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대 - 열아홉 살 엽기소녀의 반위생학적 사랑법!
샤를로테 로쉬 지음, 김진아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조금은 엽기적인 소설이다. 이런 내용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10대 이기 때문에, 독일인이라서 개방적인 성 도덕을 지녔기 때문에… 모르겠다. 발랄한 소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조금은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70%정도가 작가의 실재적인 모습이라고 하니 더욱 놀랍기도 하다.

     내용은 10대 소녀가 성인이 되면서 치질로 인해 수술을 받고 병원에 1주일 가량을 입원하고 있으면서 주변에 보이는 내용과 병원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감수성 많은 소녀의 얘기 치고는 적나라한 느낌이 들고,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10대의 청소년의 성 도덕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

     예를 들면 10대—소설의 주인공이 현재 19살이라고 하니 그 이전인 고등학생일 때—의 얘기 치고는 너무 개방적이다(?). 나의 선입견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이 소설의 내용처럼 성행위에 대한 지식과 체험을 하였고, 성행위에 대한 자세 또한 다양하면서도 적나라하게 얘기하는 것도 파격이다. 또한 주인공이 병원에 입원한 이유도 치질수술 때문에 들어 왔는데, 이 수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 대한 생각, 본인을 돌봐주는 간호사의 생각 등 자신의 신체에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하고 거칠 것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우리네 같아서는 설령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해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의 통념과 터부시 하는 생각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묘사되는 내용은 여느 포르노물의 다양한 화면을 연상시킨다. 주인공의 이야기 상으로는 이런 성행위의 내용을 겪어본 유 경험자의 얘기이기도 하다. 성 개방에 대한 생각이나 성 도덕에 대한 막연한 나의 생각을 여실히 무너뜨리는 내용이다. 또한 나 자신이 선입견이 너무 많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주인공 자신의 신체와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또 다른 이야기는 아보카도의 재배이다. 아보카도씨를 컵에 담아 싹을 띄우는 과정과 정성을 들이는 내용은 조금은 의외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성이 문란한 아이들(?)에 대한 모습에서 왠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던 나의 선입견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이 정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아무 문제 없으면서 다양한 성경험을 10대 중에 겪었고,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이런 경험들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네 정서와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병원을 방문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나 병자를 돌봐주는 의사나 간호사의 태도 또한 우리네 모습과는 사뭇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쉽게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독일에서의 이 이야기가 보편화된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우리보다는 자유로운 성적 개념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표현의 자유 또한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류의 소설이 우리나라 작가의 이름으로 발표되면 우리나라에서는 별의별 문구를 동원하여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한 내용인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 책의 제목 『습지대(원제; Feuchtgebiete)』는 독일어로 포히흐트게비트로 읽으며, 음습한 곳, 젖은 땅이라는 뜻이란다. 습지대라는 원어의 뜻을 그대로 살린 제목인데 제목이 뜻하는 의미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리라 생각되지만 특히 여성에게 있어 더욱 그 의미가 있어 보인다. 형이하학적인 소재를 재미있고,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는 꾸밈없어 보이는 19세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네에게는 특이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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