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소파 옆 협탁에는 재떨이와 전화기, 메모장이 언제나 놓여 있었다. 전화를 하면서 받아적기 위한 메모장이었지만 그보다는 할아버지의 낙서장에 가까웠다. 할아버지는 도형이며 사람의 얼굴, 나무, 동물 들, 그리고 기괴한 문양 같은 것들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러다 청소를 한다고 자신이 그린 것들을 다 쓰레기통에 던졌었다.
동이 틀 때까지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책상 의자에 꼬박 앉아서 창밖의 풍경이 검정에서 짙푸른색으로, 밝은 노란색으로 바뀌는 모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까짓 편지 교환이 무슨 그리 큰 의미였다고. 그것도 쉰 살이나 차이 나는 외국인과의 펜팔이었다.
말하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설교와 설교자는 별도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세상에 몸을 던지는 것은 살고 있는 동안에 세상으로부터 나의 몫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죽은 후에는 그 따위 몫은 받지 않아도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