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상이 끝은 아니다
한스 카멀란더 지음, 박규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한스 카멜란더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174cm의 신장에 63kg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는 사나이다. 8,000m급 13개 고봉을 등정 하였고, 세계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와 자일 파티를 하면서 등정했던 위대한 산악인 중에 한 명이다. 그가 이야기 하는 산에 오른 이야기는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 연속으로 8,000m급의 산을 오르는 것을 비롯하여, 최단시간 등정기록, 단독 등정 기록 등은 가히 초인이라고 할 수 있을 내용이다.

     그런 산사나이가 이야기하는 자신의 산 이야기 책인 이 책은 그가 산에 대한 생각과 그 생각을 실천해 왔던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가 얘기하는 첫 번째로 꼽는 생각은 정상이 다는 아니다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8,000m급의 거봉을 오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도 많이 들고, 생애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기회이기도 한 상황에서 거의 정상에서 100m를 남겨 두고 철수 할 수 있었던 모습을 보면 분명 그는 분명 정상에 올랐다는 것 보다는 산에 가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는 어떻게 산에 오르고 어떻게 내려 오는 가에 더 많은 비중과 생각을 했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 그가 생각하는 친구 즉 같이 산에 오르는 동료에 대한 생각이 어떠냐는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본다. 8,000m급 거봉을 오르던 초기 대부분의 자일파티는 라인홀트 메스너(1944년생)이다. 한스 카멜란더(1956년생)가 메스너와 12년의 나이차이가 있다고 하니 메스너가 형도 한참 나이 많은 형벌이 되겠다. 그런 관계에서도 서로의 생명을 맏길 수 있는 동료로서의 관계는 무척이나 어렵고도 힘들면서 또 잘 맞는 친구 관계일 것이다. 특히 고도 8,000m에서 평지의 삼분의 일 밖에 안되는 공기에 영하 4,50도의 극한의 추위 속에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상호 보완해 가면서 고산을 등정할 수 있었다고 하면 첫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잘 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내용은 책의 후반 부에 보여주는 짧은 이야기 속에 잘 나와 있다. 조깅을 하기 위해 운동화를 신고 나서는 길목에 친구들이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나누는 잡답의 시간은 당시 20대 초반의 그에게는 강력한 유혹이었을 것을 ‘7,000m에서 후들리는 다리를 상상’하면서 물리쳤다는 얘기는 얼마나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산에서 보는 숫한 죽음들을 통해 그 자신이 느끼는 고독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거대한 설산의 빙벽에서, 또는 눈 속에서 마치 잠들어 있듯이, 아니면 잠시 가빠오는 숨을 고르기 위해 쉬고 있듯이 죽어 있는 주검을 보면서 느끼는 생각을 덤덤하게 그려낸다. 그는 등반가이기도 하지만 산악구조 업무도 하나 보다. 그런 산악 구조 활동 속에 겪는 죽음의 모습도 그는 특별하게 그려 내고 있다. 이런 죽음을 보면서도 등정의 목표에는 별달리 흔들림 없이 오르고, 또한 안전하게 내려 올 수 있었다는 것 또한 놀랍다. 그가 얘기하는 고독에 대한 생각이 많아서 일까? 그의 자일 파티였던 메스너도 ‘검은 고독 흰 고독’이라는 번역책을 통해 낭가파르밧에서 단독등반을 하면서 생각하는 고독에 대해 이야기 했듯이 같이 등반하는 동료가 있어도 고독을 느끼고, 그런 고독을 느끼기 위해 산에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숫한 죽음과의 대면에서도 덤덤하게 이겨낼 수 있고, 여렇이 같이 오르는 산행에서도 자신만의 고독을 느낄 수 있는, 어찌 보면 달관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까?
 
     그의 친구들이 얘기라는 한스 카멜란더의 모습과 자신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산에 대한 생각은 분명 명쾌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가 혼합되어 산에 올랐던 경험과 그 경험 속에 느꼈던 자신만의 생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자신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있었던 생각들을 덤덤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산에 대한 애정은 그 동안의 업적과는 다르게 멋진 산사나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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