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 어둠의 시대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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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뛰어 넘는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책 읽기 였다.  200년 전에 여기 서울, 그리고 양수리 근처의 그 마을, 또 저 멀리 포항 옆의 장기라는 곳과 전라남도 강진, 玆山이라 이름 지어 불렀던 섬 흑산도...  이 공간 안에 살다간 약용, 약전 두 분의 숨결이 책 읽는 내내 생생하게 따라왔다.

  수 년 전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라는 책을 통해, 학교에선 미처 배우지 못했던, '조선 시대' 사회에 형성된 왕과 사대부의 역학관계에 눈 뜰 수 있었기에,  이 책에 나오는 정약용 형제들이 겪은 세월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남인과 노론 벽파, 사도세자, 영조, 정조.....

  그리고 그 시대의 이면에 깔려 있던 西學으로서의 천주교는, 우리 조상들과 참으로 기막힌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벽, 이승훈, 이가환, 권철신 이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리고 정약용의 셋째 형 정약종이  어떤 길을 갔는지, 천주교 103위의 성인들이 있기까지 그 앞 세대에서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험한 시대, 험한 세상을 참으로 깨끗하고 소신 있게 살다간 조상들의 면면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했다.   

  옛날에 정문기 교수가 번역해 一志社가 간행한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갖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책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 졌는지, 그 저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여태껏 몰랐다. 그 험난한 인생의 격랑 속에서 그런 책을 내고, 16년이나 귀양살이를 하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 정약전이란 분의 마음의 크기와,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았던 눈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역사에 단연 두드러지는 사람은 정약용이라는 인물일 수 밖에 없다. 정조라는 왕과 화답을 하기까지 하며 지근거리에서 군신 관계를 이루어가는  30대를 보낸 이 학자이며 관료였던 실천가는, 18년 동안의 귀양살이를 겪으면서 자신의 삶을 서서히 완성해 갔다.  그 결과물이 바로 一表二書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로 대표되는 저술들이었다. 그리고 57세에 유배에서 돌아와서는, 자신과 함께 그 어둡고 아픈 세월을 겪었던 사람들의 행적과 뜻을 '墓誌銘'의  형식으로 정리해 올바르게 후세에 알리려고 했던 그는 영원한 선비이며 실천가였고, 참된 사람이었다.

  특히 科擧를 통해 관료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만이 유일한 출세의 길이며 인생의 목표이던 그 시대에, 그 기회가 완전히 좌절되어버린 아들을 향해 멀리 유배지에서 편지를 통해 했던 그의 교육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편지들을 묶어 놓은 책을 꼭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무럭무럭 일어났다.

  이 책을 통해 정약용이란 이 분의 삶을 좇다 보면 나와 우리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참으로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에게든 험한 세파 속에서도 아름답고 힘있는 인생을 사는 모습이 살아있다면 그것은 아마 정약용 형제들의 모습과 닮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에겐 훌륭한 조상들이 계셨고, 그 분들이 내가 딛고 있는 이 땅 위에서, 불과 200년 전에 살다 가셨음을, 머리 만이 아닌 온 마음과 몸으로 알고 느끼게 된 기쁜 책 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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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2006-08-2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히 다른 이야기 이지만, 조선시대 선비계급은 정말 놀고 먹는 계급이라고 할 수 있군요. 정약용만 하더라도 그 유배세월 동안 누가 먹을거리며 입을거리를 공급해주었는지 궁금하군요. 모두 노비들이 따라 붙어 다녔을 것 같은데... 그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사람이 뼈빠지게 일하고 정작 본인은 놀고 먹으면서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고... 이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정약용등 선비계급의 정신적 사유의 결과물의 가치 평가는 논외로 합니다) 저는 아니라 고 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등골을 빼먹고 나온 그 저작물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재 2006-08-2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용은 강진으로 약전은 흑산도로 두 형제가 동시에 유배를 떠나면서, 나주읍 율정점 초가 주막에서 마지막 밤을 지새고 다음날 두 사람이 쓸쓸히 헤어지는 장면이 이 책에 나옵니다.
그리고, 두 번이나 국청에 선 사람을 만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세상의 차가운 인심도 엿보입니다. 실제 정약용은 강진에서 고달픈 몸 하나 누일 방도 구할 수 없어서 동문 밖 주막 노파의 동정으로 간신히 기거할 방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배지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 책에 나옵니다. 약용이 장기에서 병이 들었을 때 본가에서 약초와 책을 보내온 내용이 있으며, 약전이 자산에 있을 때 본가에서는 아들 결혼식을 치른 탓에 유배지로 보내 줄 식량도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적혀있습니다.
아울러, 약용은 그 고장 사람들을 위해서 '촌병혹치'라는 의서를 지어 약초를 달여 병을 고칠 수 있도록 했으며, 약전은 섬사람들과 격의없이 어울렸을 뿐 아니라 '복성재'라는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들이 유배지에서 민중들과 어떤 사이였는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약전이 동생 약용이 해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강진에 가까운 우이도로 이주를 하기 위해 밤에 흑산도를 몰래 떠났을 때, 섬 주민들이 새벽에 그 사실을 알고 즉시 날랜 배로 우이도를 향해 정약전이 탄 배를 빼앗아 되돌아 왔을 정도로 그는 흑산도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있었다는 일화입니다.

