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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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헤르만 헤세 선집


WOLKEN [(독일어)볼켄 - 구름들]




'선집'은 여러 작품을 골라 모은 모음집이란 뜻으로 앤솔로지(Anthology)라고도 한다. 헤르만 헤세의 선집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연구하고 편집하는 데 몰두하는 '폴커 미헬스'가 헤세의 글을 엮어 펼쳐낸 책이다. 헤세의 시, 에세이, 작품 속의 일부 글들을 발췌해서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의 주제는 바로 '구름'이다. 헤세는 구름을 통해 많은 영감을 이끌어 냈다. 헤세가 지끔까지 펼쳐낸 작품들 중에서 구름과 관련된 내용들이 엄선되어 이 책에 담겼다. 하늘에 떠 있는 저 구름이 이토록 다양한 이름과 이토록 다채로운 색의 구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구름의 여러 형태와 색이 묘사된다. 

"이 넓은 세상에서 나보다 구름을 잘 알고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

헤르만 헤세의 첫 장편소설『페터 카멘친트Peter Camenzind』에서 어쩌면 가장 인상적인 대목일지도 모를 한 대목은 이 외침으로 시작한다.

후기 (p155)

사실 우리에게 구름은 그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하얗고 동그란 것에 불과하다. 푸른 하늘과 함께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사실 그뿐이다. 그런데 구름을 정말 좋아하고 구름에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니. 헤세에게는 이 구름이 정말 신비하고도 아름다우며 동시에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샘솟게 하는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정말 구름을 사랑했다는 표현이 맞다.

구름은 오랜 세월 헤르만 헤세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중략) 종잡을 수 없는 구름의 비행은 방향에도 지속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손으로 잡을 수 없고 그저 눈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시인은 그런 구름을 억지로 잡으려 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미지를 영원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만든다.

파울 튀러 (p5)

작가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선집은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 구름은 헤세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헤세는 구름에 대해 정말 다양한 지식을 가졌고, 풍부한 표현력으로 구름의 모양과 색을 표현한다. 때로는 멈춰있고, 시시각각 움직이는 구름을 통해 그 감정을 투영시켜 그 상황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순간 태양의 어둡게 타오르는 시선이 그리움을 담은 구름에 닿았다. 환한 깃털 같은 구름이 뜨거운 전율 속에서 불타올랐는데, 어찌나 붉고 또 붉은지 제노바의 언덕 위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걸려 있는 듯 했다.

아름다운 구름 / 1902년 (p54)

노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태양에 의해 붉은 노을이 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횃불이 걸려 있다는 표현과 그리움을 담은 구름에 닿았다는 이 표현. 시적이고 감성적이며 다채로운 이 표현들은 헤세의 방식으로 하늘 위 마법 현상을 표현하고 해석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헤세의 자연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자연 경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헤세의 표현들을 음미하다보면 그 자연 경관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름다운 것과 예술만큼 그 자체로 명랑하고 사람을 명랑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우리가 아름다움과 에술에 푹 빠져 그것들을 통해 자기 자신은 물론 세상의 온갖 시름을 말끔히 잊는다면.

굳이 바흐의 푸가나 조르조네의 그림일 필요는 없다. 흰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한 조각이나 부채처럼 펼쳐진 유연한 갈매기 꽁지깃이면 충분하고, 아스팔트 위 기름 얼룩에 비친 무지갯빛이면 족하다. 아니, 그보다 더 사소한 것도 상관없다.

아름다움의 지속 / 1951년 (p99)

이 구절을 읽고 한동안 감탄했다. 어린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여행 중에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이제는 내 마음에 들어 온다. 푸르른 하늘과 뭉게 구름, 울창한 나무들이 특히나 그렇다. 이 셋이 조화롭게 차창 밖으로 내 앞에 펼쳐지는 경우, 나는 감탄하고 그 여행이 충만해진다. 아름다운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의 온갖 시름을 잊는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 보다.


헤세는 조금 더 사소한 것에도 아름다운 것, 예술과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오늘 하루 하늘을 바라보며 이 세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것도 참으로 갚진 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구절을 통해 깨닫는다.






