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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 투사, 마법 같은 타자

그리스인들이 전하는 에로스는 신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으며 생명력의 원시적 표현 속에는 언제나 등장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매 순간 변모하는 가장 젊은 존재이기도 하다. 에로스라는 이름은 욕망desire을 뜻하며, 욕망이라는 단어는 ‘별의, 별로부터‘라는 뜻의 라틴어 de sidus에서 왔다. 그러므로 에로스에는 유한한 존재든 불멸의존재든 타자를 향한 갈망이 들어 있다. 목표지향적이며,
마치 길잡이 별처럼 타인을 향한다.
헤시오도스Hesiodos에 따르면, 에로스는 카오스Chaos*로부터 나왔다. 모든 것이 뒤섞여 있던 원시의 상태에서 형태를 이루고 서로 이어지며 생명체를 형성하려는 에너지가 솟아난 것이다. 하지만 신화에 따라서는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전쟁의 신 아레스라면 둘 다 욕망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라틴어에서 에로스가 아모르Amor와 큐피드Cupid로 문화적 변형을 거쳤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 P57

투사가 걷히면서 두 사람 모두 권력의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실제로 권력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권력은 근본적으로 에너지의 교환 또는 표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힘을 콤플렉스가 뺏어갈 때, 또는 힘을 사용하는 대가로 타자를 희생해야 할 때 문제가 된다. 권력의 문제를 일으키는 은밀한 역동은 언제나 공포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리는 자신의 공포가 어디에 있으며 그 역할이 무엇인지 선뜻 나서서 깨달으려 하지 않으며, 공포는 어디 - P127

에나 있음을 인정하고 자기방어 없이 이를 경험하려 하지도 않기 때문에 공포를 자연스럽게 무의식 속에 숨겨두는쪽을 택한다. 따라서 우리의 감수성을 뒤덮고도 모자라 타자에게까지 전가되는 에너지의 흐름은 공포에 기반하지만, 정작 그 공포는 수많은 방식으로 교묘하게 치환되어 숨어 있는 상태다.
버림받는다는 공포, 억눌린다는 공포, 그리고 무의미할지 모른다는 공포. 이러한 공포는 모두 존재론적이며 보편적이다. 이런 공포를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공포들에게 말하자면 자신의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포를 막으려는 우리의 정교한 자기방어 시스템, 그리고 우리의 실제 성격을 구성하는 촘촘한 반사신경은 늘 다른 사람의 온전함에 기대어 작동한다. 우리 자신의 모습대로, 불가피하게 기벽과 취약점까지 다 포함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타자에게 해가 된다. 이를 피할 수는 없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애정관계에서 사용하는 전략이 우리 내면에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 P128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선택지가 ‘투쟁 또는 도피 fight or flight" 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방법은 타자에 대한 우월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며, 그 정도는 우리가 타자에게 느끼는 공포와 비례한다. 상대를 통제하거나 학대하는사람은 실은 자신이 상대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음을 내비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에게 자신이 실제로 두려워하는 대상을 직면하게 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 중 16퍼센트가 반려자를 심하게 학대한다고 한다. 경찰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그 비율이 40퍼센트까지 올라갔다. 경찰은 남성중심적이며 무력 사용을 위한 복장을 갖춰야 하는 등의 이유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에게 특히 매력적인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학대를 저지르는 사람에게심리치료를 실시했더니, 치료 대상자들이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더 폭력적이 되는 역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불량배들 역시 자신이 두려워하는 대상과 맞닥뜨리는 걸 겁낸다.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만 심리치료에서 긍정적 예후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학대를 저지르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심리치료를 시작하지 않는다. 자신의 문제를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에서 꼭 필요한 부분에 선뜻 나서지 않는 사람은 심리치료 예후가 절대 좋을 리 - P130

