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 스물셋 청년 하용조의 친필 일기
하용조 지음 / 두란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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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수많은 역경을 딛고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같이 모두 큰 시련, 절망의 시기를 겪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또는 잘 나가던 시절, 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든지, 가족들과 떠나 혼자 쓰라린 고독의 시절을 일정 시간 보냈다든지 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는 꼭 위대한 인물들에게서만 보이는 공통점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절망은 찾아오지만, 그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 극복을 하느냐 무너지느냐에 따라, 그 이후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1968~69년의 일기이니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 목사님이 스물 셋 대학생 시절에 쓴 일기이다. 누구보다 뜨겁고 밝게 빛나야 할 시기에 폐결핵으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확고한 신앙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우울할 때, 지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기도와 성경 읽기, 편지 쓰기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자기 전에는 하루를 되돌아보며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요양원에 들어오기 전부터 시간 날 때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전도하던 습관은 요양원 안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 눈에는 눈엣가시처럼 보이기도 했을 터, 스물 셋 대학생인 청년을 조롱하며 ‘하 목사’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질문들로 괴롭히는 사람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후 축산학과 대학생이었던 저자는 정말로 ‘하 목사’가 되었고, 누구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신앙인이 되었다.


 

일기와 김준곤 목사님께 쓴 세 통의 편지. 김 목사님이 문병을 가서 다정히 말씀해주신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하나님이 하 군을 쓸라나 보다.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지. 예수님이 하 군을 사랑하시네. 자기 자신과 양심을 폐쇄적으로 학대하지 말고 따사로운 태양과 봄바람처럼 감싸 주게. 주님의 명령과 사명을 거절하지 말고, 내 뜻대로 생각하고 결정하지 말고, 조용히 은혜를 사모하며 주님의 부르심을 기다리기 바라네.” pp.218-219

 

절망 속에서도 당당히 맞서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바로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따뜻한 말들이었다.


 

하 목사님에게는 젊은 시절 폐병으로 모든 활동을 쉬고 요양해야 하는 상황이 하나의 ‘절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를 ‘절망’에 빠뜨리는 요인들이 있다. 내 잘못에서 비롯된 힘든 상황이 아니라면, 이 ‘절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야 할 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 굵직하게 기록된 한 인물 역시 오늘의 나와 다를 바 없는 힘든 시절을 겪었던 청춘 시절이 있었다는 것,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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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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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한다면 솔깃할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 이재은 님이 소설가 19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것을 엮어 모았다. 명작을 남긴 작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나이도 얼굴도 다르듯 세상을 살아온 모습은 제각각 달랐다. 작품 속에서는 독자의 상상으로 남겨졌던 많은 부분들이 인터뷰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밝혀지기도 했다. 조목조목 잘 짚어 질문을 하는 저자의 질문 내용도 좋았고, 질문 이상으로 성실하고 충실하게 답변에 응하는 소설가들의 대답 역시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총 4챕터로 구성된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존재, 비도덕적인 사회, 억압과 소통, 관계를 생각하며 끝을 맺는다. 결국 인생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흔히 글쓰기는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을 한다. 글쓰기 외에도 식물을 가꾼다든지 그림을 그린다든지 하는 등 다양한 것이 있겠지만 말이다. 실연, 실패, 상실 등 인생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작가도 있었지만, 반대로 글을 쓰면 쓸수록 심적으로 힘들어진다는 작가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타계책으로 다시 글을 쓰며 치유한다고 하니, 영락없이 글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야 할까? 천직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이 소설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미 명성 있는 작가의 위치에 있지만, 해외에서의 연수 등 끈임 없이 자신을 자극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나가는 모습 역시 인상 깊었다.

