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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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품들을 가지고 나는 프란체스카 지노, 마이크 노턴 하버드대학 교수와 함께 짝퉁 상품을 소지한 사람들이 진품을 소지한 사람들과 정말 다른 느낌을 갖고 또 다르게 행동하는지 실험했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이랬다. 짝퉁 상품은 피실험자로 하여금 진정성을 덜 느끼게 만들고, 또 이런 감정 때문에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피실험자들이 짝퉁 상품을 소지하는 행위가 자기 이미지를 손상한다고 느낄 경우 자기 자신을 보다 덜 정직한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우리의 추측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부정적으로 물든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부정행위의 길로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르게 걸어가지 않을까?
(중략)
이런 의문을 풀고자 우리는 피실험자들이 선글라스의 진품 여부와 관련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않는 집단을 따로 설정했었다. 짝퉁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않는 집단의 여자와 동일한 규모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치자. 만약 그렇다면 짝퉁이라는 조건 때문에 피실험자가 평소보다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 것은 아니고, 진품이라는 조건이 피실험자들로 하여금 평소보다 더 높은 도적성을 발휘하게끔 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진품 선글라스를 쓴 집단의 여자가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않는 집단의 여자와 동일한 규모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면 진품 조건 때문에 피실험자가 평소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발휘했다고 불 수 없고, 짝퉁 조건이 부정행위와 도덕성의 규모를 좌우하는 유일한 인자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 진품 조건과 짝퉁 조건에서 각각 실험자의 30퍼센트와 73퍼센트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데 반해, 제3의 조건, 즉 선글라스의 진품 여부와 관련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않은 집단에서는 피실험자의 42퍼센트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이 집단의 부정행위 수준은 진품 집단의 부정행위 수준에 더 가까웠다(실제로 이 두 조건 집단의 결과는 통계적인 의미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이런 결과는 다음의 가설을 지지했다. 진품 조건이 사람들의 정직성을(적어도 크게는) 증가시키지 않지만 짝퉁 상품을 쓰면 사람들의 도덕적인 자제력이 해이해지고, 따라서 사람들은 부정행위의 어두운 길로 더 많이 접어들게 된다. (하략)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159쪽-162쪽
이 책에는 흥미로는 행동실험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중을 위해 쓴 책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어 있어서 이 실험들이 학술적으로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좀 염려되는 부분은 있지만 우리의 인지 범위를 벗어나는 놀라운 실험 결과는 없습니다. 우리가 익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실험실에서 검증되어 가는 과정이 재미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약 20% 정도의 양적 부정을 저지릅니다. 이 정도면 ‘사소하지’라고 생각되는 정도의 부정을 저지르며, 부정이 들킬 염려가 없다고 생각할 때는 부정의 빈도가 늘어납니다. 다른 사람도 다 부정하다고 생각하면 부정의 양은 극심하게 증가하고,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국외자로 판단될 때, 부정의 전염은 차단됩니다.

이것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실험실에서 검증되었다는 것만 빼면요.

여기서 부정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매트릭스 실험이라고 하는 것을 수행하는데, 3*4 표에 있는 12 숫자 중 합해서 10이 되는 숫자를 찾는 것으로 표를 여러 개 제시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그 중에서 정답을 몇 개까지 찾을 수 있는가를 테스트 합니다. 그리고는 답지를 파기한 후 몇 개를 맞췄는지 피험자가 직접 대답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정답의 개수에 따라 실험참가비를 지급합니다.

실험자가 답지를 직접 확인하는 경우와 피험자가 답지를 파기하고 자신의 점수를 말하는 경우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의 정답량을 약 20% 정도 부풀려서 대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부분은 이 지점 “이 정도는 괜찮겠지”가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경우를 놓고, 사람의 “이 정도” 지점이 위치하는 곳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금전적인 이득,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일 때 사람들의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인용한 케이스의 경우는 또 신기하게도 짝퉁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판단력도 흐려지네요. 짝퉁 제품을 아무렇지 않게 선택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닌, 학교 학생들을 불러 클로이의 선글라스를 지급하고, 1/3에게는 이 선글라스가 진품이라고 말하고, 1/3에게는 짝퉁이라고 말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즉 선글라스의 정품 여부가 사람들의 도덕성에 영향을 주는 실험이지요. 사람들은 단지 자기가 쓰는 물건이 불법적으로 제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덜 도덕적이 될 수 있는 이 결과에 대해 “어차피 이렇게 된 거(what-the-hell)”라고 표현 하더군요.

이걸 읽다 보면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격무에 연관이 있겠다 싶더군요. 사람들에게 쉴 수 있는 여유가 더 주어진다면 다른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에서 지적하는 도덕적인 문제로 진행한 업무 부풀리기, 근무 시간 늘리기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런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서 깜짝 놀란 한 편으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적은 저녁 값이라도 받기 위해 괜히 야근을 더 하기도 하고요(그 시간엔 웹서핑 등의 회사 일과 상관 없는 일을 하죠).