없다. 반려자를 통제하는 사람의 경우 고쳐질 확률이 가장 낮은데, 타자가 주는 공포에 대한 자기방어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수동공격성passive-aggression은 그 자체로 연구의 영역인데,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은 타자가 가진 권력에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타자가 권력을 행사하지 않도록은밀하게 행동해야 한다. 수동공격적 성격은 우물쭈물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보인다. 어떤 일을 하거나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만 보일 뿐 절대 실천하지 않거나, 누군가 자기 말에 반박하면 중간에 말을 끊으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느냐고 되묻는다. "농담도 못해?"
타자가 주는 공포에 대한 세 번째 방어전략은 회피나 고립, 또는 물리적으로 존재해도 감정적으로 숨기는것이다. 이 전략은 널리 퍼져 있는데, 본인은 내향적이며 티를 안 내는 성격이라거나 지금은 다른 데 집중하고 있다는 식으로 정당화할 수 있어서 공공연하게 깨닫지는 못하는 경우가 있다. 타자에게 마음을 열고 나누려 하지 않는다거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거나 친밀감을 거부하는 일은 일반적인 회피의 형태이며, 이런 유형은 지나치게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면 자신이 약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탕에 깔려 있다. - P131

사랑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사례는 공포를 이겨낼 때다. 공포가 지배하는 곳에 사랑은 없다. 공포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공포에서 사랑으로 옮겨가는 일은 만만찮은 도전이다. 자신의 공포를 마주하며, 애매함 및 양가감정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타자를 사랑할 힘을 얻는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커플은 이미 서로 상처를 엄청나게 입은 상태다. 서로를 덮고 있던 투사는 이미 닳아 없어졌다. 낙원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이 표면으로 드러났지만, 두 사람은 몽상에서 깨어나 얻은 환멸과 분노가 뒤섞인 채 사랑의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다. 두 사람 다 자신이 정당하고 옳다고 믿으며, 공정한 제삼자가 그 사실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로를 공격할 때마다 치료사가 마치 권투 심판처럼 각자의 공격 횟수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점수를 매겨 승자의 - P138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상대가 자기한테 해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끼면서 괴로움과 증오가 흘러넘친다. 두 사람 다 대체로 무의식에 지배되는 상태라서 상대를 책망하기보다 자신을 분석하도록 초점을 옮기기가 힘들다.
결국 우리는 연애관계의 기본 원리 몇 가지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 변화의 가능성이 숨어 있다. 한쪽은 이 과제를 받아들이나 다른 쪽은 여전히 막혀 있을 수도 있다. 이때는 과제를 받아들인 쪽이 독립성을 얻어 두 사람 사이의 암묵적 언약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 수준을 넘어 아예 관계 그 자체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 P139

실제 성격operative personality은 자기와 타자에 관한 행동수칙, 그리고 이상과 실제의 괴리를 오가는 에너지를 관리하기 위한 반사전략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반사전략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불안을 관리하는 일이며, 애정관계라는 맥락에서 불안은 타자가 우리 내면의 경계를 넘어오거나 우리를 버릴 때 우리가 받을 가능성이 있는 존재론적 스트레스를 말한다. 그러므로 애정관계에 정말로 해가 되는 건 우리가 살면서 피할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상처가 아니다. 우리가 타자에게 강요하는 개인의 이력을 통해 형성된 행동수칙과 전략이 애정관계를 해치는 범인이다. 우리는 타자를 사랑하고 타자에게 사랑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력을 타자에게 전달한다. 안 그럴 수 없지 않은가?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이력이 온통 고통의 대서사시는 아니며 우리가 타인과 절대 결속할 수 없 - P144

