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는 마음에 있어서 측량질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건 물론 나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리라,고 보지만 다른 이들 마음을 내가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또 측량질이 가능한 마음 헤아리는 법이 있을 수도 있겠다.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켈리를 펼쳤는데 마주한 문장들을 보고 그저 선택이었을 뿐이다. 손바닥을 마주하는 행위에 있어서. 한 사람이 손을 내밀면서 당신은 이 손을 마주잡을 수도 있지만 잡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건 당신의 선택입니다. 오롯이. 이런 경우에 한참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건 대부분. 잡을래? 잡지 않을래? 선택하라고 했지만 그 케이스에 있어서 잡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더 크지 않았을까. 그 이후에 어떤 과정과 결과가 펼쳐질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자 내 뜻대로 온전하게 흘러가기란. 역시 이번 일을 겪으면서도. 강요한 적이 없지 않나. 다 각자의 선택으로 함께 하는 동안에는 함께 했고 더 이상 함께 하기 싫다 하면 그것으로 끝인 거고. 사랑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데 하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받아들이고 이건 대체 뭔가 싶으면서 미처 보지 못한 것들도 볼 수 있었다. 홀가분하다. 홀가분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음. 이라고 하면서도 홀가분하고 이게 각자의 선택이고 그렇다면 또 그렇게 나아가는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비스켓을 깨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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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애니메이션 스토리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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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 처음 서로를 만날 때, 삶이라는 여정을 함께 하는 모습을 단순한 스케치와 너무 심플하다 못해 쏘심플한 문장들로. 가볍게 원나잇 상대로 여겼는데 그 사람이 내게 서서히 집착하기 시작할 때, 그 어리둥절함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알 수 없어서 난감해했던 이십대 후반에 잠깐 만나다 헤어진 이비인후과 닥터가 떠올랐다. 내게 집이 되어달라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사람이었기에 이 동화와 겹쳐 떠오른 것. 그 사람은 알코홀릭이 되었지만 인정사정없이 유명해져 떼돈을 벌면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아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 인간과 진득하게 연애를 할 것을. ELO를 온종일 들었다. The whale을 반복적으로 듣는 동안 갓 만들어진 상처 안에서 새롭게 살이 차올라 피고름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할 말이 없어서 그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솔직하게 모든 걸 다 말하고플 때는 언제나 24시간 내내. 혀에 독이 묻은 채찍을 사정없이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구남편은 말하곤 했다. 그러니까 잘못을 저지르지 말고 죄를 짓지 마, 라고 시니컬하게 대꾸했던가. 하지만 그러기로 작정한 건 이혼을 결심할 무렵부터였다. 사랑이라는 말은 심심하다. 사랑을 느끼게 만드는 이들에게조차 사랑이라는 말을 표현하기는 이상하다. 인간은 인간을 만난다. 원가족이 아닌 이상 다른 인간을 만나 지인이 되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지인으로 평생을 지내기도 하고 연인이 되기도 한다. 가족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감동을 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면과 내면으로만 소통을 하고 그 소통하는 시간 동안 자유로움과 기쁨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고 그 당황스러움을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야 하나 난감했다. 어려서 그러려니 하자, 했지만 속은 온통 뒤집어졌다. 사라져가려는 것들에 허탈함을 느끼는 것도 사치라는 것을 알았다. 내게 있는 이들에게 무심해지지 말자, 다시 다짐했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의 선택과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다가올 이들에게 마음을 닫는 일도 하지 말자. 친구가 마음이 아프다 했다. 떠나보내는 이의 마음도 아프다 했다. 차갑게 마음의 빗장이 닫히는데 무심하게 마냥 수긍할 수는 없어서 확고하게 말을 하고나니 좀 가벼워졌다. 설거지를 마치고 디카페인으로 커피를 내리고 천천히 마시면서 한 장씩 펼치며 읽고 그림을 보았다. 계시처럼 마음을 쓰다듬어주어 편히 잘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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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애니메이션 스토리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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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는 관계는 온전하게 내면과 내면으로서 형성된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서로에게 집이 되어준다. 사랑이라는 단어보다는 관계라는 말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소년과 동물들의 선택에 박수를. 