대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는 매우 ‘영국적인’(Britishness) 작가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SF 3대 거장 중 로버트 하인라인과 아이작 아시모프는 둘 다 미국 사람이고, 그 홀로 영국 국적을 가졌단 이유 때문만은 아닐 텐데요.


영국적인, 혹은 ‘잉글랜드적인’(Englishness) 것은 무엇일까요?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기파랑 刊)을 쓴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에 따르면, 영국적인 것이란 <추상적 사고나 원칙보다 구체적 세부 사항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사실이 요구할 때에만 이론을 구한다는 것>을 이릅니다.


요컨대, 영국적인 것의 핵심은 실용성입니다. 사변적이고, 이론적이고, 심리적인 사고가 아니라, 별다른 꾸밈도 과장도 없이 현실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영국 지식인의 오랜 습성이라고 하는데요.


아서 클라크의 작품들은 다른 두 거장의 유산에 비하여, 점잖습니다. SF를 통해 인간 군상의 선악과 드라마, 정치적 신념을 피력한 로버트 하인라인이나, 로봇으로 출발하여 문명사적인 거대담론으로 나아간 장대한 세계관의 아이작 아시모프와 다르게, 아서 클라크는 다소 객관적이고 관조적으로 과학기술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치중합니다. 인간과 과학기술에 관해서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사악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거나 인류가 종말을 맞는다는 등의 극적인 내용도 거의 없습니다.


다소 예외 아닌 예외라면, 그의 대표작 중 한 권이자 스탠리 큐브릭과 공동 작업한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슈퍼컴퓨터 할(HAL-9000)이 인간을 향해 잔인한 반란을 일으킨 정도라고 할까요? 인공지능 캐릭터인 HAL-9000은 이 소설과 영화를 통하여 SF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아서 클라크의 ‘영국적인’ 성향은 그가 미래학자로도 큰 족적을 남긴 사실에서 잘 드러납니다. 1945년 통신위성의 아이디어를 과학 잡지 <Wireless World>를 통해 처음 세상에 선보여, 현재 전 세계 통신망의 중요 수단이 된 ‘통신위성’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건 아서 클라크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꼽힙니다. 그는 NASA의 자문 위원을 맡으면서 GPS, 무선 네트워크, 인터넷, 태블릿 PC, 우주 정거장, 핵추진 우주선 등을 예견했습니다.



작가이자 방송인 허지웅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독서의 경험을 안겨 주었다는 『유년기의 끝』은 과연 아서 클라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을 만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류의 다음 세대는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우리들은 인류라는 종을 벗어나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철학적으로 상상합니다. 가히 SF 소설의 ‘바이블’이라는 팬들의 칭호가 아깝지 않습니다. 흥미진진하고,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최근 드니 빌뵈브가 <컨택트, 원제 Arrival>로 영화화 한 테드 창의 작품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도 『유년기의 끝』의 흔적을 찾기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언젠가 우리 인류가 사멸한 뒤 고도로 발달한 외계문명이 우리가 남긴 유물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를 다시 되살려내 또 다른 시간대에서 살아가게 해 줄지도 모르죠. 뒤를 부탁하네, 스티븐 킹.”


아서 클라크가 지난 2008년 90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생일에 남긴 말이라고 합니다. 그다지 유머러스하지도 않은 그의 ‘영국식 유머’가 한평생 그가 열렬히 탐구해 왔던 과학과 문학에 대한 신념을, 그야말로 덤덤하게 담아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3) 아이작 아시모프: 어느 천재가 창조한 ‘구원의 세계’


“SF는 오늘날 맹목적인 비평가와 철학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사소한 이야기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미래로부터 구원을 얻을 수 있다면 SF는 그 구원에 결졍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 아이작 아시모프


1920년 1월 2일에 구소련의 페트로비치에서 태어나서 192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 온 유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한 마디로 천재입니다. 물론 로버트 하인라인과 아서 클라크도 천재였지만, 아시모프는 압도적인 천재성으로 후대 독자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듭니다.