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애정관계에서 좋은 부분은 알아서 잘 돌아가겠지만, 나쁜 부분이 꼭 관계를 오염시킨다는 얘기다.
게다가 타자를 향한 갈망은 우리의 본성이다. 우리는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원초적 타자와의 분리를 경험하기 때문에 타자와 다시 이어지기를 평생 갈망한다. 우리 시대에는 갈망이 문화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숨어버린 신을 갈망하며, 이어짐을 갈망하며, 고쳐지길 갈망한다. 우리는 모두 중독 상태이며, 화학물질이나 돈이나 권력 따위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법 같은 동반자‘를 통해 결합을 추구한다. 또한 우리는 양육을, 피난처를 완벽을 갈망한다.
인간 역사에서 언제나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 우리 문화에서는 이 현상이 더욱 심하다. 가족과의 유대가 줄어들었고, 아주 예전에 신화를 보존함으로써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던 부족 관습과의 연결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 연결 조직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면서 우리는 자기애의 좁다란 통로에 홀로 남겨지고 말았다. 외로움과 두려움에 빠져 자기에만 몰두한 채 타인을 통해 구원받기를 갈망하면서 말이다. - P145

커플이 권력의 문제를 겪으면 상대를 비판하기가 아주 쉽다. 갑자기 성격의 단점이, 짜증나는 행동거지가 눈에 띈다. ‘마법 같은 동반자‘라는 해묵은 욕구가 솟아나는데 리비도libido*가 다른 쪽을 향하기 때문에 실제로든 상상으로든 바람을 피우기도 쉬워진다. 이런 원초적 욕구의대상을 발견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계약한 ‘낙원으로 돌아가기‘ 계획에 반려자가 도움이 된다면 실제로 바람을 피우려는 욕구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반려자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탓에 우리는 이 해묵은 욕구를 다른 타자에게 투사하여 에너지와 사라진 희망을 되찾으려 한다. 바람피우는 사람 중에 결혼생활을 끝내거나 현재 반려자에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히려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면 이는 해묵은 무의식 속의 ‘에덴 프로 - P152

젝트‘가 다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보기에충분하다.
따라서 권력의 문제는 모든 애정관계에 암시적으로 존재하며 명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 문제가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존재론적 상처가 그만큼 보편적 문제라는 얘기다. 우리는 자기 욕구에 고분고분하게따라줄 타자로 눈을 돌리며, 좌절된 욕구는 이를 부채질한다. 폭력적인 상대는 의식적인 자기성찰이 거의 불가능하며, 상대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심하게 공포를 느낀다. 상대가 이전에 그랬듯 또다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삼켜버린 다음에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폭력은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의 언어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상대를 학대한다면, 이는 자기 정신 내부를 치유하기 위해 원초적 상처를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상대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상대 역시 우리와 같은 개인임을 부정하고 상대의 영혼에 침범하여 우리로부터 밀어내는 것이다. 모든 커플은 결국 권력을 향해 비틀대며 이끌려간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회복하여 상처를 치료할 뿐 아니라 부담을 줄이고 현실성을 더함으로써 관계를 더 만족스럽게 재건하는 이들도 있다. - P153

심리학자 프레드 한 Fred Hahn은 이를 강력하고도 유려하게 설명한다.

심리치료의 목표는 환자가 지성화intellectualization와 합리화rationalization 같은 저항의 반동을 넘어 미지의 영역으로 향함으로써 온전한 깨달음이 주는 고통과 공포를 발견하는 동시에, 자신이 거기서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삶이란 완전히 부조리하고 예측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전지전능하지 않음을, 우리에게 마술 같은 수준의 궁극적 자기방어가 존재하지 않는 한 때로는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아픔을 겪어야 함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잃어버린 환상의 대상뿐만 아니라 환상과 망상 자체를 두고 슬퍼하고 비통해하고 나면 망상 없이 비교적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시간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덧없고도 소중한 경험임을, 우리가 환상을 갖지 않고 살아가려면 자기 삶의 의미를 직접 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대와 요구가 들어섰던 자리를 희 - P157