사라져가려 하는 것들에는 허탈함도 사치다. 무심해지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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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한하지 않다. 무한한 사랑이 가능한 관계는 없다. 엄마가 나를 그만큼 사랑하고 내 딸아이가 나를 그만큼 사랑하고 내 전애인들이 나를 그만큼 사랑했고 내 친구들이 나를 그만큼 사랑하는 건 나 역시 그들을 그 이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자비로운 사랑 따위는 내 사랑의 카테고리 안에 포함될 수 없다. 어제 친구를 만나 마음을 나누고 또 급작스럽게 약속이 잡혀 다른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는 동안 알았다. 이번 생을 살아가는 동안 나는 보살이 될 일도 없고 바다처럼 무한하게 너른 마음을 품기는 글렀구나 라는 걸. 도서관에 다녀왔다. 3년 만에. 우울증에 걸려 매일 한동안 다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도서관에는 일부러 3년 동안 가지 않았다가 오늘 가보았다. 아무렇지 않게 타박타박 빗소리를 들으면서 걷는데 아무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접수 완료. 1년 전에 등산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녀석들을 또 1년이 흐른 후 만났다. 저 녀석들을 만나고 곧 한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졌고 얼마 텀을 주지 않고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기억이 떠올랐다. 내 삶 안으로 들여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만 서로의 인생 깊숙이 들어가게 되어버렸고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스텝이 꼬이면서 아 이게 대체 뭔 지랄인가, 깨닫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두 귀를 울리다못해 심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볼륨을 올려 귀가 쩌렁쩌렁 울리는 걸 들으면서 헉헉대다가 아 나는 제대로 미친년이구나 알았다. 마키아벨리즘과 나르시시즘과 소시오패스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인간이란 것들의 다크하고 다크하다못해 악마까지도 질려할 정도의 새까만 속성에 대해서 깊이 아는 것이 과연 좋을 일인가. 불행한 인간들의 눈물과 흐느낌을 마주하는 동안 인간의 선한 본성과 의도가 이런 경우 얼마나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지 그걸 캐치하면서 왜 짓밟힌 상태에서 그대로 있으려 하는 건지, 혹시 고통의 쾌락인가 싶어 이해도 해보려고 했지만 으흠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 있고 스펙타클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용솟음치는지는 서로만이 알 일이다. 쉬이 사람을 내 삶 안으로 받아들이지 말도록 하자. 애정은 단언할 일이 아니다. 가족이건 애인이건 친구건. 사람에 대해 어떤 희망을 가지지 말도록 하자. 희망을 주는 이들에 한해서 그들에게만 희망을 걸어도 될 일이라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았고. 집 근처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데 무릎팍에 상처가 나서 그게 생채기가 되어서 피딱지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씨익 웃는 맑은 아이 표정을 보고 죽기 전까지는 저렇게, 하고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인간의 마음까지 생각하지 말도록 해. 일단 네 마음에 집중을 하도록 해. 현자처럼 말하는 걸 즐겨하는 이들 있다. 나는 그쪽 방향으로는 맞지 않네, 그걸 2023년, 2024년, 약 2년에 걸쳐 알았다. 나는 현자이고 싶지 않다. 어리석게 지금을 고집하는 유치한 애어른으로 늙어가는 편이 더 맞다는 걸 알았다. 지금 함께 할 수 있을 때 지금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내 마음과 상대방 마음이 그대로 같을 거라는 건 가장 크나큰 착각 중에 착각이고 오해가 아닌가 싶다. 노래를 듣는 동안 구름과 안개가 물 흐르듯 산자락을 덮으면서 흘러가는 걸 마주하면서 크게 의미 부여하지 말자, 했다. 오늘 할 일을 하고 내일을 맞이하도록 하자.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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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한 이래로 오늘 처음 7키로 도달. 시간은 꽤 걸렸다. 내내 달린 게 아닌지라. 명확하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준비를 하다가 오해를 어느 지점들에서 한 것인지 알았다. 그걸 이해라고 여겼던 게 가장 크나큰 오판이었다. 이해는 그걸 필요로 하는 이들이 상호적으로 한다는 것. 혼자 하는 이해라면 그건 이해가 아니라 오해에 가깝고 망상에 가깝다는 것. 달리는 동안에 짐 모리슨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목소리가 중학생이었던 내게 알려주고자 했던 게 뭐였는지는 까먹었으나 곧 오십이 되는 내게 무얼 알려주고자 하는 건지는 잘 알아들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티셔츠를 펄럭거리면서 단골 카페에 들려 아이스라떼를 테이크아웃해서 나오는 길,아이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왜 울어? 물어보니 또 넘어졌어, 해서 아이쿠나, 정말로 아가는 아가구먼, 잠깐 달리기 한다고 없는 틈새를 타서 또 넘어지고 또 울고, 화장실 다녀오다 넘어졌어, 아파, 엉엉 우는 목소리를 달래며 엄마 금방 가, 10분만 기다려, 하고 천천히 발목을 돌리며 이동했다. 해는 찬란했고 봄에 피는 꽃들이 다 만개했다. 만개한 꽃들을 바라보면서 작년 4월이 어떠했던가 떠올려보았다. 이건 어떤 타이밍인가 싶게 미친듯 분노해 마치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미친 여자처럼 저주를 퍼부었던 게 떠올랐다. 화가 나서 달리면서 집을 나섰다가 80분이 넘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모든 화가 다 사라졌다.