그는 평생에 걸쳐 해부학, 생물학, 심리학, 화학, 수학에서부터 어학, 역사, 지리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제에 대해 47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하였고, 10여 개의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미 10대에 작가로 데뷔하여 21세 때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세계를 건설하기에 이릅니다.


아시모프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뽐냈습니다. 자신을 ‘SF의 기둥’이라고 서슴없이 표현하는가 하면, 방 앞에 ‘천재가 일하고 있음’이란 팻말을 걸어놓는 기행(?)도 선보였다고 하는군요. 아서 클라크와 서로 자신이 더 똑똑하다고 자랑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어쨌거나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한 천재였던 것 같습니다.


SF 작가로서의 아이작 아시모프 하면, 역시 영화 <아이, 로봇>과 <바이센테니얼 맨>의 원작을 쓰고, 1942년 그 유명한 ‘로봇 3원칙’을 제창한 ‘로봇의 예술적 아버지’란 말이 가장 먼저 연상됩니다. 아시모프는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탄생시킨 로봇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로봇을 인간의 삶 속에 편입시키며, 로봇에 비로소 인간의 원칙과 감성을 불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작품들을 통해 아시모프의 세계를 파고들다 보면, 결국 모든 독자들은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아시모프의 SF적 세계관은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 집대성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광대하고 머나먼 미래를 상상하며 자신만의 ‘구원의 세계’를 창조합니다.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하여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장 압도적인 경지의 상상이자 동시에 지금 우리의 삶을 돌이켜 살피는 거대한 망원경”이라고 평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 시리즈를 통해 여러 작품들에 흩어져 있던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 자신의 주요 SF 소설들을 일명 ‘파운데이션 우주’로 창조하는 데 이릅니다. 로봇의 여명기와 쇠퇴기, 로봇 문명 전성기, 은하 제국 전성기와 쇠퇴기, 파운데이션 전성기 등으로 이어지는 장구한 세계관에서 묘사되는 아시모프의 SF적 시공간은, 단순한 픽션이라기보다 하나의 완결된 문명론적 담론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헤리 셀던 박사가 창안한 ‘심리역사학’은 아시모프를 읽지 않은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개념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어떻게 이런 세계를 창조하게 됐을까요? 물론 20세기의 현실적 배경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시모프의 상상에는 미소 냉전이라는 세계 정세와 핵무기의 위협, 이데올로기 대립이 긴밀하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예컨대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는 ‘무한’이라는 관리소가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돌려주기 위하여 핵무기 실험을 수천 년 후에서 ‘1945년’으로 앞당겨주었다는 식으로 말이죠.


더불어 그는 어쩌면 ‘소련에서 건너 온 유대인이자 미국인’이라는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인지하고 있던 건 아닐까요. 아시모프는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의 미사일 연구에 비밀리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밝혀졌죠. 그는 정통파 유대인 가문 출신이었지만, 평생 무신론의 확고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정체성의 갈등을 명민한 지성으로 통합해, 보편적인 우주와 인류의 미래를 그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의 이름 앞에 인종과 국가는 없을 테니깐요.


”아시모프는 소설이라는 모형을 사용해서 우리로 하여금 우주의 구조와 인간 정신의 구조, 기술, 시간, 그리고 역사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것도 재미있고 유치하지 않게 그려낸다. 그는 하인라인 같은 이야기꾼은 아니지만, 소설을 오락과 문제 제기의 수단으로 사용한 인간적인 과학자다. 이 점에서 그의 SF는 크게 성공하고 있다.”


로버트 스콜즈 등이 쓴 『SF의 이해』라는 책의 설명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에게 소설은 세계의 구원을 향해 상상한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 속 소녀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름’ 하면 역시나 공포, 또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작품들이 묘하게 더!더!더! 재밌게 느껴지곤 하죠. 등골을 쭈뼛하게 만들거나, 살결에 연한 소름을 돋게 만드는 범죄 이야기에 몰입하는 쾌감! 무더운 여름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미스터리/스릴러 소설들의 즐거움, 올해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거예요.  