이들의 삶을 한번 상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다듬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oren 2006-08-2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르르 새가 날아 내 뜰 매화에 앉네
향기 사뭇 진하여 홀연히 찾아왔네
이제 여기 머물러 너의 집을 삼으렴
만발한 꽃인지라 그 열매도 많단다.

- 정다산의「매조도」중에서

Jerome님의 훌륭한 서평글 잘 읽었습니다.
마침 제가 며칠 전에 강진의 다산초당을 다녀왔던터라 님의 서평글이 더더욱 반갑군요.

다산 정약용 선생에 관한 책이나 서평글이 느닷없이 반가워지는 건,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된 이번 여름 휴가 뒤끝의 자그마한 과실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다산초당에 직접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귤동마을 산 속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대나무와 거칠게 뿌리를 드러낸 나무숲을 헤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야 만날 수 있을만큼 다소 험난한 길이더군요.

몹시도 누추하리라 짐작하고 힘겹게 올라가보니, 초당을 와당으로 꾸며놓은 모습이 깔끔한데다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친필을 집자 모각한 현판(茶山艸堂)까지 멋지게 걸려있어 찾는 이들에게는 다소 예상밖이라는 느낌도 던져주더군요.

유배생활의 안식처답게 다소 옹색하게 자리잡은 터전은 다산초당을 비롯, 동암, 서암, 다산4경(정석, 약천, 다조, 연지석가산)등으로 강직하고도 간결한 멋을 지니고 있더군요.

다산초당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곳은「천일각」이라는 곳이더군요. 흑산도로 유배간 둘째형(정약전)을 그리며 심회를 달래던 곳이라고 하며, 수십리에 달하는 강진만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일품이더군요, 날씨가 좋으면 멀리 완도쪽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고도 합니다. 천일각에서의 전망은 퇴계 선생이 학문을 탐구하던 도산서원 앞마당에서의 까마득할 정도로 훤히 트인 전망과 너무나 흡사하게 닮아 있더군요.

oren 2006-08-2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덧붙이자면, 올 여름 휴가의 당초 목표는 보길도였었습니다. 아이들이 잠시 해외에 나가있는 기회를 틈타 모처럼 아내와 둘이서 머나먼 곳까지 떠나보자는 계획이었죠. 그저 땅끝을 벗어나 저너머 한적한 섬으로 건너가서, 그저 유유자적하면서 해수욕이나 즐기고, 고산의 세연정이나 둘러보고, 섬 끝의 일몰에나 풍덩 빠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랬던 당초의 계획은 유홍준의「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초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강진·해남(1),(2),(3),(4)에 의해 여러갈래 길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결국 수천리길에 걸치는 유적과 인물에 대한 답사길이 되고 말더군요.

