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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ㅣ Mr. Know 세계문학 33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매번 하드커버만 보다가 페이퍼백 보니까 정말 약해 보이네요. 지질도 두껍기 때문에 평소 읽던 책과 비교하면 정말 절반 정도의 분량 밖에 안될 것 같아요. 진짜 러시아어판을 번역한 책인데, 첫번째 룸메이트 언니(노어과가 노르웨이어과인 줄 알고 입학했다던)가 시험 준비할 때 읽던 바로 그 러시아어로군요. 파블로비치가 아닌 빠블로비치. 처음에는 이 놈의 러시아 이름들 적응이 안 돼서 혼났지만 생각보다는 빨리 적응이 되더라고요.
신화와 문학 과목을 들었는데, 그 중에 러시아문학 파트 강의를 듣던 때가 생각나요. 푸슈낀의 스페이드의 여왕이었는데, 어찌나 은유와 상징이 복잡하던지 강의 끝나는 종 땡 치면 머리가 완전히 리셋되는 거예요.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니까요. 저한테 러시아는 그런 나라예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역시 마찬가지예요.
시대는 다르지만 러시아라는 나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태양이 지나가는 지점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을 것 같고, 어딘가 메마른 느낌의 공기와 차가운 입김, 마트로슈카. 끝이 없을 것 같이 길고 지루하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끝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그런 믿음마저 없다면 절망해 버리게 되겠죠. 봐,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이나 남았는데 절망하기는 이르지 않아?
요즘 딱 맞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