 어느덧 6월이 가까워지고, 조만간 불볕더위가 또다시 우릴 괴롭게 만들겠지만…. 멋진 소설들을 읽으며 모두 올여름도 건강하게 나시길 기원합니다. 그래서 준비해 보았습니다. 여름의 초입에서 읽을 만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5권입니다. : )


살육에 이르는 병 

― 아비코 다케마루 (권일영 옮김)


일본은 20세기 초기부터 탄탄하게 쌓여 온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일본 추리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를 필두로, 마쓰모토 세이초, 요코미조 세이시, 렌조 미키히코, 시마다 소지, 아야쓰지 유키토 등으로 이어지는 추리/미스터리의 대가들이 각 시기별로 포진해 있죠.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의 작가들도 정확히 이러한 장르적 맥락 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축축하고 서늘한 늦봄의 기운이 서린 요즘, 여러분께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흐름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한 권의 책을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립니다. 간 후 20여 년 동안 한일 양국에서 엄청난 걸작이자 문제작으로 평가 받는 책, 바로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입니다. 

  1992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본격 탐정소설을 지향하면서도 사회적인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신본격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대세가 된 이 신본격 미스터리 소설들의 파급력은 현대 일본 추리작가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육에 이르는 병』을 <신본격>의 흐름 안에서도 가장 도드라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1)본격적인 추리소설의 문법과 2)일본의 사회적 병리를 3)치밀한 '서술 트릭'의 기법으로 완성도 높게 결합시킨 소설 본연의 가치와 재미 덕택입니다. 이 작품의 마지막 한 페이지, 한 문장을 읽는 순간, 책을 읽던 우리 모두는 충격에 빠집니다. 그 충격을 예비하는 작가의 장치들은 꼼꼼하고, 지적이면서도, 집중력이 있습니다. 일본 미스터리의 역사와 정수가 압축된 느낌입니다.  


안개 속 소녀

― 도나토 카리시 (이승재 옮김)


“그런데 소설을 보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악당이나 범인이야. 독자들은 모든 등장인물이 선하고 착한 이야기에 별로 흥미를 못 느끼거든.” 
― 『안개 속 소녀』, p.378


이 책, 어마어마합니다. 책을 덮는 순간 정말이지.... 소오름!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보다 더 묵직합니다. 범죄 행위와 그 행위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벌거벗은 심리를 탁월하게 파고든 작품입니다. 알프스 자락의 작고 조용한 산골 마을인 아베쇼에서 10대 소녀 애나 루가 실종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안개 속 소녀』는 사건이 발생한 당일 이후의 시간을 이중 삼중으로 오가면서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합니다.  
  
세간의 명성과 스포트라이트에 탐닉하는 포겔 형사는 단연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인물입니다. 그는 교활하고 비정하며, 유능하게 현실을 조종할 줄 알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거칠 것이 없는 인물입니다. 그는 “전술과 기회주의적인 성향의 절묘한 조합”인 자신만의 수사기법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언론매체의 1면을 장식하는 대형 사건”이 아니면 관심조차 주지 않는 스타 형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증거조작으로 무고한 사람을 연쇄살인범으로 몰아서 그 명성에 먹칠을 했고, 바로 이 아베쇼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여 ‘스타’의 위상을 회복하려 합니다.  

  『안개 속 소녀』를 쓴 작가 도나토 카리시는 프랑스 출생의 이탈리아 작가이자, 범죄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입니다. 연쇄살인범과 1대 1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진 실제 범죄 사건을, 비유컨대 ‘살을 직접 맞대고 분석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죠. 그는 전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데뷔작 『속삭이는 자』로 이탈리아 스릴러의 제왕으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그의 작품들 중 『이름 없는 자』와 『영혼의 심판』이 번역되었고, 특히 이번 작품 『안개 속 소녀』는 <레옹>으로 유명한 배우 장 르노가 주연을 맡아 2017년 11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마치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작품을 번역한 이승재 번역가는 도나토 카리시의 소설들에 대하여 “언제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범죄와 악의 근원을 생각하게 만드는 심오한 질문과 진정한 공포를 선사하는 새롭고 놀라운 스릴러”라고 평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심오하면서도 청량한 재미가 살아있는 그의 작품들이 더 널리 읽히길 바라봅니다. 
   

