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가 뜬다 - 제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권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에 「싸이코(Psycho)」라는 단어가 들어 간다. ‘조금은 기행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흔히들 싸이코라고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전에는 무어라고 나오는지 찾아 봤다.

   싸이코 :
      - 정신병이나 정신 이상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속어
      -  1. 한 분야에 집착하여 평범한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
          2. 정신질환을 소유하고 있는 인간.

     이와 같이 소위 미친 사람을 싸이코라고들 한다. 현대 사회가 기계화, 산업화가 되어 가면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정서가 메말라 가면서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이 늘어나는 상황을 통계 수치를 통해 확인하는 상황에서 소설 『싸이코가 뜬다』는 뭔가 그런 쪽의 의미를 담은 내용이지 않나 상상해 본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대학생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일본으로 유학 가서 거기에서 겪는 별란 기괴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 있다. 일본에서 많은 시간을 겪어 보고 살아보지 않아서 일본에 대한 막연한 생각은 우리네 정서와는 쉽게 동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기상천외한 일들이 간헐적으로 외신보도를 통해 들려올 따름이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의 소식 속에 일본인이 보여지는 모습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모습을 많이 접하기도 한다. 왠지 일본에는 우리보다는 「싸이코」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일본 유학생의 모습은 오직 젊음만을 가진 사람이 그 젊음을 탕진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거기에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라고 할까, 현실도피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건전하지 못한 한때의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일본유학을 떠나 소위 엘리트로 선정되어 유학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무조건 공부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닌데 일본에서 겪는 주인공의 모습은 왠지 모를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 보인다.

     일본 대학생들의 실질적인 모습이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에게는 기상천외한 모습이고, 저런 짓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다양한 생각과 우리가 배워오고 세뇌되어 온 생각들의 틀을 벗어나 전혀 다른 사회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속에서 소설 속에 많이 등장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례들도 보여지는 내용이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중에 자살이 한 손안에 꼽히는 사망원인으로 급 부상(?)하는 상황에서 소설 속의 이야기가 비단 일본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단지 일본 대학생들의 생활모습이 내가 겪었던 학창시절의 모습과 전혀 다른 상상을 하게 하고 있어서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색다른 내용으로 퀴즈대회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최근에도 우리의 TV방송에서는 일요일이면 각종 퀴즈대회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장학퀴즈는 이런 퀴즈계의 원로급이고, 최근에는 50번의 문제를 맞춰야 하는 골든벨, 퀴즈대한민국, 등이 생각나는 퀴즈대회인데 이런 퀴즈대회에 부여되는 상금 또한 커서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만든다. 이런 우리들의 TV퀴즈대회와는 약간 다르게 일본 대학가에서 퀴즈대회를 한다는 내용이 조금은 색다른 느낌이다. 또한 소설에 묘사된 것과 같이 분장이나 셑트 준비, 퀴즈내용으로 나오는 문제 또한 재미있다. TV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난해한 퀴즈문제는 상금의 액수가 올라 갈수록 아무도 읽지 않았을 법한 책의 한 귀퉁이의 내용을 문제로 출제되거나 과학에서부터 체육, 예술, 문학 등 다방면의 분야를 넘나들면서 출연자에게 오직 행운만이 문제를 맞출 수 있는 그런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만들기 위한 연구모임 등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게 느껴진다.

     소설을 보면서 내가 겪었던 대학시절과 지금의 대학가의 모습은 많은 변화가 있어서 낯설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 낯설음이 일본이라는 환경과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또한 일본인들, 특히 일본대학생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내용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도 든다. 단지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 놓은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젊음만이 있고 그 넘치는 젊음을 어떻게 하질 힘들어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싸이코가 되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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