때때로 저녁 무렵, 나는 그렇게 앉아 저 위 나와 같은 눈높이에서 떠가는 저녁 구름을 바라볼 때면 행복에 가까운 감정에 젖는다. (중략) 세상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기 눈으로 조용히 주의 깊게 관찰하기만 하더라도 세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는 사실이지. 세상이 총애하는 성공한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세상을 구경할 줄 아는 기술은 훌륭한 예술이야. 그것도 정교하고 치유적이면서 종종 무척 즐겁기까지 한 예술이지!

저녁 구름 / 1926년 (p132)

어쩌면 가난한 시인의 자기 위로일지도 모르겠으나 헤세는 저녁 구름에서 이 예술을 배웠다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알지 못할 것이라 말하건만 그들도 모를 특별한 이유도 없기에... 여기에서도 우리는 헤세가 허름하지만 훌륭한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석조 발코니에서 저녁 구름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그려진다.


뷰가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일과 후에 잠시나마 유유자적 하늘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며 행복에 가까운 감정에 젖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무척이나 즐거고도 훌륭한 예술과도 같은 일일테니 말이다. 






헤르만 헤세 작품들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중에서 특히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은 필독서로 여겨지는 그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대부분의 책들이 한글로 번역되어 만나볼 수 있으며 다양한 번역본이 존재한다. 헤세의 작품을 하나씩 읽어봐야 겠다.


1904년 페터 카멘찐트 Peter Camenzind

1906년 수레바퀴 아래서 Unterm Rad

1910년 게르트루트 (봄의 폭풍우 or 사랑의 3중주) - 음악소설

1914년 로스할데 (Rosshalde) - 화가소설

1915년 크눌프 (향수)

1916년 단편 청춘은 아름다워라

1919년 데미안 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1920년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 Klingsors Letzter Sommer

1922년 싯다르타 Siddhartha

1927년 황야의 이리 Der Steppenwolf

1930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Narziß und Goldmund (지와 사랑)

1932년 동방 여행 Journey to the East

1943년 유리알 유희 Das Glasperlensp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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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 우리말로 노래하는 식물도감
최종규.숲노래 지음, 사름벼리 그림 / 세나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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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나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어른도 어린이도 모두 볼 수 있는 동시집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요즘 제법 책을 읽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추천 책을 읽고 재미있다며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곤 합니다. 얼마 전 딸은 안녕달 그림책을 읽고 안녕달 그림책 시리즈를 사고 싶다고 말했고, 저는 안녕달 그림책 5권 세트를 딸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저 책에 조금씩 관심을 갖는 딸의 모습에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얼마 전 딸은 책장 한 켠에 있던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을 펼쳐 읽더군요. 익숙치 않은 단어들이 제법 많이 나오지만 그 뜻을 저에게 물으며 시를 읽는 모습이 정말 대견해 보였습니다. 아이가 읽기 좋은 동시집 하나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는 딸과 함께 읽고 싶은 동시집입니다.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와 식물들이 시의 제목이며, 아름다운 한글의 맛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어른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단어지만 막상 설명하라면 설명하기 쉽지 않은 우리말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이 동시집은 아이가 읽어도 좋고 어른이 읽어도 좋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기에 아주 좋은 동시집입니다.



동시집, 시집은 부담이 없어서 좋아요. 빨리 읽거나 많이 읽는 것이 목표가 아닌 글을 느끼는 것이 주요 목표이니까요. 어렸을 때 시가 참 어렵게 느껴졌어요. 시험을 볼 때면 그 정해져 있는 정답과 같은 느낌이 저에겐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아이에게 동시는 그저 동시였으면 좋겠어요.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풀기 위해 읽는 시가 아닌 문학의 감수성을 건드려 주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의 왼편에는 시 본문이 나오고, 오른편에는 직접 동시를 따라쓸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시에 나온 어려운 단어에 대한 뜻풀이 혹은 작품 해설이 같이 있어 좋았습니다. '토끼풀'이 이웃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어요. '네잎클로버'라고 하지 않고 '네잎풀'이라 말하고 있네요. 외래어가 아닌 우리 말을 사용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동시집이라고 해서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낯선 단어들이 많이 등장해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천천히 시를 읽어 나가면 마치 들판에서 들꽃과 이슬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싸르랑싸르랑 우는 들벌레 소리를 듣고 싶어집니다.