앨리스 죽이기 

― 고바야시 야스미 (김은모 옮김)


여름이 다가오는 5월의 늦봄의 날씨는 얌전치 못하고 제멋대로입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오전엔 해가 쨍쨍했다가, 소나기가 내리더니, 흐린 하늘과 가랑비를 반복하더군요. 일교차도 커서 며칠 전 한낮의 때 이른 찜통더위가 무색하게 늦은 밤엔 무척 쌀쌀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와 잘 어울리는 작품, 바로 일본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가 쓴 『앨리스 죽이기』입니다. 여기서 앨리스는 루이스 캐롤의 유명한 고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바로 그 앨리스니다. 살인 사건에 휘말리고,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앨리스, 상상이 되시나요? 
  
  약간은 얼떨떨한 소재이지만, 읽다 보면 소설 속의 환상적이면서도 잔혹한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기억 속에서 어렴풋하게 살아 숨 쉬는 루이스 캐롤의 캐릭터들 ― 흰토끼, 체셔 캣, 험프티 덤프티, 모자 장수와 겨울잠쥐와 여왕 등등 ― 과 그들이 나누는 (마치 만담과도 같은) 유쾌한 대화, 지구 위의 현실/이상한 나라를 절묘하게 오가는 독특한 ‘평행 서사’의 구성이 독자들을 몰입시킵니다. 그래서 장르적으로는 다소 혼란스럽고 돌연변이에 속하는 이 책이 일본의 주요 미스터리 랭킹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고요. 


구리스가와 아리라는 대학원생이 현실 속의 앨리스로 연결되는데요. 오사카 대학 기초공학부 박사 출신인 저자의 이력답게, 일본의 이공계 대학원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어딜 가나 대학원 생활은 참 쉽지 않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는 묘사도 흥미로웠습니다. (책의 후반부에 나옵니다.) 도마뱀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미스터리 소설, 루이스 캐롤의 동화책을 다시 한 번 읽고 싶게 만드는 범죄 소설, 바로 『앨리스 죽이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 역사를 만들다 - 예술이 보여주는 역사의 위대한 순간들 전원경의 예술 3부작
전원경 지음 / 시공아트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 역사를 만들다>는 예술 스토리텔러 전원경이 들려주는 ‘예술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예술의 역사가 아닌, 각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낸 역사와 예술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전문가 리뷰를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자 의뢰한 리뷰 입니다. 첫번째 리뷰자는 문화예술 디렉터 조진의님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도서 선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문학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학, 역사, 철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공부를 하고자 할 때는 딱히 한 분야만을 뚝 떼어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를 함께 보아야 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감상 밖에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문화사조와 같이 커다란 역사적 흐름 뿐 아니라 작가의 소소한 개인사를 이해한다라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훨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그 역사를 알기 위해 예술로서 접근하는 것은 너무도 재미있는 과정이다. 시간의 흐름을 서사적으로 보는 관점에서 그 서사위에 예술을 독자들로 하여금 접근하기 쉽게 풀어놓은 마치 촘촘한 역사 그물망을 엮어 놓은 듯한 느낌의 책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알랭 드 보통의 ‘뾰족한 모서리’라는 말을 빌려 예술이 가진 위안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살면서 부딪히는 아픔의 모서리를 치유해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말이다. 명동성당 바로 옆 아주 오래된 삼일로 극장에는 이런 문구가 아직도 붙어 있다.


“예술이 가난을 구하지는 못하지만 위로 할 수는 있다.”


예술이 가지는 힘은 삶 속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현실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위로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순간순간과 하루하루가 모여 하나의 역사가 되듯 그 치열한 삶 속에서 예술이 열어주는 공간과 시간 또한 바로 오늘의 역사를 이루었다.


