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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경의 생활사 - 고려 500년 서울
한국역사연구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조선보다는 고려를 더 좋아한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른다. 고려라는 나라가 가진 국제적인 이미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색목인 회회아비가 만두가게를 열고, 송나라 상인이 개경 미인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왕은 침략자 황제의 눈에 어긋나 티벳으로 귀향가던 시대.
알고 있다. 이것은 고려사 자체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이미지에 대한 애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나는 사랑한다.
술 집에는 푸른 깃발을 걸고, 누각에 차 내오는 찻집이 있고, 동네 아가씨들은 등불 피우러 절에 가고, 총각들은 시장 천변 공터에서 석전 놀이한다. 은퇴한 관료는 집에 정원 내어 오이 심고, 먼데서 얻어온 포도나무 심어 친구들 불러 구경시키고, 학생들은 여름이면 계곡에서 술 나눠 마시며 노래하고 시를 읊는다. 절은 돈을 벌러 땅을 세 내어 주고, 그러면서 시내 한가운데 항아리에 미음을 가득 쑤어다가 배고픈 사람들 맘껏 퍼먹으라 한다.
그런 중세이야기다. 알고 있다. 이 책은 고려사의 긍정적인 부분만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개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2. 사소한 불만이 있다.
- 2장의 "조선시대 개성 출신의 문장가들"은 이 책에 걸맞지 않은 느낌이다. 굳이 쓴다면 책의 후반부에 들어가야 할 것이 책 전반부에 떡하니 들어가 있다.
- 사 용된 그림의 대부분이 조선시대 것이다. 도판을 이용해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그 그림이 고려의 생활상을 잘 드러내는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 열악하더라도 고려의 그림을 인용하거나 화가를 통해서 고증에 맞게 새로 그리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