씨앗의 신비함을 느껴볼 수 있는 동시라 기억에 남습니다. 씨앗이 자라 줄기가 오르고, 나비가 앉으며, 참새 딱새 박새가 쉬어가며,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람이 타고 올라간다니 낭만이 가득합니다. 아이와 함께 씨앗을 보면 이 동시가 떠올라 이 페이지를 펼쳐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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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튤립과 친구들 - 눈을 크게 뜨고 숨은그림찾기 TULiPE
소피 게리브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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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니어RH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찾아라, 튤립과 친구들

아이와 함께 하는 숨은그림 찾기



우리집 둘째는 5살 아들입니다.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기에 제가 책을 읽어주거나 그림이 많은 책들을 보게 됩니다. 둘째는 특히 숨은그림찾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숨은그림찾기를 참 좋아했는데, 저를 닮았나 봅니다. 도서관에 도작하면 새로운 숨은그림찾기 책을 매번 찾아보는데 도서관에 비치된 웬만한 숨은그림찾기 책은 다 본 것 같습니다.

<찾아라, 튤립과 친구들> 이란 제목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숨은그림찾기 책이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튤립 꽃을 찾는 책인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튤립이가 누군지 궁금해 집니다.




하얀색 상의를 입은 곰이 바로 튤립입니다. 파랑새가 바이올렛이고, 초록 뱀이 크로커스 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세 친구를 찾는 것인데요. 책 뒤쪽으로 가면 바이올렛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새도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총 다섯 친구를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숨은그림찾기 정답은 알에치코이라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총 10개의 숨은그림찾기 페이지가 있어요. 그런데요. 와,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한참을 찾아도 안보이더라구요. 첫 페이지부터 쉽지 않아요. 아이가 한동안 찾아도 안보이니 포기하더라구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노력했더니 조금씩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저의 개인적인  추천으로는 첫 페이지를 건너 뛰시고 쉬워보이는 페이지부터 시작하시기를 권합니다.





총 10 종류의 숨은그림찾기가 있습니다. 오히려 뒤쪽으로 갈 수록 찾기가 수월합니다. 익숙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서 아이와 함께 자신이 찾은 것들의 이름을 얘기하기에도 재미있습니다. 고래, 문어, 우주선, 용, 비행기 등 다양한 캐릭터 및 동물 등을 볼 수 있어요. 아기자기하고 특색있는 그림들이라 구경하는 재미,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숨은그림찾기는 언제나 진리입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튤립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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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사르르, 유령 아이스크림
칸나 지음, 한귀숙 옮김 / 다그림책(키다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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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그림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고민이 사르르, 유령 아이스크림

아이에게 고민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 고민을 날려봅니다.

5살 아들과 함께 보기 위해 이 책을 골랐답니다. 일본 그림책 대상을 받았다고 하니 그림과 내용이 정말 궁금했습니다.

유령이기에 아이가 무서워할까 생각했는데 책의 유령 그림을 보고는 전혀 무서운 기색이 없었어요. 아이는 어떤 동물들을 만나는지 흥미롭게 책 이야기에 몰두했습니다. 빨리 다음에 만나는 동물이 무엇일지 궁금해 책장을 막 넘기기까지 했답니다.



어느 숲속에, 유령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겼어요.

유령은 낮에 보이지 않기에 유령 아이스크림 가게는 밤에만 운영을 한답니다. 유령이 만든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숲속 어딘가에 유령 씨의 아이스크림을 원하는 친구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부엉이 손님을 만났습니다. 친구와 싸워 속상한 부엉이에게 유령 씨는 맞춤 아이스크림인 불송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줍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고 마음이 따끈따끈해지는 아이스크림입니다.

그 다음에 만난 코알라를 만났습니다. 걱정으로 인해 잠을 잘 못자는 코알라였습니다. 유령 씨는 뭉게구름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줍니다. 달콤한 뭉게구름 아이스크림을 먹고 코알라는 걱정을 날려버립니다.



유령 씨, 정말 고마워요.

귀여운 사자도 만났습니다. 발표를 위해 용기가 필요했던 사자였습니다. 기운이 절로 나는 별 조각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유령은 아이스크림 가게 밖으로 나가 봤어요.

어디선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유령 씨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이가 분명 이 책 <고민이 사르르, 유령 아이스크림>의 내용을 기억하고 사자에게 필요했던 별 조각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말할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현재 가진 고민에 대해 얘기해 봅니다. 동물들이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던 것처럼 아이도 자신이 현재 가진 고민을 얘기해 봅니다.