망으로 채워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수동성의 자리에 적극성이 들어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넓히고 성장시키는 쪽으로 희망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슬픔도 기쁨도 더 풍부하게 경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어릴 적 잃어버린 에덴동산으로 통하는 문은 이미 닫혀버렸으며 불칼을 든 천사들이 그 문을 막고 있음을, 우리와 이어져 있던 어머니는 영원히, 영원히 우리에게서 떠났음을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이 말로 거의 모든 것이 요약된다. 프레드 한이 마지막 문장에서 말하는 "어머니" 는 어머니 콤플렉스, 곧우리 내면에 자리잡은 채 안정과 원조, 안식처를 갈망하는 에너지를 가리킨다. 에덴동산에서처럼 의식이 자리잡기 전 타자와 한 몸으로 합쳐 있던 상태는 영원히 우리에게 되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용기다. 게다가 이런 용기를 부르는 요청에 답하는 일은 반려자를 가장 크게 돕는 방법이기도 하다. 실현 불가능한 에덴 프로젝트에서 놓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룰 수 있 - P158

는 최상의 모습을 반려자와 나눈다는 건 얼마나 큰 선물인가!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여정을 계속하는 동안 반려자에게 자기 삶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는 일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것이야말로 사랑일지 모른다. ‘사랑에 빠진다‘는 말에서는 한참 벗어나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 사랑이라 부르는 이질적 현실에는 별개의 명칭이 있어야 하지만, 이 말은 대중의 관념에 너무 깊이 스며들어서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책에서 내가 말하는 사랑은 ‘영웅적 사랑‘이다. 서로를 자유롭게 해주고 퇴행적이지 않으며 변화의 힘을 가진 사랑이다. 유한한 존재인 우리 인간이 이 정도 수준까지 다다르기는 매우 힘들긴 하지만, 일단 이를 성취하고 나면 우리의 여정에는 깊이와 밀도가 생긴다. - P159

융 심리학에서는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 midlife crisis‘를 기점으로 그전을 최초 성인기, 그 후를 2차 성인기로 가른다. 개인차가 있으나 보통은 12세 전후인 사춘기에서 40세 정도의 시기를 가리킨다 - 옮긴이.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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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좀 체계적으로 읽을까 싶지만 그건 2월이 되어봐야 아는 일. 

한 것도 없는데 1월이 다 흘렀다. 2월에는 정신 좀 단단히 붙들어매고 살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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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2-01 0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눈에 띄는 건, 저 책이네욬ㅋㅋ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02-01 06:50   좋아요 1 | URL
🤪💋🥰♥️🌊🥹😝

은오 2024-02-01 1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머리....머리 식힐 때 읽을 책은 어딨죠 수이님?? 😱 저놈들 읽다가 전 머리 터질 것 같은데....

수이 2024-02-02 21:41   좋아요 2 | URL
소설이랑 시는 따로 있죠 ㅋㅋㅋㅋㅋ 은오님 귀엽습니다 알라디너들의 사랑을 받아 무럭무럭 성장하시는 모습 좋아요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 김서영의 치유하는 영화읽기 일상인문학 2
김서영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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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껏 미쳐 날뛰면, 그러니까 적당히 티는 나지 않게, 그러면 그 안에서 존재에 걸맞게 살아갈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그게 아니었던 거네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드러나는 문장들이 그다지 쓰게 다가오지 않은 건 잘난 척 전혀 없이 자신을 잘 알기 때문이었고. 읽고난 후, 정말 싫어하는 사람 하나가 사라졌다. 정확히는 내 삶과 내 생각 바깥으로 떠밀려 나갔다. 그는 한평생 결국 그렇게 살아갈 거 같아서_ 이제 다시는 마주하지 않을 거라서. 사람 하나를 완전히 잃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구나 싶어서 나는 융을 조금 읽기로 했다. 더불어 일렁거리던 불안감도 사라졌다. 쉬이 타자화시키고 경계를 긋는 이들을 그런 글들을 나는 저어한다. 물론 나 역시 자연스럽게 그러한 경우들 있다는 거 알고 있고. 아니까 고칠 수 있는 지점들도 있으리라 본다. 김서영의 강점이 뭔지 알겠네. 후에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하다 말하고 싶다. 불안감을 없애는 글이라니, 그러한 마주침이라니, 그게 얼마나 불안해하는 존재에게 침묵의 위안이 되는지 저울로 잴 필요는 없어보이고. 


