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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자리
박경철 지음 / 민음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참, 소설집 답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단편들이 모두 각자의 톡특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한곳으로 모여드는 작가의 시선은 다음번에 무엇을 보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책의 처음에 실린 '유년의 자리'는 그 소설집의 문패를 두드리는것과 같다. 딩동딩동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면 그곳엔 피터팬과 시간을 안내해주는 공기들과 아직 돌아오지 않은, 돌아오기 위해 떠났던 사람들이 바깥에 염소를 매어두고 그런 채로... 우주인의 수신을 듣기 위해 벽에 납작 매달려 귀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징그럽도록 짙은 녹색의 담쟁이 덩쿨이 칭칭 매달린 그 집앞에 다리가 있고, 시장이 있고, 그녀가 .. 그녀가.. 아직도 주그려 앉아 비를 맞고 있을것이다. 모두들 도망가는 곳에. 피터팬은 다리밑으로 떨어지고.. 나는 간다. 시간의 안내자를 따라, 역전다방으로.
다음 소설집에 별 다섯개를 꾹 누르길 기다리며, 기다리는 아쉬움으로 별 네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