4박5일의 비교적 짧은 일정이었지만 되돌아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여행길이었네요.

* 여행지(답사지/지취를 남긴 인물)

서울 → 목포(이난영, 김지하, 남농 허건) → 영암(도갑사/도선국사) → 해남(대흥사·표충사/서산대사, 일지암/초의선사, 허준, 김지하) → 보길도(윤선도, 송시열글씨) → 완도(장보고) → 강진(정약용, 김영랑) → 보성/벌교 → 낙안(임경업) → 구례(화엄사, 천은사) → 함양 → 서울

mizuaki 2007-03-11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겐 훌륭한 조상들이 계셨고, 그 분들이 내가 딛고 있는 이 땅 위에서, 불과 200년 전에 살다 가셨음을, 머리 만이 아닌 온 마음과 몸으로 알고 느끼게 된 기쁜 책 읽기였다"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좋은 서평이라고 고개 끄덕이며 읽다가 이 마지막 문장에서 뭔가가 목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전 이 책 읽으면서 반대파를 발본색원해서 다 죽여버리기 전에는 풀리지 않는 집단적 증오가 끔찍했고, 고문과 테러로 얼룩진 시대의 야만에 치를 떨었거든요.
붕당 정치에는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많았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며 조선 후기의 근대성을 찬양한 기만적인 국사 교육의 목표가 바로 "훌륭한 조상들"을 강조하며 "훌륭한 국가"에 충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나 의심하면서,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잔인성을 바로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러운 반론을 제기해 봅니다. 제 느낌엔 아무래도 훌륭한 인물보다는 비열한 인물이 훨씬 많이 나오는 책이었던 것 같아서요. ^^;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루이스 V. 거스너 Jr. 지음, 이무열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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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은 그것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누군가 말해던 기억이 있다. 외부에서 영입해 온 루 거스너가 있었기에 IBM은 현재의 모습으로 건재하고 있으며, 그를 CEO로 뽑아 회사가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데 세계적 대표기업으로서 IBM의 저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론, 제1부 '파악'과 제3부 '문화'에 나와있는 거스너의 눈에 비친 기존 IBM의 모습들에 대한 인상들이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낸 내용이 담겨있는 제2부 '전략'과, 9년동안 CEO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담아놓은 제4부 '교훈'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거스너는 핵심을 찌르는데, 예를 들면, "그들은 당신이 기대(respect)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점검(inspect)하는 일을 중시한다" 라든가, "권력의 지렛대 방향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예산을 누가 관리하는가, 직원들의 급료 인상과 보너스 지급을 누가 결재 하는가, 가격 결정과 투자에 관한 최종 결정을 누가 내리는가를 의미했다"라는 것들이다. 우리가 조직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운 일들 뒤에 도사리고 있는 원인을, 그 처방과 함께 단순 명쾌하게 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IBM 글로벌 사업 모델을 바꾸어 놓은 전략의 상세한 내용과 그 수립 과정이 책 곳곳에 잘 담겨져 있다. 그 가운데 한가지 주목을 끄는 것은, "네트워크 위에 상호 연결되고, 표준이 확립된 세계가 뿌리 내린다면, 아마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가장 취약해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디지털 장비 부품들이 하나의 회사가 장악한 구성 체계의 부속물일 수 만은 없는 것이다"고 한 그의 예측이다. IT 시장의 흐름과 그것에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는 MicroSoft사에 대한 언급이라 그 추이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도 루 거스너와 같은 소신과 역량있는 CEO가 더 나오고, 또 그것을 가능케하는 저력있는 기업 문화 풍토가 더욱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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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루이스 V. 거스너 Jr. 지음, 이무열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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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기반 사업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여섯 가지의 중요한 사항들, 즉 조직이 매일같이 몰두해야 하는 대여섯 가지 일 그리고 자원의 양을 측정하고 조정하며 필요한 곳에 재분배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 ...... 즉, 시장의 어느 부문을 회사가 공략할 것인지, 회사가 확보해야 할 정확한 시장 점유율은 얼마인지, 비용은 어느 정도에서 관리돼야 하는지, 어떤 자원을 얼마만큼 투입할 것인지 등이 상세히 기술돼야 한다. -276쪽