적어도 교양으로서의 삶의 풍요로움을 위해서 예술을 접하고 싶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권하고 싶은 저서임에는 주저함이 없다. 예술을 직접 접하고 학습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해졌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도서와 강의 ,인터넷 강좌들 그리고 직접 보고 느꼈던 많은 작품을 통해 예술적 접하려고 노력하지만 역사라는 관점에서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정리해주는 책이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역사를 만들어 갈 때가 많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 3인방(고흐, 고갱, 세잔)이 현대를 열고자해서 그림을 그렸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불꽃과 같은 열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역사적 필연성으로 자연스럽게 현대미술의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이 책의 작가는 3인칭의 관점에서 예술이 만들어 가는 역사의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차분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자신의 감정과 역사적인 안타까움과 성취감은 잠시 접어둔 채 이야기 하듯. 설명하듯 예술로서 역사를 풀어주고 있다.


음악을 너무도 사랑하는 누군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술관에서 감상을 할 때 음악이 없어서 반쪽짜리 같다고. 그러자 사람들은 곧장 이야기 했다. 음악이 감상자의 의도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이다. 작가는 전시회장과 같은 공간을 열어준다. 작품만이 조명을 받으며 빛날 뿐이다. 우리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역사적인 사건들로 다음 전시장의 다음 작품을 하나하나 이어주고 있다.


이 책을 마치 소설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보고 다음 관심 있는 분야를 보아도 전혀 무방하다. 그렇게 전체적으로 그려놓은 예술과 역사의 조각을 작품을 감상 할 때 마다 하나씩 꺼내어 다시금 역사의 조각을 맞추어 나간다면 더욱 더 재미있을 것이다.


1.고대 이집트, 그리스로마

- 고대이집트 : 영원을 꿈꾼 왕과 여왕들

인류문명의 시작은 이집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왔지만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그 자체만으로 신비로울 따름이다.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이야기도 많지만 간결하게 이집트의 역사를 잘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이집트의 고고학적 부활에 나폴레옹의 역할과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큰 드농 관은 원래 도미니크 비방 드농(1747-1825)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서 고대 이집트 문명을 재발견하여 세상에 알린 인물이다. 더불어 로제타석의 해독과 이집트 미술의 관점, 투탕카멘과 네프르티티의 이야기, 이집트 최후의 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의 스토리들은 오페라의 <아이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등 이집트 문화가 예술작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스 로마 : 정복자 혹은 침략자

이집트의 이야기가 신화적인 느낌이라면 그리스와 로마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다큐멘터리 느낌이다. 그리스와 로마하면 전쟁장면이 가장 먼저 생각나듯이 그리스·로마의 호전성이 예술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조각에서 많이 보이는 건강한 남자의 몸은 군사력을 상징했던 것이다. 이 당시의 예술은 종교를 위한 소도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

로마로 넘어오면서 예술은 실용성을 가지게 된다. 신보다는 귀족과 황제를 조각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이야기는 예술가들 사이에서 아직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주제가 되었다.

나폴레옹이 로마 티투스 황제의 개선문을 따라 파리의 개선문을 세웠고 로마신전인 판테온은 르네상스 건축을 여는 모티프가 되었고 현재, 프랑스 국립묘지의 롤 모델이 되었다.



2.초대기독교, 비잔틴과 콘스탄티노플, 중세,십자군과 고딕

-초대기독교 : 영원한 삶에 대한 믿음

기독교가 어떻게 이렇게 오래까지 살아 남았는지 그리고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고 있다. 믿음만으로 영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독교의 기본 교리는 아직까지도 그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천지창조, 노아의 방주, 다윗과 골리앗, 아담과 이브 등구약성서 이야기 들은 너무도 유명하고 상식적인 소재들이면서 동시에 수 많은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모티프들이다. 신약의 수태고지, 예수의 부활, 최후의 심판 등의 이야기들 또한 313년 밀라노 칙령 이후 예술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 잡게 된다.


