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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지음, 주익종 옮김 / 필맥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전략)그렇게 하는 대신 각 가정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놓고 서로 격렬히 다투는 입찰전쟁에 휩쓸려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란 좋은 학군 내 주택이다. 학교 체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주택에 대한 입찰전쟁이 격화됐고, 부모들은 아이를 좋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또는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도 주택에 대한 입찰전쟁에 나서서 그 가격을 점차 높여갔다. 안성맞춤으로 엄마의 소득이 적시에 생겨나 입찰전쟁에서 경합을 벌일 추가적인 실탄을 각 가정에 주게 되어, 그들 모두가 원하는 것들의 가격을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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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무자녀 독신자는 1983년에 7만 3000달러짜리 집을 샀는데 오늘날은 9만 달러짜리 집을 산다. 평균적인 유자녀 기혼부부는 1983년에 9만 8000달러짜리 집을 갖고 있었지만, 15년 후에는 17만 5000달러짜리 집을 샀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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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석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는 독자 각자가 판단할 몫일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던 사실 한가지에 대한 힌트를 주는데, 지난 몇 년간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그것은 약 5년 사이 급격히 증가한 맞벌이 가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린 것 역시 그 움직임을 따르고 있다. 물론 부동산의 가격 상승에 대한 요인은 그 외에도 많겠지만 각 가정의 1.5배 이상 상승한 수입이 가치 결정에 기여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이 구한 지표에 따르면 현재의 가정은 20년 전의 가정에 비해서 특별히 더 과소비 하고 있지는 않다. 가전제품은 덜 고장나고, 저가 메이커가 일정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등, 지출이 늘어날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 다른 부분에서 지출이 줄어 들었다. 사람들이 좀 더 과소비 하게 되었다는 지적에는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공교육의 붕괴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화하여 좋은 학군을 형성하고, 거기에 대한 경쟁률이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에 시너지를 일으키는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동감할 만한 분석이다. 실제로 학군에 대한 경쟁력이 낮은 지역의 부동산 상승 기울기는 학군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 비해 완만하다.
그 밖에 주택 문제는 한국의 자녀 출산 비율이 급격히 낮아진 것도 설명할 수 있는데, 90~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가정을 형성한 세대들은 자녀들에게 방을 따로 배정해야 한다는 상식을 가진 세대다. 자녀 출산 후 4년 내에 자녀를 위한 방이 있는 집으로 옮겨갈 수 없다면 지금 상황이 자식 낳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자녀 부양 비용은 주택비용과 함께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현정부의 부동산, 공교육 통제 방침은 사태의 본질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미국의 현실을 분석한 책이므로 국내 실정에는 걸맞지 않은 분석도 분명히 있다. 미국과 한국의 공교육 붕괴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의 공교육은 아직 미국의 공교육에 비해 그 뼈대는 남아 있는 편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핵심적인 교훈은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과연 현명한 답안인가 하는 점이며, 이 책과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같은 시기에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히 우연이었지만 효과적인 독서가 되었던 것 같다. 경제학은 결코 가정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두 배의 수입은 새로운 가치 결정에 투입되며, 그것이 설령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심리적 방어를 깨뜨리기는 쉽지 않다. 좋은 교육과 안정적인 가정에 대한 열망 같은 것 말이다.
신용대부업계가 주장하는 바는 미국이 처한 어려움과 일치하며,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어느 정도 그와 비슷한 일을 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더욱 더 걱정이 된다. 나는 그동안 안전했나. 맞벌이를 당연히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는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번역은 직역체가 다소 거슬리지만 큰 문제점은 없는 듯 하고, 원래 책부터 동어반복이 많아서 했던 이야기 하고 또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책 자체는 탄탄하게 잘 나왔다.
그 밖에
파산이 뭐길래 : 서울지법 파산부 판사가 쓴 글. 2005년에 작성된 글이지만…….
맞벌이로 번 돈 비자금으로 다 샌다(上) : 두 배로 벌어들인 만큼 고정 비용이 늘어나는 현상을 다룬 《맞벌이의 함정》과 동일한 사례는 아니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이 글이 더 잘 와 닿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