스커트를 아이와 고르는데 너무 짧아서 롱스커트를 고르니까 엄마는 짧은 게 훨씬 잘 어울려, 그러니까 미니로 사, 해서 미니랩스커트를 두 장 샀다. 아이가 입고 싶어하는 티셔츠 두 장과 운동할 때 입을 민소매 두 장을 더불어 샀다. 수영복은 일단 둘 다 마음에 드는 거 찜콩만 해놓고 사지는 않았다. 이 나이가 되어 랩스커트라니, 라고는 여기지 않는다.이건 세대 특징인지도 모르지만 엑스 세대는 나이들어 중늙은이가 되어도 엑스 세대로서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가고자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들었고. 이해와 오해와 망상 사이에서 더 이해하려는 쪽이 권력 관계에 있어서 약자라면 나는 그 편에 서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루 운동량을 조금 더 늘리기로 했다. 4월부터는. 방만하게 돼지처럼 처먹었더니 금세 4키로가 늘었다. 이해하지 않고 쉬이 오해하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이혼을 하고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닌 남남이 되었으나 일이 있어 만날 적마다 서로에게 예의를 갖춘다. 그 점이 이혼을 하고 제일 좋은 점이다. 무시당하지 않아도 되고 시_자가 붙은 사람들과도 더 이상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6년 전 부부였던 엑스와 나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둘 다 이혼하고 회춘했어, 라고 아이가 말했다. 이혼을 하고 회춘한 엑스와 나. 엄마는 얼굴이 완전 달라졌어, 라고 아이가 비꼬며 말하길래 이혼하고 얼굴에 얼마를 쏟아부었습니까? 당연히 달라져야죠, 당연히 더 젊어져야 하고. 더 이상 마음 고생도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라고 말했다. 물론 다른 새끼가 마음 고생시켜서 폭삭 또 늙을 뻔하긴 했다만, 덧붙이니 아이가 깔깔 웃었다. 얼마 전에 내게 찾아와 카운셀링을 해달라 한 여인에게 말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존중하지 않잖아. 그러니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 지금은 지옥 같아도 그 사람이 없어야 당신이 살아. 간단하게 말했다. 아, 알았어. 오늘 아침, 왜 그렇게 내가 화가 나서 체온이 상승했는지를. 이건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잖아. 만일 이걸 존중의 표현이라 여긴다면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알 수가 없어서. 혹여나 오해를 했을까봐 다른 이에게도 물어보고. 인간이 인간에게. 며칠 전 카운셀링을 받고 돌아간 여인의 카톡 프로필, 예전에는 남편과 아이들과 여행 다녀온 사진이었는데 아무 것도 없는 바다 사진으로 변경되어 있더라. 너의 현재를, 미래를 응원한다.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행복한 이혼 생활로 바꿀 수 있도록. 언니 무서워요, 무서워서 애들이랑 저랑 그이 없어 어떻게 살아요, 우는 여인 손을 붙잡고 계속 그렇게 살면 더 불행해져, 벗어나야 돼, 말하는 동안 나도 내내 울었다. 내가 다 해본 거거든. 그래서. 세상이 끝날 거 같아서 무조건 참고 살라는 사람들의 그 말이 마치 정언테제가 된 것 마냥 붙들고 살아본 결과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까맣게 숯이 된 심장을 붙잡고 더 이상 못해먹겠다 시발, 이라고 용기를 낸 건 정말 우연에 우연을 더해서 그런 거지만 이혼을 하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혼하고 제대로 연애를 해보려나 싶었더니만 이 남자 새끼가 또 무시를 해서 개같이 굴지 마, 개새끼야, 라고 말했더니 금방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셨다. 아 성질 죽여야 돼, 연애하려면, 이라고 얼마나 스스로에게 마음 수양을 하라고 했던가. 허나 꼰대 기질에 선생 기질에 이것저것 섞어 읽었더니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무릎 꿇어, 네가 잘못을 했잖아, 이 새끼야, 라고 말하는 내 입을 보면서 아 글렀어, 이 개 같은 입, 이라고 반성을 하기도 살짝. 말했더니만 친구 왈, 그 새끼가 잘못한 건데 왜 네가 반성을 해, 당연히 꿇어야지, 해서 응응, 맞아 맞아 끄덕끄덕. 그나저나 이혼 결심한 그 녀석은 어떻게 소송을 할 건지. 맥주 사줄게, 일단 그 새끼부터 집에서 내보내, 했다. 아가가 엄마, 그러다 이혼전도사 되겠다 그래서 악, 그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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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4-03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상 궁금했는데 어디다 물어볼데가 없어서...도대체 단백질 쉐이크는 어떤 맛인가요??

수이 2025-04-03 20:30   좋아요 0 | URL
다 다릅니다.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