저는 계속된 격무로 인해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떠나서 제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이렇게 바쁜데 그런 작은 버그 하나 별 거 아니잖아?”, “이렇게 업무가 많았는데 오타 몇 개 정도를 빼고는 문제 없으니 잘했어.”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자기 변명을 하고 있어요. 당장의 생계도 문제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실수나 정당화를 당연히 하는 나를 보며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의문이 들 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당장 나 자신을 정당화 하는 논리가 아닌 나 자신의 삶이 어디쯤 와 있는지, 도덕적 해이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보는 용도로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 그리고 문장 자체가 어렵지 않으면서도 각주가 최소화 되어 있고(한 페이지가 전부!), 제시한 예시들이 매우 적절합니다. 원제는 The Honest Truth About Dishonesty로 저자의 센스나 유머 스타일이 보이는 제목입니다. 대중서로서 아주 훌륭합니다.
내 친구이자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발레센Edward Balleisen은 곧 출간 될 자신의 저서 《호구와 사기꾼 그리고 양면성Suckers, Swindlers, and an Ambivalent State》에서 기업계가 신기술의 한계를 넘을 때마다(그 신기술의 발명품이 우편업무든, 전화든, 라디오든, 컴퓨터든 혹은 주택저당증권이든 간에) 이러한 발전 덕분에 사람들은 기술과 부정행위 양쪽 모두의 한계선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 신기술이 한층 더 개발되고 이의 사용이 정착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 소동은 끝난다. 그제야 이 신기술을 사용하는 데 바람직한 방식들이 무엇이며 또 지양해야 할 고약한 방식들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는 미국 우편업무의 초창기 활용방식 중 하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판매하기 위한 것, 즉 우편 사기 행위였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우편 사기의 문제점은 강력한 규제로 해결됐고, 덕분에 지금은 높은 품질과 효율성 그리고 신뢰가 우편업무에 자리 잡았다. 이런 관점에서 기술 발전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창의적인 사기꾼이 진보와 혁신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던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한다. (하략)
238쪽-239쪽

오래전에 나는 자동판매기를 한 대 샀다. 가격 책정 및 할인과 관련된 일련의 실험을 진행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몇 주 동안 동료인 니나 마자르와 나는 이 자동판매기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고정된 할인금액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개연성이 있는 할인 금액을 제시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사탕 한 봉지의 가격은 1달러로 책정돼 있다. 그런데 어떤 구멍들에게서는 30퍼센트를 할인해서 팔고 또 어떤 구멍들에서는 할인이 없는 대신 30퍼센트 확률로 1달러를 되돌려주는, 즉 공짜로 사탕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정했다. 이 실험의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할 것이다. 놀라지 말기 바란다. 우리는 후자의 방식이 전자에 비해 매출이 세 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실험의 주제는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내용 과 거리가 있지만 사람들이 자기 돈을 되돌려받게 한다는 설정은 부정행위에 대한 또 다른 실험을 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됐다.
248쪽-249쪽

플라톤은 “기게스 왕의 신화Myth of the King of Gyges”에서는 기게스라는 이름의 목동이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신기한 반지를 얻는다. 기게스는 이 반지의 힘을 빌려 범죄를 저지르기로 맘 먹는다. 그는 왕궁으로 들어가 왕비를 유혹해 왕을 죽이도록 사주한 뒤 왕권을 찬탈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플라톤은 보이지 않는 힘을 사용하는 사람에 맞서 살아남을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못하도록 막아주는 도구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위협밖에 없는지 묻는다. J. R. R. 톨킨John Ronald Reuel Tolien은 이 주제를 파고 들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을 탄생시켰다.
278쪽-279쪽

나는 이스라엘에서 성장했으므로 특별히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들의 도덕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나는 이스라엘인이 미국인보다 부정행위를 더 많이 한다고 확신했다). 결과는 매트릭스 실험에서 이스라엘인 피실험자들이 미국인 피실험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중국인 동료 셜리 왕 Shirley Wang은 중국인이 미국인보다 부정행위를 더 많이 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이번에도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인의 부정행위 수준은 미국인의 그것과 동일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카 지노 역시 이탈리아인이 미국인보다 부정행위를 많이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탈리아에 한 번 가보시죠. 부정행위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의 추정 역시 빗나갔다. 우리는 터키와 캐나다 그리고 영국의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해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이런 결과에 비춰볼 때 부정행위의 규모는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그때까지 우리가 실험을 한 국가의 국민들은 그랬다.
302쪽-303쪽

표절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 대학에서 표절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아시아 및 중동의 문화권에서는 이 행동이 학생과 교수 사이에서 진행되는 일종의 포커 게임과 같은 것으로 인식된다. 이들 문화권에서는 부정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부정행위가 발각되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와 유사하게 어떤 문화권에서는 탈세, 불륜, 불법 다운로드, 한산한 교차로에서 적색 신호 무시하기 등과 같은 부정행위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런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권장하기까지 한다.
304쪽

흥미롭게도 우리는 이미 우리의 도덕적 기준을 재정립하고 더불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것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사회적 장치들을 갖고 있다. 천주교의 고해성사에서부터 유대교의 욤 키푸르(금식과 속죄기도를 하는 속죄일ㅡ옮긴이)와 이슬람교의 라마단, 심지어 한 주에 한 번씩 지키는 안식일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새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제의 형식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해 타락한 생활을 중단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기회로 삶을 수 있다(종교를 믿지 않는사람조차도 새해에나 생일에 혹은 직업을 바꾸고 새로 시작할 때나 실연을 당했을 때 새로운 결심을 한다. 이런 것들 역시 ‘새로운 시작의 기회’인 셈이다).
최근에 나는 동료들과 함께 이런 다양한 새 출발들의 효용성에 대한 일련의 실험들을 시작했다(이 실험들은 천주교의 고해성사 형식을 빌리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방법을 도구로 사용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이런 방법들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를 매우 성공적으로 제거함으로써 도덕적 기준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 같다.
310쪽-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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