경영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아마도 기대와 점검을 혼동하는 일일 것이다. ...... 그러나, 사람들은 당신이 기대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지시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경영자들은 번번이 놓치고 있다.-282쪽

따라서, 리더가 조직의 초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면 기존의 '영주'가 갖고 있던 권력을 새로운 영주에게 주어야 한다. "얘들아, 사이좋게 놀아라"는 훈계가 놀이터에서는 종종 통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303쪽

...... 너무나 많은 경영자들이 '비전'을 '전략'과 동일시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비전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마치 베이브 루스가 외야 펜스를 가리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20년동안 얼마나 많은 베이브 루스들이 방망이로 외야 펜스를 가리켰는가? 다음 순간 홈런을 친 사람은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 좋은 전략은 엄청난 분량의 양적 분석에서 시작한다.-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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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비록 - 상
산케이신문특별취재반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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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10년에 걸친 '문화 대혁명'에서 중대한 과오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 전생애를 통틀어서 보면 중국 혁명에 대한 공적은 과오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는 공적이 제1이고, 과오는 제2이다."

 1981년 중국공산당 제11차 중앙위원회 제6회 총회에서 '건국 이래의 역사적 문제에 관한 당의 결의'를 그렇게 채택함으로써, 중국은 모택동의 시대를 정리하고 등소평이 중심이 된 다음 세대로 본격적으로 넘어갔다.    

 

이 책 '모택동 비록'은 모택동의 '과오'로 정리되어진 그 '문화 대혁명'을 전후로 하여 중국 공산당의 이면사를 다룬 책으로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냉정한 눈으로 꿰뚫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약진 운동'이 좌절된 후, 유소기와 등소평이 경제 조정 정책에 착수하여 진행하고 있을 무렵, 모택동은 '계속 혁명론'을 강조하고 '당내 수정주의'에 대한 경고를 거친 후, 마침내 시행착오의 모순을 단번에 해소시키기 위한 제2혁명으로서 '프롤레타리아 문화 대혁명'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모택동의 뜻에 맞춰 임표와 강청이 홍위병들을 앞세워 주도하게 된 문화 대혁명은 1968년 유소기의 실각과 비명 횡사로 일단락 되고, 이후 '후계자'의 위치에 올라간 임표의 도망과 추락사를 거쳐,  모택동이 죽을 때까지 주은래와 등소평 타도를 위한 '4인방'의 권력 투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1976년 주은래, 모택동의 죽음과 곧 이은 섭검영의 '4인방' 체포로 한 시대는 막을 내린게 된다.  

 

이 '모택동 비록'에 나오는 각 인물들이 겪는 삶의 과정을 '대장정' 시기에 그들이 모택동과 함께 겪었던 삶의 장면들과 겹쳐서 생각해 보게 된다.  

 

유소기, 주은래, 팽덕회, 임표, 등소평 - 모두가 모택동과 함께 '대장정'을 함께 한 동지들이었다. 혁명을 거쳐 함께 나라를 세웠지만, 그 이후의 궤적은 모두 얼마간 (때론 엄청나게)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권력을 쥔 모택동의 강한 character가 어느 장면에서나 지배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말년에 4인방을 손바닥 안에 쥐고 있으면서도, 국가 운영의 실무를 주은래와 등소평에게 위임할 수 밖에 없는 모택동의 모습도 보인다.

크게 보아준다면, 권력 투쟁이라는 것도 과거 동지들 사이의 개인과 개인 간의 다툼이라기보다는, 국가 경영에 대한 이념과 노선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 줄 수 있을 만한 대목이다.