조금 더 깊이 있는 김서영의 글을 읽고 싶어 하나씩 다운로드하는 중이다. 대학교 2학년 전공수업을 듣던 중 선생님이 영화와 영화를 뒤섞어 설명해주시면서 보이는 눈과 뜨고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눈을 가진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그걸 알려주셨는데 그때도 와 입을 벌리면서 넋놓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지면이 너무 짧았어. 하고싶은 말들을 너무 몰아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 아쉬움이 컸다. 개인적으로는 별 다섯개. 그 아쉬움에 별 하나 일부러 뺐다. 또 이런 글 써주시면 좋을 거 같은데 그때는 아주 길고 두껍게 써주시면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만족스러울 거 같다. 그리고 이제 지젝을 슬슬 읽을 준비를 해야겠다. 하여 이 책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존재에 걸맞게 살라_ 이다. 내 옷 아닌데 내 옷인척 내 몸에 억지로 끼워 입으려 그렇게 애쓸 필요 없다. 반백살을 앞에 두고 꼰대처럼 말하자면, 남의 옷 억지로 내 옷처럼 내 몸에 끼워 맞춰 입을 필요 없다는 거. 그러니까 백살 거의 다 된 할머니들이 자기 손녀들 앉혀놓고 하는 이야기 있지 않은가.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일단은. 할미가 살아보니까 그게 그렇더라구. 적당한 때, 적당한 타이밍 이딴 건 존재하지 않아.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을 때 다 해.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어. 걔네들은 너한테 관심 1도 없어. 그냥 너 좋은 거 너 웃을 수 있는 거 너가 땡기는 거 하면 돼. 내가 입고 싶은 옷은 따로 있는데 나를 빛나게 해줄 옷은 따로 있는데 다른 이들이 다 아름답다고 한 그 옷을 입기 위해서 고생고생을 하고 그 옷을 걸친다. 아 그래, 이게 나를 빛나게 해주는 옷이야. 라는 생각이 어느 시점에서 들까. 다른 이들의 시선 따위는 필요 없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이게 정말 내 옷이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당장 그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있는 게 옳다. 김서영 작은 책 읽고난 후_ 떠올랐다. 존재에 걸맞게. 이 말. 각자 인생이다. 누가 누구에게 충고를 하고 누가 누구에게 보편성을 이야기하는가 어른인 척 꼰대처럼 말하는 거 보면 좀 위선자 같아서 나는 싫던데. 이렇게 말하면 내 동생이 작작 해라 그냥 아주 막 살기로 작정했지, 라고 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어쨌거나 보편성과 평화를 찾는 건 그 이후야. 아 물론 제 말이 정답은 아닙니다. 타자화 싫어서 덧붙이는 거임. 꼰대처럼 이런 말까지 덧붙이고. 워낙 잘난 이들 많은 공간이라 추신처럼 덧붙임. 솔직히 제일 웃긴 건 쥐똥만큼 읽고 말하는 건 어마무시하다는 거, 경계 허물고 이거야말로 타자화의 끝판왕 아닌가 언제나 느끼던 바지만. 오랜만에 쓱쓱 읽었다. 내일은 정희진 선생님 강연 듣는 날, 할 일 다 끝내고 후다닥 합정역으로 날아가도록 하겠다. 선생님 책 다 읽지도 못하고 그냥 가겠네. 다시_ 김서영 읽으니 좋은 영화 막 보고싶은 마음 일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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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31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02-01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 관련 책은 거의 (사실 거의 완전) 안 읽거든요. 모르니깐 읽어도 뭔말인지 잘 모르고요. 그래도 김서영책은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이름 적어두려고요. (약간 흔한 이름이시다) 김서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02-01 08:29   좋아요 0 | URL
알라딘 하실걸 아마도, 아니다, 지금은 안 하실지도! 저를 건드리시는 부분들 꽤 있어서 조금씩 아껴 읽으려구요🥰 단발님도 읽고 좋아하시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 힘겹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히스테리의 전략을 사용하고 또 다른 사람은 강박증의 전략을 사용한다. 즉 자신이 다른 사람을 완전히 만족시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거나 또는 자기 자신이 결여되어 있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결국 자신들의 전략이 실패하는 지점을 경험하게 된다. 라캉에 의하면 이것은 병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미 익숙한 일상이다. 문제가 심각해지는 지점은 우리 자신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이다. 불완전함을 견디는 사랑이 완전함을 목표로 하는 사랑보다 강하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식하는 사람이 완전한 인간이라는 환상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완전한 사랑과 완벽한 인간이란 인생의 중심에 똬리를 뜬 불완전한 틈새를 가려 덮는 허상에 불과하며 이에 집착할 때 일상을 견뎌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불완전한 것이 완전한 것보다 더욱 완성된 경지이며, 부족한 것이 완벽한 것보다 더욱 견고한 것임을 강조한다. 욕망의 움직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무엇인가가 결여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 불안한 느낌들을 피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성숙한 존재가 - P38

