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생각과 내용들을 풀어 내는 작가의 느낌은 어느 면으로 볼 때 신선하게 와 닿는다. 너무나 기계적인 느낌의 세상에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아날로그적인 모습(?)이지 않겠나 생각된다. 그런 작가의 생각(단상)들을 들려주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나도 한번은 생각했었던 내용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런 느낌들이 작가의 글 속에 풀어져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욱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의 글들을 최근 들어 많이 읽는다는 생각이 든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강산무진』을 보면서 작가의 소설 속에 들려주는 이야기의 느낌은 너무도 사실적이다. 또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생생한 느낌의 묘사가 그때 그 상황의 내용과 느낌을 고스란히 느껴지게 한다. 표현의 간략함과 다양한 표현의 묘기(?)가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맥락에서 작가의 생각들을 적어 놓은 『밥벌이의 지겨움』은 소설과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한편으로 보면 저항적인 관점에서 사회, 정치 등의 여러 방면의 비판을 적어 놓은 느낌을 갖게 하지만 작가가 얘기한 것과 같이 작가의 나이 상황에서 비판을 하기에는 맞지 않는 상황이라는 느낌이 공감된다. 10대에서 20대를 넘어오면서 만들어진 틀 안에 나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판적이고 저항적인 얘기가 이해되나 4,50대의 나이에서는 이런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이런 상황을 만든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 작가의 얘기에 공감한다.

     일하기 보다는 놀기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하고(?)—작가가 이런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다, 다양함과 자유로움에 희망을 느낀다는 작가의 얘기가 한편으로는 세속적이면서 남성중심적인 느낌을 갖게 하지만 이 또한 공감되는 내용이다. 작가의 이야기에 내 자신이 너무 세속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작가는 우리의 주변에 펼쳐지는 수만은 장면 장면들을 있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바라보기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생각의 맥락은 아름다움에 대한 내용만큼 우리 역사 속에 치욕이라고 불리는 내용까지도 고스란히 우리의 것으로 인식되고 그 실체를 그대로 느끼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었던 작가의 소설들—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소설들은 너무도 그 현실의 내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내용의 소설들은 특히나 역사소설 로 보여지고 있으며, 그 역사적 배경의 내용이 우리 역사의 여러 단면들 중에 부정하고픈 그런 장면들이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피상적으로 인식되었던 당시의 상황을 소설 속에서 생생한 우리의 삶의 모습으로 재현해 내는 작가의 탁월함도 느껴지지만 이런 생각의 내용이 『밥벌이의 지겨움』에 고스란히 전달되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디지털시대에 작가는 굳이 아날로그적인 생각(?)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일 예로 연필과 지우개를 고집하고, 컴퓨터와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작가의 고집이 멋지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이 내가 상상하는 이유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삶의 본질적인 진 면목을 보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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