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이한중 옮김 / 달팽이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나와 우리집 식구들은 집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심어져 있는 쟈스민의 은은한 꽃 향기를 맡으면서 매일 저녁을 보내고 있지만 그 화분 속에 있는 지렁이에 대해 그냥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이 책을 보면서 지렁이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그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의 표지 그림으로 지렁이의 사진이 있는데 그 지렁이의 외관은 결코 유쾌하지는 않다. 환형동물들의 외형과 공통적인 모습으로 원통형의 모습과 꿈뜰데는 모양은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손으로 잡고 만지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한마디로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어 만진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렁이에 대한 생각을 풀어 가는데 있어 저자는 그 이야기의 전개가 재미 있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을 시작으로 각 장 별로 풀어가는 내용은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과나무에 대한 상상과 그 땅 속 세계의 모습은 우리가 쉽게 접하거나 보아 왔던 세계는 분명 아니다. 그런 세상에 대한 시각 전환과 지렁이의 세계로의 안내는 지렁이 학자의 이야기 같은 학문적이지도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다양한 일상—텃밭을 일구고 있는 저자의 일상—속에서 지렁이를 통한 농사와 화분으로 지렁이를 키우고, 지렁이를 이용한 생활쓰레기의 처리와 지렁이 똥—분변토—을 이용한 화초를 가꾸는 저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보면서 인터넷을 통해 지렁이 똥인 분변토라는 용어에 대해 재차 알게 되었고, 국내에도 생활폐수에서 생기는 각종 오염물질을 거름으로 재 생산하는 모습 등을 알게 되었으며, 가정에도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육장치 등은 환경오염을 막으면서도 향기로운 쟈스민 냄새를 맡게 해 주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니 지렁이의 역할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간혹 요즘 장마철이라 밤새 비가 오고 난 아침에는 아스팔트 길 위를 허우적거리는 지렁이를 보게 된다. 영락 없이 햇빛에 말라 죽거나 아니면 새들의 먹이로 없어지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된다. 왜 지렁이가 비가 오고 난 이후에는 죽는 것이 뻔한 아스팔트 위로 나오는지 그 원인과 내용에 대한 학술적인 검증이나 논의를 하는 내용은 없지만 그 현상에 대한 지렁이들의 특성에 대해 이 책에서는 저자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아온 10~15cm길이의 지렁이가 아닌 수십cm길이의 지렁이에 대한 이야기는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지하에 살고 있는 괴물(?)과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서양의 지렁이는 이렇게 거대하게 자라기도 하나보다.

     지렁이에 대한 유일한 친근감은 어린이용 젤리를 지렁이 모양으로 판매하는 “지렁이”라는 상품이 우리에게는 더욱 친근감이 들고 많이 들어 왔던 이름일 것이다. 그만큼 먹거리에 대한 광고가 우리의 생활 주변에 그 실체 보다는 더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 않나 생각된다. 친밀감을 주는 내용 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후세들이 모두 포장된 도로와 주변 환경에서 흙을 접할 수 없는 생활공간이 땅 속에 살고 있는 지렁이를 모르고 자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우리의 환경을 정화해 주는 숨은 일꾼으로서 지렁이의 역할을 잊어 먹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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