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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DOM WRITING 기영이 2 FANDOM WRITING 기영이 2
이태윤 지음 / 중앙에듀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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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작문 지침서가 드문 가운데, 보석같이 빛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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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한강 지음 / 창비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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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부처>

내면에 있는 어떤 강한 열등감이 도리어 철저한 성격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것을 보상 심리라고 했던가?   

얼굴을 제외한 전신이 화상으로 인한 흉터에 덮힌 몸을 옷 속에 감추고서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완벽하게 살아가는
훤칠하고 잘 생긴 프라임 타임 뉴스 앵커의 모습은,
아내의 눈에 비치는 수 많은 남편의 상징일 수 있겠다.

하지만 흉한 건 흉한 것인지라 싫은 감정이 생기는 건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
그것이 어찌 눈에 보이는 흉터 뿐이랴.
가까이서 보는 한 인간의 모순과 위선, 그리고 가식이
때로 그 아내에겐 얼마나 가증스럽게 느껴질까?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런 솔직한 반응이
당사자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되고, 
자신의 흉터로부터 되도록 멀리 상승하려고 몸부림 치는 그 성마른 성격은
아내로 하여금 여유를 잃게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만들고,
마침내 그 관계가 빚어내는 긴장을 견뎌내지 못한 채
아내의 과오로 파탄이 왔다고 단정짓고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는 남편의 비겁한 마음이 보인다.   
 
하지만 삶의 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을 소설은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다. 
사람은 모두 다르지만, 한편으로 인간 존재는 모두 비슷 비슷한 한계 속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구원의 전망은, 불화를 삼천장 베끼시는 친정 어머니의 모습에 담겨 있는 듯하다.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는 스님의 말을 되뇌는 데서,
그리고, 수 많은 것들이 "후회가 된다"고 긴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서...

소설의 제목이 '아기 부처'인 것도,
그리고 아기 부처 꿈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결국은 삶과 관계에 대한 주인공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얘기가 되리라.

韓江이란 작가, 만만찮은 소설가임을 다시 느낀다.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차 팔았다 태련아.'
'.....차 팔았으니까, 이젠 우리 아무데도 안 가도 된다.' 

'날 보던 눈, 그 눈이 똑같이 그 새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날 보고 웃던 얼굴, 그 얼굴로 똑같이 그 새끼를 향해 웃고 있다고 생각하면..... 눈, 그 눈을 생각하면, 씨팔, 그 생각만 하면.....'

''.....태련아.'
'.....아빠랑 같이 죽어버릴까?'

절망의 모습이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독자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오직 희망을 두고 살았던 사람이 배신해서 사라진 후 
다시 마주하는 현실과 삶의 저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고스란히 다가와 가슴을 저며온다. 

하지만 소설 속에선,
하나도 때 뭍지 않은 어린 딸의 눈으로 그 세상을 보고있다.
그래서 누추하지가 않다.
잔인하고 삭막해 돌이킬 수 없는 삶의 황폐함에 덮혀 감춰져있는
여리고 작은 아름다운 구석이
아이의 눈을 통해 언뜻 언뜻 아프게 드러난다. 

이 소설을 읽음으로 인해, 내 삶의 외로움이 잠시 가시는 듯하다.

난 앞으로 韓江, 이 사람의 소설을 죄다 찾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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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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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모든 감정의 끝에 이르면 거기에는 슬픔이 있는 것이다.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최후로 닿을 수 있는 감정의 경계에 부딪쳐 얻는 고통이 바로 슬픔이다. 너머에는 아마 무한의 세계, 그러니까 허무가 존재할 것이다.' 

살면서 어느 순간 느끼게 되는 것이, 내가 지금 온 힘을 다해 붙잡고 지내는 이 생활이 진짜인지, 아니면 의식의 밑바닥에 뭍혀있을 저 기억들을 불러내어 다시 마주하는 것이 진짜 삶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소설에선, '진실이란 대개 추악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밀이나 거짓말은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수단이다.'라고 나온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아팠고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힘들었다.  

소설과 비슷한 시대 배경에서 자라며, 내가 보고 겪었던 일들이 하나씩 떠올라 나도 모르게 힘들었다. 채 풀지 못한 채 아직 안고 사는 일들이 떠올라선 읽는 내내 마음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행복한 책 읽기의 시간이기도 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내 안에도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던 갖은 유소년 때의 기억을 되살려 준 작가의 묘사에 감탄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역시 '성장이란, 자신이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자각하는 것'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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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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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머나먼 이국에서 한없이 긴 전파가 너울거리며 무주 골짜기로 흘러들어오는 광경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너울거리며 미지의 곳을 향해 날아가는 전파. 밤마다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다이얼을 돌릴 때마다 잡음 사이로 스치는 낯선 목소리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그 목소리를 듣는 밤. 그것을 둘러싼 어둠에 휩싸인 무주읍 북쪽 지역의 촌락..... 외로웠으므로, 밤하늘을 떠다니는 수 많은 얘기들처럼 누군가에게 연결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한 사람.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다.  

인간이 이 세상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까닭은 사랑 때문이라는 것. 증오나 분노와 달리 사랑이 가리키는 것은 저마다 달랐다는 것.....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까닭은 그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그게 바로 신의 뜻이었다는 누군가의 말. 

우리는 지나간 뒤에야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며, 그 의미를 알게 된 뒤에는 돌이키는 게 이미 늦었다는 말. 그건 결국 늦게 배달되는 편지, 산 뒤에 표에 적힌 출발시간을 보고나서야 그 기차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기차표 같은 것이란 것.   

앞으로도 수많은 일이 일어날테고, 그중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할텐데, 그럼에도 인간이란 종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한 번 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말. 

인생이 이다지도 짧은 건 우리가 항상 세상에 없는 것을 찾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모든 이의 삶 속에 담겨있을 어떤 간절함이 느껴졌다. 모두가 스치고 지나갈 타인이겠지만, 그 내면에 담겨있을 각자의 외로움과, 아픔과, 사랑이 버무려진, 저마다 사연 속의 어떤 간절함 같은 것..... 이것이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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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 인간 악의 치료에 대한 희망 보고서, 개정판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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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펙, 이 분의 글 내용이 힘이 있는 이유 - 실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숙고가 있었기에 그런 것 같다.

먼저, 악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추호도 인정하러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합리화와 적대적 공격으로 일관한다.
정신적으로 병든 환자일수록
미로와 같은 거짓말들, 비틀린 동기들, 그리고 왜곡된 의사 표현들이 두드러진다. 

다음으로, 악은 혐오감(revulsion)이 들게한다.
뻔뻔하고 명백한 악함은 거의 즉각적으로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며,
보다 미묘한 악함의 경우라면 관계가 더 깊어져 감에 따라 점점 혐오감이 늘어나게 한다.
그래서 이 혐오감은 그 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조기 경보인 셈이다.
악과 너무 오래 마주하면 그 악은 반드시 사람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게 되어있다.

마지막으로, 악은 사람을 혼란(confusion)시킨다.
악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마치 생각하는 능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거짓말은 사람을 혼돈케 하는 것이다.
악은 자기 기만을 층층이 쌓으며, 남을 속이는 거짓의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다. 

 
악한 사람들은,
빛 속에 자기 모습이 드러나는 것과 양심의 소리 듣는 것을 끊임없이 피해 달아나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겁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악을 치유하는 것은,
영적인 힘과 심리적 힘을 충분히 갖춘 사람이
그들에 대한 두려움과 연민을 동시에 갖고서
신중하게 시도할 수 있는 작업이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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