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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 안개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현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처음 미야베 미유키가 소개될 때 《용은 잠든다》,《이유》,《모방범》,《ICO》를 함께 구입했다. 앞의 세 권은 모두 읽었고, 그 이후 《브레이브 스토리즈》,《이름없는 독》을 추가로 읽었다.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팬이 될 용의가 충분히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ICO》를 읽지 않고 보관해 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원작《ICO》의 광팬이다. 내가 처음으로 해본 PS2 게임이《ICO》였고, 처음으로 엔딩을 본 게임도 《ICO》다. 그 이후에 발매된 《완다와 거상》역시 몹시 아끼는 게임이다. 간단히 말해 미야베 미유키라고 해도 이 작품만큼은 제대로 쓰기 힘들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ICO》의 염가판 재판을 기념한 개발자 인터뷰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은 65만장 정도이니 수백만 카피씩 팔리는 게임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상을 수상했고, 기술면에서나 개발관점에서나 많은 영향을 미친 게임이다.
특히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속편만큼은 절대 내지 말아줘.' 라는 의견이 상당히 많을 정도로 인상적인 게임이 바로 《ICO》다.
게임의 메인 카피는
- 언제인지 모르는 시대의, 어디인지 모르는 장소의 이야기
-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아… 내 영혼마저 날아가 버릴 것 같아…
두 가지. 이건 단순하게 광고 카피가 아니라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이 게임을 끝가지 해도 게임의 배경이 되는 시대도, 어떤 장소인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ICO》다. 게임이 끝나고 난 후 어떻게 됐는지, 게임을 하기 전엔 어땠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두번째, 그녀의 손을 놓지 않는다. 이건 비유법이 아니라 이 게임 조작의 특징 중 하나이다.
유저는 이코를 움직여서 게임을 진행한다.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은 요르다를 풀어주는 것이고, 그 이후 요르다는 유저를 따라오는 AI를 가진 독립체로서 존재한다. 유저는 요르다에게 아무 것도 강제로 시킬 수 없다.
이코인 나는 요르다의 곁에 가서 손을 잡는다. 그러면 패드는 '두근'하고 심장이 뛰듯 한 번 진동한다. 너무 빨리 뛰어서는 안된다. 요르다가 따라오지 못한다.
중간이 무너진 다리를 발견했다면 요르다가 함께 건너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요르다는 머뭇머뭇 하면서도 점프를 하고, 내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요르다를 '부르면' 요르다는 '못한다'는 것으로 들리는 묘한 언어를 말한다. 내가 길을 찾지 못하면 요르다는 '이코'하고 불러서 힌트를 준다. 이코와 요르다가 조금 멀어졌을 때 이코는 '요르다' 하고 부를 수 있다.
이 게임은 그런 게임이다. 소년이 되어서, 날아갈 것만 같은 소녀를 지켜주는 게임.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성에서 탈출하는 게임. 함께 손을 잡을 수 있는 게임.
그런 게임에다 대고 토쿠사 마을이니 토토니, 기사니 아버지니, 빛의 신이니 ㅠㅠ 뭐 하자는 거예요 미야베씨 ㅠㅠ 팬이라면서! 팬이라서 직접 찾아가서 소설을 쓰게 해달라고 했다며! 뭐가 소중한지도 모르는거야? 화가 나서 읽을 수가 없게 됐다. 관둘테다.
이 소설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사람들...꼭 《ICO》를 해보시길 바란다. 원작은 훨씬 더 대단하다. 아름다운 빛과 안개의 성, 훌륭한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 이건 미야베 미유키가 절대로 묘사하지 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