 

아울러 등소평의 복권이나 4인방의 일원인 왕홍문의 등장처럼 끊임없는 '젊은 피' 순환의 필요성은 이들 중국 지도부의 어떤 전통처럼 되어 현재 후진타오 수상까지 내려오는 듯 싶다.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 여겨지며, 이 책이 일본 산케이 신문 취재반에 의해 쓰여 졌다는 사실에서 일본인들의 치밀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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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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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번 막 읽고 나니, 한 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진 잘 짜여진 소설이라는 느낌이 밀려든다. 두 번씩이나 같은 꿈을 꾸게 된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게 되고, 그 여정에서 몇 차례의 우여곡절과 고비를 겪곤하면서 마침내 자기 자신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우선, 이 책에서는 몇몇 중요하고도 새로운 말들을 만나게 된다. 자아의 신화, 초심자의 행운 또는 은혜의 섭리, 만물의 정기, 만물의 언어, 표지, 마크툽, 가혹한 시험 - 이런 말들이다. 그런데, 이 각각의 말들 속에 함축되어있는 진실을 헤아려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장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주인공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 가느냐 하는 데 있었다.

 

첫번 째의 선택은 출발점에서 이루어졌다. 살렘의 왕 멜키세덱이 열어주는 생각에 힘입어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용기를 내는데는, 익숙해져 있는 것가지고 싶은 것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인생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해협을 건너 낯선 도시에서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이 세상은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삶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 믿음을 터잡아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 주인의 메카 순례 여행에 대한 꿈의 얘기를 듣고선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고 지금까지 경험 못했던 삶의 다른 모습들을 배우고선 일년 뒤 그 가게를 나서게 된다. 그리고, 이 때 사막을 앞에 두고 산티아고가 하게된 자기 인식 어찌되었든 보물에 두 시간 거리만큼 더 가까이 와 있는 셈 아닌가. 이 두 시간 거리를 오는데 꼬박 일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거야 은 그로 하여금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게끔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든다. 그래서 그는 사막을 건너다니는 대상들을 제 발로 찾아간다.

 

 사막을 건너면서 낙타몰이꾼과 영국인을 통해, 현재를 산다는 것의 중요성과 사람은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 여행하며 자기 방식으로 배운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울러 사막이란 자연을 통해서, 만물의 언어로 이야기 하는 만물의 정기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머물게 되면서는 운명의 여인 파티마를 만나게 되고, 만물의 언어의 가장 본질적이고 난해한 부분인 사랑의 실체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또 매들의 비행을 읽어 내면서 연금술사를 만나게 된다.

 

이 파티마에 대한 사랑과 연금술사가 제시하는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방향 사이에서 산티아고는 슬프게 갈등하면서 오아시스를 떠나 다시 사막으로 나서는데, 이 때 그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연금술사의 충고에 따라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애쓰며,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오아시스를 떠난 선택의 고통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마음은 그에게 모든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 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속삭였던 것이다. 이제 그의 앞에는 가혹한 시험 만이 남아있었다.

 

연금술사와 사막을 건너면서 연금술의 비밀이 만물의 정기를 깨닫는 데 있음을 배우게 되고, 이제 마지막 시험대인 바람으로 변화하느냐 죽음이냐인 위기 상황을 맞게된다. 여기에서 산티아고는 사막과, 바람과, 해와 그들의 언어로 얘기하면서 사랑에 관해 묻는다. 그렇게 해서 결국 이 모든 것을 기록하신 그 손을 찾아가게 되고, 여기에서 마침내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 자신의 영혼임을 깨닫고, 그 순간 자신이 기적을 이루어 낸다. 이렇게 올바른 선택을 하게된 배경에는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했던 살렘의 왕이 한 말에 담긴 진실이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연금술사는 백부장 이야기를 해주면서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후 산티아고는 피라미드 앞에 다달아서 정작 보물은 그가 그 꿈을 꾸었던 스페인 고향 마을의 그 교회에 있음을 알게되고 이 모든 것에 담긴 뜻을 비로소 깨닫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결국 진리를 터득하기 위한 선택, 그 모든 것을 계시하시는 신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기울임과, 그것을 찾아나서는 나의 결단과 실행이라는 용기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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