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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왕국 대가야
매일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창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고려사 책 찾다가 가야책을 집어 왔군요. 이 책을 학교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읽었으니 참 오래 끼고 있었죠. 양장본인데 사실 그렇게 양이 많진 않아요. 개경의 생활사를 먼저 읽느라 중간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그래요.
한 국 역사상 생물학적으로 가장 성공한 국가는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가야일 거예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인 김씨가 700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그 중 450만 명 정도가 금관 가야의 개국왕 김수로의 후손임을 자처하고 있지요. 대단하지요? 고대국가의 형태를 갖췄느냐 못 갖췄느냐 의견도 분분한 가야의 후손이 끈질기게 살아 남아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가지게 되다니요.
그 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 이 책과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예요. 이 대가야라고 하는 것은 거대한 가야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고령을 중심으로 금관가야를 이어 가야연맹체의 패권을 쥐었던 고유명사 '대가야'를 말하는 것이더라고요. 저는 고향이 창원이라 어려서부터 가야와 관련된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곤 했어요. 그렇지만 가야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여 금관가야가 멸망하고 난 이후 가야는 쇠퇴하고 패권은 다른 가야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정도에 그쳤지요. 기억을 되짚어 보면 대가야라는 국명을 들은 기억이 있는 것같기도 합니다. 대가야라는 국가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지는 비중은 딱 그 정도일까요?
제가 학교에서 국사를 배울 때만 해도 대가야에 대한 부분은 거의 배울 수가 없었어요. 금관가야의 경우는 김수로와 허황옥의 이야기를 통해 가야 전체와 동일시 되는 경향이 있어요. 전 어렸을 때 변한, 진한, 마한 삼한에 대해서 이름만 짚고 넘어가는 것이 불만이었어요. 따지자면 고려나 백제는 북방으로부터 도래해 온 유민이고, 그 이전부터 한반도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삼한의 사람들 아닌가요? 가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그런데 어째서 이런 사람들의 역사는 무시해 버리는 걸까 그게 불만이었죠.
이 책은 지방자치제 10년의 한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래는 매일신문 창간 57주년 특별 기획 '아! 대가야(2003.7.7~2004.6.21)'를 보완하여 내놓은 것으로, 후면의 저자를 보니 두 기자 모두 고령 출신이시더라구요. 안 그래도 읽으면서 고령에 대한 사랑이 참 깊구나 생각했는데 이유를 알만하죠. :) 지방자치제도의 시행과 지방 의회의 발생, 지방 수입 증대를 위한 축제를 열거나, 유적지를 개발한 그 결과가 아닌가 싶더라는 거죠.
대가야 유적의 개발과 보존은 대부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 시행되었고, 검색해 보니 최근 고분군 재발굴을 통해서 많은 유적을 추가 발굴해 냈다고 해요. 2005년에는 대가야 박물관도 예쁘게 지었구요.
책 뒤에 나오는 자문단 좌담회를 통해서도 고령과 대가야에 대한 애정을 잘 느낄 수 있었고, 고령의 지역 의회도 이런 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기도 했구요. 아직 이런 일이 생각처럼 매끄럽게 잘 진행되지는 못해서 많은 유적지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는 했지만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책의 내용은 대가야의 부흥과 쇠퇴, 왜와의 관계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가야금의 나라가 대가야인 것은 처음 알았네요. 왕이 "여러 고을의 방언이 다르니 어찌 소리가 같겠느냐. 고을마다 소리를 따로 만들라"는 명령을 내릴 정도이니 문화적으로 안정된 국가였겠지요. 또, 대가야의 경우는 강력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한 국가로 철기, 지금으로 따지자면 슈퍼하이테크놀로지 무기를 바탕으로 주변지에는 정복활동을, 바다건너 왜에는 무역외교를 실시했던 국가이기 때문에 유물 중 철제무기 비율이 높다는 부분도 인상적이고요. 가야금이라는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낸 것에는 이런 기술적인 선진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부분도 역시. :)
한 반도에서 가야가 차지한 면적은 작았을지 모르겠지만 기원전으로부터 시작하여 기원후 600년까지 삼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국가로서 다시 한 번 살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더불어 삼국과 고조선에 대한 집착이 우리 역사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음에는 삼한시대에 대한 책을 찾아볼까 봐요.
이 책은 사실에 입각하여 서술하였고, 공상적인 부분이나 넘겨짚기, 무리한 결론 내리기 같은 부분이 없어서 읽기 편했어요. 또 저자분들이 기자이기 때문에 문장도 깔끔해요. 이렇게 쓰는 기자도 있구나 다시 생각했어요. 오타는 하나 발견한 정도. 오랜만에 읽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실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