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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잎을 잊는다
김용 지음 / 태동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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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의 시집은, 유고 시집으로, 하나밖에 없는, 초록 잎새.
마지막.. 잎새.
안도현은 그를 '서정시인' , '정말 아름다운', 그 수식어를 달기 직전에 가버렸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 떠난 자리가 수식어를 버리고 그냥 '기억할만한' '잊지못할' 시인으로 완성되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떠난자여, 나자로여, 그대는, 먼저, 세상을, 가진, 이유로,
남은 자, 들에게..
완벽한 별 뭉치를 얻을 수 없다.
남은 공간을 메우며 존재하라.
언제까지, 그대의 남은 시어들로써.
'두부집'이 밤마다 돌돌돌 소리를 내며 하얀 눈가루를 날리고.
완성되지 못한 그 서정.. 성이.. 난.. 좋다.
기형도보다 더욱 저벅저벅 걸었을거라고 생각되는 그가 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꽃은 잎을 잊지만 잊기 전에, 저 아닌, 잎을 위해, 오랫동안,
기억해왔다. 태어나기 전에 미지의 깊고 깊은 땅 속에서.
그는 어쩜 떠나기 위해 잎을 잊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우리의 마음 안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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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자리
박경철 지음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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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으면 참, 소설집 답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단편들이 모두 각자의 톡특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한곳으로 모여드는 작가의 시선은 다음번에 무엇을 보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책의 처음에 실린 '유년의 자리'는 그 소설집의 문패를 두드리는것과 같다. 딩동딩동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면 그곳엔 피터팬과 시간을 안내해주는 공기들과 아직 돌아오지 않은, 돌아오기 위해 떠났던 사람들이 바깥에 염소를 매어두고 그런 채로... 우주인의 수신을 듣기 위해 벽에 납작 매달려 귀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징그럽도록 짙은 녹색의 담쟁이 덩쿨이 칭칭 매달린 그 집앞에 다리가 있고, 시장이 있고, 그녀가 .. 그녀가.. 아직도 주그려 앉아 비를 맞고 있을것이다. 모두들 도망가는 곳에. 피터팬은 다리밑으로 떨어지고.. 나는 간다. 시간의 안내자를 따라, 역전다방으로.

다음 소설집에 별 다섯개를 꾹 누르길 기다리며, 기다리는 아쉬움으로 별 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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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남자
신이현 지음 / 이가서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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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을 주인공으로 쓴 장편소설. 그는 홀어미와 홀형수가 검은 우산을 깁는 부업중인 집에서 장남노릇을 해야하는 형편이다. 자신을 '토끼'처럼 재워 달래주던 어릴적 친구 윤희로부터 사업구상의 모티브를 얻어 어느날 갑자기 역과 거리를 기웃거리며 외로운 여성에게 헤픈, 절실한 미소를 보내게 되는 그는 평범한 대한민국 신체건강(?)한 24살의 청년이었다. 이야기는 발랄한 작가에 의해 좀 더 완벽한 프로네셔널적인 남창으로 거듭나는 모습으로 치닫고 있는듯해 보이나 뜻밖의 상황으로 인해 아니 실은 그전부터 파국으로 예견되어있는 지침과 안식처로의 결말, 눈뜨는 곳이 유토피아일지 지옥일지 미완인채로 막을 내리고 있다. 주인공에 대한 완벽한 묘사일까 완성하지 못한 무책임이라고 해야할까. 재밌지만 중간중간 통통 튀는 쉼표속에서 현재에 관한 '나'에 대해 문득문득 상상하게 된다. 그 멈춤과 숨에 관한 호흡이 여유롭지 못하다는게 아쉽다. 재치발랄에 지나친 나머지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의도가 부족하다고 해야할까.

작가의 따뜻한 심상이 느껴지지만 많은 부분에서 그가 강조는 아니더라도 세밀히 파고 들어갔어야할 여백이나 공백, 쓰기가 끊겨 숨어들어간것 같다. 즐거움이 튀다 오르다 만 슬픔없는 이야기 배치. '꽃'이 피기 전의 환희보다 비를 맞고 지켜주는 오랜시간의 눈빛이 그리워짐. 그녀의 노래속에 잎줄기의 속삭임이 더 깃들면 그때 정말 환한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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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책상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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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소설을 처음 접한뒤 십여년 쯤이 지난 후 만난 책은 더러운.. 책상.. 이었다. 단순히 성장소설이라는 장르에 섞일수 없는 문학적 순결성, 작가의 자의식이 많이. 아주 많이. 그러나 '면도날의 틈'을 가지고, 남기고 있는 소설이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걸어가는 노년의 그에게 '향기로운 우물'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둡고 깊은 우물 안에는 책상이 있을것이고 세상에 목을 축이기 위해 얼굴을 들이미는 누군가에게 수직으로, 혹은 수평으로 그 경계선상에서 작가라는 줄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을것이다. 60년대의 배경과 현재의 나와 16살,17살,18살,19살,20살의 내가 지금에서 만나는 정점에서 흰소같은 '그'가 섬의 바닷가를 끌고 가고 있는게 보일 것 같기도 한데.. 어딜 가는걸까. 그는. 미약한 독서 중에서 만났던 60년대의 모습.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와 시와. 우리의 아버지와.. 진실로, 누가 그곳에 서있었다고 믿을 수 있으며 말할수 있을까 우리가.. 그가.. 혹은 당신이.. 빠져 나온 것은 붉은악마가 함성하는 2002년이 아니라 영원한.. 지금이다. 소설에서 읽으며 접혔던 부분들의 인용된 시편들. 다시 읽고 싶다.

별이 네개 인 이유는 아직 소설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싶은 어떤 마음의 동요로 인해, 그렇게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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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와 그 적들 김소진 문학전집 2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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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와 그 적들' 이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어요. 물론 자전거 도둑이나, 처용단장같은 유명한 작품을 우연히 접하고 난 뒤 꼭 읽고 싶기도 했구요. 단편집치고는 많은 작품이 수록된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기도 했구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운동권 시대에 대학생과 운동권에 끼게 되었지만 그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멸시받는 노동계급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말이 거창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작품은 많은 등장인물, 독특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하며 리얼하게 상황을 묘사해냅니다. 작가의 시선이 입을 벌려 이야기를 하는 쪽보다는 분위기를 빌려 더욱 냉철하면서 소설적으로 잘 쓰여진것 같아요. 그외 고아떤 뺑덕어멈이나 용두각을 찾아서같은 작품에서는 가슴 언저리에 따뜻한 별이 고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고운, 문체와 이야기더라구요.

김소진이라는 작가의 작품에는 아버지의 부재와 관련된 소재가 많은 것 같아요. 아버지는 남로당이었다는 작가 레파토리에 불만을 느낀 개홀레꾼 아버지를 둔 주인공 이야기라든가 작품 전제척으루요. 그런데 부재에서 그치지 않고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있음을 향해 가는 여정의 묘사같다는 느낌도 들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것 같았어요. 깡마른 작가의 사진 속에는 큰 안경과 신문사 배경의 우울한 회색빛만이 존재하는 것도 같지만 어디서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과, 존재와, 이야기들이 살아있는것 같았어요. 책 읽으면서 조금 웃고 조금 울고 그랬는데요 책 덮고 나서 그가 죽고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더 맘이 아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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