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못생겼다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으면서 만화영화 『영심이』가 생각나 인터넷을 찾아 보니 영심이는 열네 살이라고 한다. 열네 살이면 이 소설의 주인공 김후남(金後男)의 나이와는 많이 차이가 난다. 후남이의 막내 이모인 선희이모의 나이 정도 되겠다. 그런데 왜 영심이가 생각날까? 막상 생각해 보니 만화영화 『영심이』를 열심히 봤던 기억은 없는데 소설의 주인공 후남이의 얘기의 느낌은 영심이의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위 「애 어른」인 주인공 후남이가 들려주는 그녀의 주변 이야기는 너무도 재미있고 정감이 넘친다. 또한 후남이의 기발한 생각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여섯 살이니까 라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그 나이에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들을 이 소설은 너무도 잘 담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평창의 어느 마을에서 살아가는 어린 소녀의 여섯 살 추억의 얘기는 마치 그 장소에, 그 나이의 어린 소녀의 눈으로 바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재미 있다.


     후남이가 여섯 살인 1972년의 한 해의 기억들이 이 소설 속에 그대로 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 보다 도 강하던 시기라 아들을 낳으려고 많은 자식을 출산했던 시기이기도 하고, 여자 아이로 태어나 예쁜 얼굴에 대한 동경이 여섯 살에게도 얼마나 원했던 것 인가를 보여주고 있으며, 대가족이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가정사의 얘기는 너무도 정감 있게 다가 온다. 그러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죽음과 남동생의 탄생을 통해 여섯 살 주인공의 성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여섯 살 때의 기억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는 기억 속에 거의 다 지워진 상태로 그때의 추억이라는 느낌을 끄집어 내기가 어렵게 되었고, 대신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의 이제 막 입학한 1학년 아이들을 보면서 그 느낌을 대신 한다. 적어도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이 「애 어른」같았다는 생각은 들진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밖에서 뛰어 놀았다는 느낌뿐이다. 그래도 나의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었고, 어른 흉내도 내보려도 했었지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들 주변에서 보이는 여자아이들의 엄마 흉내나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 보는 장면은 그런 대표적인 내용이지 않겠나 생각된다.


     2012년 도시에 사는 내가 2004년에 출간된 이 소설을 보면서 1972년의 소설의 배경도 그 시간의 흐름과 변화된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 속에서 아련한 추억의 한 장면과도 같다는 생각이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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