 

작가가 되고 싶거나, 명작을 탄생시킨 작가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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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그만두다 -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고 내 삶의 가치를 지켜줄 적극적 대안과 실천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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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물생심(見物生心)이란 말이 있다.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뜻이다. 마땅히 필요한 물건이 없는데도 텔레비전 광고, 홈쇼핑을 보거나 대형마트, 쇼핑몰을 구경하다 보면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분명 초등학교 다닐 때는 몽당연필은 뒤꼭지를 잘라서 안 쓰는 볼펜대에 꼽아서 끝까지 닳을 데까지 쓴다든지 하는 근검절약의 미덕을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새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뿐만이 아니라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스마트폰을 안 쓰면 소외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정한 연령이 되었는데도 (큰 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가정 하에) 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든지 궁상맞은 사람이라는 식의 눈초리를 받기 일쑤이다. 근검절약이 미덕이었던 시대가 가고, 소비의 시대가 온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한다.


 

1950년 도쿄에서 태어난 일본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일본의 현대 경제사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일본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는 데서 놀랐다. 대형 마트의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상품의 허와 실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우리 사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또한 소비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점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남들이 다들 그러니까’가 생각 없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가, 우리 아이들과 후손이 살아갈 우리 사회를 생각할 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를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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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조건 -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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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터넷 덧글이나 사람들의 말에서 ‘한국은’ 이래서 안 된다는 둥, 멀었다는 둥의 말을 보거나 듣는 경우가 있다. 건설적인 반성을 위한 의도였다면,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안 제시가 없이 그저 자학, 자책하는 듯한 어조에 그치는 경우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덮어 놓고 우리 나라를 자책, 자학하는 어조인 경우, 보통 선진국이나 강대국은 그렇지 않다 라는 식으로 풀어나간다.


 

‘강자’라고 할 수 있는 현대의 선진국, 과거의 선진국들은 과연 어떻게 강자의 자리에 이를 수 있었을까를 파헤치고, 공통점을 찾는 것,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를 모색해보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EBS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 바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만나게 되는 ‘강자’는 로마, 몽골, 대영제국, 네덜란드, 미국 순이다. 그런데 강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낯설지 않은 인간의 추악함, 잔인함, 편협한 모습 등과 마주하게 되었다. 조정래 작가의 추천사인 ‘강자들의 역사는 무조건 다 옳다고 인식하는 것처럼 큰 오류도 없다’는 말이 몇 번이나 실감나게 다가왔다.


 

저자는 강자의 조건으로 ‘다양성’과 ‘관용’을 꼭 필요한 조건으로 꼽는다. 하나의 국가가 수많은 개인으로 이루어진 것을 생각할 때, 이것은 국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하겠다.

 

다양한 그림, 사진, 그래프와 함께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책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배경지식이 없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이 더러 있다면 내가 그랬듯이 EBS 다큐멘터리와 함께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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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지음, 김남주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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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을 때, 우리는 ‘예술’이라는 힘을 빌리지 않나 싶다. 음악으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하였던 슈만. 그 슈만의 음악 내면 깊은 곳에 다가가고자 했던 흔적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작가이자 평론가, 음악이론 전문가, 정신분석학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있다. 슈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번역자가 역자 후기에서 ‘논문’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쓴 바 있듯이, 개인의 감상을 접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라기보다는 슈만의 음악과 일기, 동시대 다른 작곡가의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전문가의 시각에서 총체적으로 슈만의 음악에 접근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낯선 복도를 만나야 하는 그런 집


 

슈만의 피아노곡은 종종, 그 집의 내부를 잘 알고 있다고 믿고 그 안으로 들어가, 처음에는 예상했던 것과 일치하는 듯한 안도감 속에서 줄곧 이어진 생각과 고통을 떨쳐버렸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끊임없이 낯선 복도를 만나야 하는 그런 집과도 흡사하다. 하지만 이내, 낯설게 보였던 벽과 복도가 다시 익숙한 모습을 되찾는다. p101


 

슈만의 음악을 표현할 때에 ‘낯선’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예시로 소개된 음악을 들으며, 느긋하게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슈만의 음악 속에 등장하는 불협화음은 마치 청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바와 같다는 구절이 공감되었다.


 

귀가 있지만, 깨닫지 못 했던 부분까지 세심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이 책. 슈만의 음악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또는 클래식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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