된다. 불안을 보듬고 감싸 안아야 한다. 내 중심에 배치된 불안은 나를 변화시키고 성숙하게 만드는 보석이다. 그것은 결코 내 약점이 아니다. 불안을 견디는 용기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이를 라캉의 언어로 바꾸자면 우리는 상상계를 넘어 상징계로 이행해야 한다. - P39

상상계 속의 인물들을 잘 표현해 주는 단어는 ‘마마보이‘ 또는 ‘마마걸‘이다. 어머니의 치마폭에 싸여 마냥 칭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어른들이 적지 않다. 핸드폰에는‘집, 집, 집, 엄마, 엄마, 집, 엄마, 아빠, 엄마, 엄마‘가 찍혀 있고 무슨 일이든 ‘엄마‘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엄마‘라는 정답이 있으니 인생이 조금 편하다. 이것이 바로 상상계이다. 그 속에서 그들은 결코 자신이 진정 욕망하는 바를 말하지 못한다. 항상 정답이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거나 자신감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기도 힘들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데도 시간이 걸리며 자신의 문제에 대한 고민과 사색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라캉은 아이를 놓아 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욕망을 악어의 이빨에 비유한다. - P50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실재계라는 라캉의 용어를 기관의 에너지로 해석한다. 우리의 작은 몸을 이루고 있는 각 기관이 사실은 거대한 에너지의 보고라는 것이다. 그는 서사의 전체 구조와 관계없이 각 영화들의 세부에서 그러한 에너지를 파편적으로 제시한다. 한 예로 그는 「파이트 클럽」에서 주인공의 오른손이 갑자기 어마어마한 힘을 얻게 되어 자신을 초주검이 되도록 구타하는 장면을 지적한다.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손이라는 신체의 한 부분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젝에 의하면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눈의 감각 능력을 현저히 뛰어넘는 월등한 눈, 즉 카메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라캉의 실재계란 물리적인 능력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이 더욱 강조된 용어이다. 그것은 인간만이 감지할 수 있는 영역으로서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할 때 그/그녀의 정신세계가 내뿜는 에너지를 뜻한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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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옥타브의 목소리가 좋다. 

카페에서 마주한 옆 테이블 젊은 여성의 분노와 흥분이 욕설과 함께 배어나오는 시간은 끔찍했다. 

오랜만에 간 서촌 단골 카페의 시간은 두 시간으로 제한되었다. 

책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낑낑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꿈꾸게 만드는 목소리, 그 옥타브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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