-비잔틴과 콘스탄티노플 : 잊혀진 제국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와 천년의 중세예술을 살펴보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다리와 같은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서로마는 476년 멸망이후 긴 중세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동로마로 불리우는 콘스탄티노플은 1000년을 더 제국을 지키면서 자신만의 비잔티움 문화를 키워나간다. 비잔티움 예술의 최고 걸작인 성소피아 성당의 건축이다. 지혜의 성당이라는 뜻으로 추후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침략했을 때도 성소피아가 기독교 성당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파괴하지 않았고 오스만은 이슬람의 위대함을 알리고자 성소피아 성당 바로 맞은편에 이슬람의 성전인 블루모스코를 지었다.


-중세, 십자군과 고딕 : 기괴한 혹은 성스러운

중세 문화적으로 암흑의 시대였지만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대제는 문화적 꽃을 활짝 피운다. 자신의 궁정에 미술 아카데미를 열었고 장인들을 한곳에 모이도록 했다. 이때 처음으로 그리고 로마와는 다른 중세풍의 화풍들이 등장한다. 물론 내용은 모두가 신앙에 관한 것이었다. 이를 보고 ‘카롤링거 르네상스’라 부른다. 더불어 십자군 전쟁이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4. 르네상스, 오페라와 연극, 발레의 시작

- 르네상스 : 꽃의 도시에 찾아온 봄

이제 르네상스다. 새로움이 아닌 ‘재생’의 의미인 르네상는 피렌체에서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예술이 그 꽃을 피우기 시작하며 인문학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여신으로 표현하고 로렌초 데 메디치는 조각상의 위탁아로 있던 미켈란젤로를 양자로 삼았으며 부르넬리스키는 로마의 위대한 판테온을 모티브로 피렌체 두오모를 완성했으며 라파엘로는 율리우스2세 교황의 요청으로 그의 서재에 아테네 학당을 그리게 되었다. 드디어 인간에 눈을 뜨는 예술이 시작되었다.


- 오페라와 연극, 발레의 시작 : 무대가 열리다

드디어 무대 예술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는 독일지방으로 퍼졌고 런던에서는 매일 연극 무대가 열렸다. 세익스피어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앞에서도 연극무대에서 ‘연약한 자여 그대이름은 여자’라는 대사를 자유롭게 읊을 수 있었다. 이런 무대 예술의 중심에는 기사들이 있었다. 독일 지역의 백조 기사를 토대로 이후 바그너는 <로엔그린>를 통해 중세 기사의 신비로움과 낭만을 표현했다. 또 가장 위대한 소설로 불리우는 <돈키호테>도 인간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이 당시에 만들어 진다.


5. 종교개혁, 절대왕정과 바로크, 로코코와 계몽주의,

- 종교개혁 : 분열된 유럽

종교개혁은 사회적으로는 혼란을 가져왔지만 예술에 있어서는 결과적으로 음악과 미술의 발전을 가져 왔다. 드디어 개인의 존재에 대한 자각이 시작되었으며 철학이라는 학문이 독일에서 탄생하게 된다. 인쇄술이 발전은 종교개혁을 가속화 시켰고 유럽을 소용돌이로 몰고 갔으며 민족정신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그 불안속에서 매너리즘 사조가 유행하였고 간소함과 일상에충실하자라는 프로테스탄트 예술이 탄생 하게되었다.


- 절대왕정과 바로크 : 내주는 강한 성이오

국가라는 이념 확실하게 예술에 나타나게 된다. 회화에서는 극적인 표현들이 두드려졌고 16세기 지동설 등 과학이 회화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는 스스로를 예술가라 칭하면서 절대왕정과 예술을 결합한 프랑스 바로크를 탄생시킨다. 북유럽 네델란드를 중심으로 시민예술이 싹트기 시작했으며 최초로 신들이 아닌 시민의 삶이 그림속에서 표현이 되기 시작한다


- 로코코와 계몽주의 : 귀족과 시민들이 꽃피운 예술

드디어 예술사조 또한 각 지역별로 하나의 사조가 아닌 지역적, 경제적 상황에 맞는 사조가 등장하게 된다. 루이14세는 베르사유 궁에서 최고의 예술을 즐겼다. 왕실에서 시작되었지만 로코코를 주도한 것은 귀족들이었다. 예술의 향유층이 아래로 내려갔고 시민들 또한 예술을 즐기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시민혁명을 완성시킨 시민들은 예술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걸리버 여행기와 같은 대중문학이 탄생시켰다.


