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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미 배드 미 ㅣ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굿 미 배드 미
20년 전 영국에서는 로즈마리 웨스트와 그의 딸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소설같은 현실을 모티브로 <굿 미 배드 미>가 탄생되었다. 아홉 명의 아이들을 살해한 아동 연쇄 살해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신고한 딸. 소설의 첫 부분부터 심상치 않다. 차분하게 딸 애니는 엄마의 만행을 신고했고 증거품을 꺼냈다. 애니의 시각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15살의 소녀의 그 여린 마음 속에는 '좋은 나'와 '나쁜 나'의 본능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작가 <알리 랜드>는 정신 의학을 공부하고 10년간 청소년, 성인의 정신 건강 분야에 종사했다고 한다. 그들의 정신 심리에 큰 관심이 있었기에 이러한 소설이 탄생했다고 본다. 자신의 마음 속 갈등, 타인과의 인간 관계에서 오는 대립, 얼굴 표정과 말투의 괴리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와 그 묘사들이 날카롭고 예리하다. 세상에는 참 뛰어난 작가들이 많음을 새삼 느낀다.
위로 여덟 계단, 그리고 또 네 계단
문은 오른쪽에 있다.
이번에는 여자애였다... (p166)
밀리와 애니는 동일인이다. 9명의 아이들을 살해한 엄마의 지옥같은 곳에서는 애니였고, 그 곳에서 나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밀리가 있다. 밀리의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애니와 싸운다. 자신의 내면에 애니를 부추기는 엄마가 존재한다. 때때로 자신의 내면의 애니를 끄집어 내는 엄마의 허상은 밀리와 언제나 함게하고 그로 인해 밀리는 고통 받는다.
사이코패스의 뇌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 나는 내게 주어진 확률을 생각해보았다.
80퍼센트가 유전이고 20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이다.
그러니 나는, 100퍼센트다. (p104)
얼마나 끔찍했을까. 아이들의 고통을 작은 구멍 사이로 애니는 지켜봐야 했다. 눈물을 흘리며 놀이방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애니의 그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이 후 뒤처리를 해야했던 애니는 그러한 상황에 이미 들어와 있고 벗어날 수 없었다.
피해당한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애니의 피해 정도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싶다. 그저 정상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밀리는 이미 정상이라 말하기 힘든 상태다. 누구나 그런 상황에 있다면 그저 당할 수 밖에 없다. 그 대상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유일한 애착대상을 신고해야 했던 그 소녀의 마음은 우리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난 항상 엄마에게 애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밀리야.
내 안의 샴쌍둥이가 전쟁을 벌였다.
착한 나. 나쁜 나. (p322)
소설의 가독성은 좋은 편이었다.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하는 긴장감도 나름 있었고 애니, 밀리를 응원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정말 가슴아픈 이야기다. 정상이어도 정상이라 말할 수 없는, 정상인이 되고 싶은 씻을 수 없는 상처 받은 한 소녀의 이야기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