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 시베리아 억류자, 일제와 분단과 냉전에 짓밟힌 사람들
김효순 지음 / 서해문집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얘기 한다면 “우리들에게 잊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하겠다. 대한민국이 나약하여 나라를 잃고, 가족을 잃고, 시간과 젊음을 잃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 전쟁의 끄트머리에서 간도 땅에 강제 징병으로 끌려가 갖은 고생과 노역을 당하고 그리던 고국을 찾아왔지만 간첩으로 내몰리고 환대 받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일제 강점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일본군의 부족한 인력을 대신할 징병과 전쟁이 끝나고 나서 군사대국에 대한 전쟁보상개념의 강제노역을 거치고, 우여 곡절 속에 귀국하여 겪는 이야기 내용이다. 이에 해당하는 인원은 몇 십만의 인원이지만 살아서 고국의 가족과 재회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이들이 자체 구성한 「시베리아 삭풍회」의 이야기다. 삭풍회의 구성은 비교적 많이 알려진 ‘위안부 할머니’와 비슷한 상황인데, 남자냐, 여자냐가 다르고 그들의 비극은 동일하게 느껴 진다. 단지 삭풍회 회원들은 남성들로 강제 징병의 대상이었으며, 시베리아 강제 노역을 당했다는 것이 위안부 할머니와는 다르겠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일 방송에 이들의 이야기가 기사화 되어 나오기에 주워들은 이야기가 삭풍회 회원들 보다는 더 잘 알려져 있다.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다양한 인원이 소개되고 있다. 10대에서 20대 초반에 강제 징병으로 만주의 간도 땅으로 끌려가 일본군의 부족한 인력을 대신으로 고생한 것은 대부분 동일하나 강제 노역을 거치고 귀국한 이후 6.25를 겪으면서 다양한 인생의 역경을 거쳐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 중간 중간에는 친일 인물로 대표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국제적 정세, 일본의 정치적 위치, 당시 소련을 비롯한 국제정세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위정자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하나는 자신들에 의해 저질러진 전쟁이었고, 전쟁의 패배에 대해 국민들을 희생시키면서 보상하였으며, 전후 국민들에 대해 너무도 무책임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자신들이 유발시킨 전쟁은 억제할 수 없는 일본 국내의 상황, 국제정세와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저질러 졌으며, 이런 와중에 한국은 약소국으로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벌어진 전쟁에서 당하는 약소국의 설음은 역사시간을 비롯하여 귀가 닳게 들었던 내용이다. 그런 이 전쟁이 그들의 패배로 결말이 났으나, 그들—전쟁의 주역—은 결코 전쟁의 패배를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 패배에 대한 대가로 승전국에 대한 보상문제가 따라가는 문제인데 이 태평양전쟁에 있어 대표적인 승전국으로 미국과 소련은 그들의 전승에 대한 노획물을 철저하게 챙기고 있으며, 그 대가로 지불한 일본은 결국 소련에 제공한 것은 당시 간도에 있었던, 한국의 강제 징병된 인원을 포함한 일본군의 노동력을 통한 시베리아 개발이었다.

     전후 일본이 보여준 자국민에 대한 시베리아로부터의 구출(?)에 대한 노력은 이 책에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너무도 미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천황에 의한 무조건적인 항복으로 전쟁의 주역들에 의한 패배인정이 아니기에 전쟁이 끝나 67년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자신들에 재한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국민을 단지 전쟁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생각이 바탕이 되어 시베리아의 강제노역장에서 구출하는데 미온적인 것은 아니었을까? 이에 맞물려 한국의 위정자들 또한 이런 역사의 희생양에 대해 너무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며, 이들의 모습이 마치 위정자들의 치부인 것 같이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얘기하고 싶지 않고, 살펴보고 싶지 않고, 내 일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남의 일처럼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간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원산항을 지나 38선을 거쳐 귀향하는 그들에게는 안식이 아닌 간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고, 이어지는 6.25는 또 다른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런 세파 속에도 꿋꿋하게 이겨내서 현재에 이르고 있지만 연세가 많이 들어 이제는 그 회원들도 역사 속에 묻혀지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우리 후세들이 잊지 않고 찾아 봐야 할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보다 앞서 이들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이고 이 역사가 있게 한 우리의 나약함을 인식하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인식을 재 정리하고 되새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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