6. 18세기의 유럽, 프랑스 대혁명, 독일 음악과 낭만주의, 이탈리아 통일과 오페라

- 18세기의 유럽 : 터키는 왜 예술가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나

‘오스만 투르크’는 공포와 동경의 대상이었다. 콘스탄티노플을 침공한 오스만은 공포였지만 그들이 가진 문화와 예술은 서유럽인들에게는 경이로움이었다. 오스만의 군대는 ‘메흐테르’라는 군악대는 행진곡으로 유명해졌고 모차르트를 비롯하여 많은 <터키 행진곡>으로 발전하게 된다. 빈은 문화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가 되었고 커피가 처음 소개되기도 하였다.


- 프랑스 대혁명 : 혁명, 유럽에 퍼지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은 그 이념이 미술을 통해 전파되었다. 자크 다비드는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를 통해 국가를 위해 목슴을 바치겠다라는 신념을 퍼트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직도 파리지엔들은 개인적으로는 이기적이지만 대의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혁명의 불길은 번져나가고 불세출의 영웅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유럽은 문화적 소용돌이로 접어들면서 낭만주의가 서서히 고개를 들게 된다


- 독일 음악과 낭만주의 : 검은 숲을 방랑하는 ‘겨울 나그네’

아이러니하게 당대 주요 예술가들이 흠모했던 영웅 나폴레옹의 야망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낭만주의는 싹트기 시작했다. 독일 대학생들은 통일 국가의 열망이 커져갔고 프로이센에 대한 저항운동은 낭만주의의 이념의 토대가 되었다. 좌절과 어두움 자살을 유행시킨 낭만주의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탄생시켰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만들어 냈으며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를 창작시킨다. 음악은 낭만주의 정신에 가장 적합했고 미술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예술 장르가 된다.


- 이탈리아 통일과 오페라 : 비바 베르디!

17세기 이래로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이탈리아는 예술의 순례지였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로마의 예술은 조금식 시들어 갔지만 오페라는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오페라는 ‘통일된 이탈리아’를 염원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으며 그 중심에 베르디가 있었다. 특히 오페라 <나부코>에서의 ‘노예들의 합창’은 그들의 염원을 마음껏 대변해주었다. 결정적으로 <리골레토>는 이태리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로 손꼽히며 베르디를 민족의 영웅으로 만들어 주었다.


7. 산업혁명, 인상주의 미술과 표제음악

- 산업혁명 ; 파리의 보헤미안, 낭만에 빠지다.

산업혁명은 경제적인 안정을 가져왔고 철도의 발명은 전 유럽인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1848년 2월 혁명으로 프랑스의 첫 번째 대통령이 된 나폴레옹 3세는 파리 근대화를 통해 지금의 아름다운 파리를 만들었다. 몽마르트 언덕으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고 형태를 파괴하고 빛에 의해 만들어진 색상을 강조는 인상파가 등장하였다. 모네는 원근법은 파괴하며 성스러운 비너스를 창녀 올랭피아로 치환하며 모더니즘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 인상주의 미술과 표제음악 : 햇빛과 물결을 예술에 담다

카메라가 발명되었다. 더 이상 사물을 똑같이 그릴 필요가 없어졌다. 튜브물감이 발명되었다. 이제 야외에서도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가 있게 되었다. 이런 바탕위에 인상주의는 탄생하게 되었고 세계적인 미술사조가 되어 버렸다. 모네에서부터 본격화된 인상파는 르노와르와 세잔느로 이어지면서 더욱 더 발전하였고 그 발전은 초기 인상파의 차원을 넘어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인 고흐, 세잔, 고갱에 의해 현대미술의 시작을 열어가게 된다.


