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바로 보기 - 제3판
고중숙 지음 / 여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 바로 보기”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우선 책의 두께만큼 대단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들고 펼치는 느낌이 무게감을 느껴지게 한다. 900쪽이 넘어가는 본문과 주석을 포함하면 1,000쪽에 가까워지는 무게와 두께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제목과 어울려 더욱 중압감을 실어 주고 있다. 물론 들고 다니기에도 버거워 팔의 근육을 끼워 줄 수 있다는 장점을 빼고는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할 난관이 있다. 가격도 여느 책값의 배 이상의 가격이다 보니 쉽게 선택 되어지지 않는 책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많은 고민들—책값과 책의 내용, 책의 무게, 들고 다니면서 읽는데 수월함, 등등—속에서도 막상 책을 선택하고 내 손에 쥐는 순간 뿌듯함이 밀려 온다. 책의 내용이 온통 다 나의 것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막상 책을 펼쳐 읽으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러 날을 책장에 쌓아 두다가 책을 펼쳐 들며 읽기 시작했을 때의 생각은 고등학교까지의 수학 공부했었던 내용의 재 정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학시절에는 해석학 위주로 이공계의 응용수학 위주로 공부했던 내용과 결부되어 책의 본문을 이해하는데 있어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원론적인 수학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그저 옛날에 배웠던 건데… 하는 생각만 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본문의 저자 해설을 보고서야 이해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가 서문의 내용에 밝혔듯이 이 책은 많은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 졌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수학사에 나오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지루하게 느껴지는 수학에 대한 머리 아픈 이야기라는 선입견을 깨게 한다. 수학사의 여러 위대한 천재들의 이야기에 수학적인 논리의 진수를 차분하게 풀어가는 저자의 해설은 두껍고 지루한 수학이야기라는 한계를 뛰어 넘게 한다. 또한 매 장마다 본문의 내용과 연관되는 명언과 문구를 삽입하여 그 의미와 내용을 보다 축약적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
     단순한 수학사의 이야기로 어렵고 복잡한 수식의 나열이 아닌 응용분야로 이어지는 위대한 발견의 근본이 과학사와 연관되는 내용과 현대과학의 모든 해석을 수학적인 논증을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수학사의 발전 단계에서 겪는 한계에서 새로운 가설과 논증을 통해 새로운 논리의 상아탑을 쌓아 올리는 위대한 석학들의 이야기는 무한과 우주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길고 지루한 철학적인 해설이 아닌 간단하고 간결한 수식의 정의로 그 뜻의 심오함을 보여 주고 있어 쉽게 수학의 역사와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책을 보면서 아쉬움이라고 할 내용은 책의 범위를 고교 수학과정에 한정하다 보니, 흥미진진하게 읽어 가던 내용이 대학과정의 내용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증명의 생략이나 대학과정에서 더 배워서 터득하라는 식의 설명으로 마무리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모든 증명을 덧붙이고 설명하자면 이 책의 분량을 뛰어 넘는 내용이 되리라 생각은 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고교과정을 마치거나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이공학도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책의 내용이 그 동안 배워 왔던 수학이라는 과목의 암기식, 주입식의 교육에서 어느 정도 문제 푸는 기술을 터득한 상황에 종합적인 시각과 생각을 갖도록 해 주는 내용은 무척이나 재미와 흥미를 갖게 한다. 이 책을 보는 시점이 지금이 아닌 나의 학창시절에 나와서 봤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만큼 이 책의 내용은 고교수학의 범위 내의 내용이기는 하지만 수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 심오함에 대한 맛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대학 이후의 공부해야 할 내용과 발전 방향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분량이 많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다른 책과 달리 많은 시간을 들여 읽었지만 여느 수학관련 단편들—정수론에 대한 흥미위주의 책들—을 읽었을 때 드는 허망함이 아니라 수학사에 바탕을 둔 과학의 변천 모습과 철학적인 이야기들은 다시 한번 심오한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한다. 또한 초등학교에서 교등학교까지 배웠었던 수학에 대한 개념 정리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왜 배웠으며, 어디에 쓰기 위에 배웠는지를 명쾌하게 볼 수 있었으며, 앞으로 더 배워야 할, 배우고 싶어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나의 아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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