어떤 고민이 있더라도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그 고민은 쉽게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유령 아이스크림얘기를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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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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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케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당신에게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오랜만에 나와 결이 맞는 책을 만났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독서 모임 혹은 다른 활동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그 역시 내 성격과 맞지 않다. 개인적 취미로 책을 읽곤 하는데 간혹 이렇게 나와 결이 맞는 책을 만나면 더없이 기쁘다. 그토록 찾아 헤매이던 어디가 숨어 있던 소울메이트를 드디어 만난 느낌이랄까. 그렇게 조심스럽게 신은하 저자의 조용한 팬이 되었다.

나의 케렌시아는 어디일까. 곰곰이 돌아보면, 나에게도 인생의 고비마다 '동굴'로 기어들어 가듯 찾아가던 곳이 있었다. 바로 동네 시립도서관의 '종합열람실'이다.

p18

저자의 케렌시아는 바로 도서관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았던 도서관에서 숨을 고르고 여유를 찾고 에너지를 비축했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고전을 읽으며 그 안에서 인간의 고민들에 대해 이해하고 문제들을 극복하는 힘을 얻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꼈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고전에서 삶의 정답을 찾았다고나 할까. 사람과의 관계에 회의와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인간관계와 관련된 고전 서적들을 통해 인간관게의 핵심을 이해하고 내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도움을 얻었다.

나의 케렌시아(피난처, 안식처를 뜻하는 스페인어)는 어디일까.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동굴 혹은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을 돌보느라 지쳐있는 엄마, 아빠들에게 케렌시아가 정말 필요하다. 어쩌면 그런 마음의 안식처를 찾았다는 자체가 행운인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면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케렌시아가 어디인지 생각해봤다. 집 근처의 작은 카페, 집 앞 한적한 공원이 나만의 케렌시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처럼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면 참 좋았을 것을,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면 참 좋겠다. 그래야 부담없이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여우가 말한 '길들임'은 그런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다. 진짜 관계란 시간을 들여 서로를 알아가고, 기꺼이 책임지며, 마음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축적하는 일이어야 한다.

p134

<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을 읽고나니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은 것만 같았다. 왜 숨겨진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을까? 첫째, 어떤 고전을 읽을지 뭔가 막막할 때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모든 고전 문학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저자가 더 고전 문학들을 섭렵하고 두번째 세번째 책도 내주었으면 한다. 나와 결이 맞는 저자의 책이기에 고민없이 후속 책을 만나면 집어 들것만 같다.

둘째, 고전 문학에 대한 저자만의 해석이 담겨 있어 더욱 좋다. 물론 <어린왕자>를 이미 읽었지만 이 책에서 <어린왕자>를 다루고 있고 저자만의 해석을 읽고나니 문득 다시 <어린왕자>가 읽고 싶어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글귀가 전하는 숨겨진 의미를 온전히 이해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책을 읽고 나면 이러한 숨은 뜻이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확신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나 후기들을 읽고 내가 했던 비슷한 생각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만의 생각들이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과 많이 닮아 있고,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들도 있어 더욱 좋았다.

<모비 딕>은 내게 다시 읽을 날을 조용히 기다리게 만드는, 깊고도 단단한 고전이다. 바다 한가운데를 외롭게 항해하던 피쿼드호의 모습과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였던 선원들의 모습이 지금도 아득하게 떠오르는 그런 책이다.

p210

"이 책은 고래 덕후가 되거나, 읽기를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p208) 라고 <모비 딕>의 한 독자가 평했다고 한다. 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는 고전은 그 도전 자체가 꺼려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첫 페이지를 펼치지 못한 고전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독서 모임을 통해 어렵고 힘든 고전 독서의 과정을 이겨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비 딕>을 읽으면서 이야기에 푹 빠졌다고 하니 도전 욕구가 활활 타오른다.

이 에피소드를 읽고난 후 내 책장의 책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상당히 많이 보여 놀랍다. 내가 꼭 읽겠다고 다짐한 고전들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다. <파우스트> <그리스인 조르바> <삼국지>등 이미 인정 받은 멋진 고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다음 책으로는 꼭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고전을 펼쳐들 힘을 이내 얻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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