음악에 있어서도 작곡가의 감정이 보다 더 깊이 표현되었다. 쇼팽과 리스트는 작곡가의 위치를 더욱더 확고하게 만들었고 표제음악이 엑트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의해서 본격화되었다. 드뷔시는 음악의 인상주의를 열었다. 모든 예술가들은 개인의 주관 그리고 발전한 도시의 역동성과 자유로움을 표현하였다.


8. 예술 산업의 성장, 빅토리아 시대

- 예술 산업의 성장 : 직업 예술가와 컬렉터의 등장

예술이 본격적으로 시민의 주도로 넘어오게 되면서 예술품을 사고 파는 ‘시장’이 전 유럽에 걸쳐 형성되었다. 로시니는 최초의 국제적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며 <세비야의 이발사>를 만들었고 이 작품은 유럽은 물론 뉴욕에서까지 공연이 열리게 되었다. 한편, 파가니니는 전 유럽 예술가들의 마음을 뒤 흔들었으며 리스트는 1천회가 넘는 독주회를 단 9년간에 해치우게 된다.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위치가 공고해지고 오케스트라도 탄생하게 된다.


- 빅토리아 시대 : 섬나라 영국의 이상한 퇴보

해가지지 않는 나라의 영국의 수도인 런던이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언론의 발전에 힘입어 찰스 디킨스와 같은 대중문학도 성장하였으며 셜록홈즈도 탄생하게 된다. 예술에 있어서는 낙후된 영국이었지만 인상파의 탄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터너의 작품도 탄생하였고 과거로 돌아가자며 진실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옮기겠다며 라파엘 전파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9. 미국과 러시아, 예술속의 제국주의

- 미국과 러시아 : 두 개의 변방

청교도들의 땅이었던 미국은 1783년 독립은 쟁취하였다. 그러나 절제를 강조하는 청교도 정신에 맞추다 보니 문화와 예술이 꽃피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19세기 전반부터 풍경화를 필두로 미국 미술은 탄생하였으며 19세기 말에는 미국문화는 개인주의와 평등을 필두로 민주주의가 발전하였다. 이런 세상을 보고 놀라서 만든 것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다.


러시아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이런 이유로 역시 예술의 토양은 척박하기만 했다. 이런 가운데도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뿐 아니라 발레와 실내악 그리고 오페라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악가가 되었다.


- 예술 속의 제국주의 : 먼 나라 일본에 대한 동경

동방 끝의 아주 멀지만 황금이 가득한 나라로 일본은 유럽인들의 마음을 뒤 흔들었다. 대항해 시대에 다다른 유럽의 강대국들은 일본의 교역을 통해 수입된 문화를 통해 더더욱 동경하게 된다. 이 동경은 단순함 동경으로 끝나는 것이아 아니라 자포니즘이라는 하나의 문화사조로서까지 자리 잡게 되고 일본의 목판화인 우키오예의 색감과 구도등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10. 20세기 초의 예술, 1,2차 세계대전

- 20세기 초의 예술 : 1913년, 위대한 마지막 1년

마침내 근대시대가 저물고 현대시대가 움트고 있었다. 피카소는 3차원을 2차원에서 표현하며 입체파를, 마티즈는 강력한 색채로 야수파를, 뭉크는 휘몰아치는 붓터치로 표현주의를 탄생시켰다. 예술적으로는 획기적인 혁명과도 같은 폭발적인 발전을 보였으며 정치적으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낙관이 넘쳤으나 1914년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함을 경험하게 된다.


- 1,2차 세계대전 : 불안에 빠진 유럽

1차 대전과 2차 대전은 이전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대전쟁이었다. 그 참혹한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많은 예술가들이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그 결과 예술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된다. 2차 대전 후 현대 미술의 중심은 확실하게 미국으로 넘어갔으며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살바토르 달리의 초현실주의와 마르셀 뒤상의 <샘>은 미술에 대한 혁명과도 같은 사고의 전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