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ngularity of Being: Lacan and the Immortal Within (Paperback)
Mari Ruti / Fordham Univ Pr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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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언니와 맥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현듯 중학교 다닐 적부터 고등학교 다닐 적까지 내내 전교1등만 하다가 대학교 가서도 내내 전액 장학금 받으면서 4년 내내 학교 다녔던 녀석 하나가 떠올랐다. 4학년 시작되면서 녀석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는데 그게 어언 15년 동안 이어질 때 녀석은 자살 시도도 두어번 했고 운이 좋아 살아돌아오곤 했다. 낮추고 낮추어 준비를 해도 계속 낙방을 하다가 15년째 결국 공무원이 되긴 되었다. 울면서 공부한다고 몸도 망가져 (그렇다고 해서 무슨 사시 패스나 의대생도 아니었건만 겨우 공무원 준비를 하면서_라고 스스로 비웃으면서) 연애도 이 나이 될 때까지 겨우 한번 했어, 그 연애도 공무원 되자마자 다른 공무원이랑 잽싸게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파토났지. 집이랑 머니까 또 집도 알아봐야 돼, 부모한테 손 벌려서. 엉엉 울면서 마흔 다 된 아가가 신세 한탄 할 때 웃기게도 내가 한 말이란, 다 잘 되려고 그런 거다. 이제 인생 시작이다. 공부하느라 망가진 몸도 보살피고 공부하느라 못한 연애도 실컷 하고 공무원 됐으니 월급도 당당하게 받고 죽기 전까지 연금도 나올 테니 이제 인생 시작이다. 라고 말하니 후배 녀석은 더 엉엉 울면서 그렇게 살겠지? 언니, 라고 말했다. 내가 아는 다른 후배 녀석은 자기 남편이 회사 때려치우고 약대 준비해 약대 들어가서 약국 차려서 호강시켜줄게, 라는 말을 믿고 9년 동안 돈 벌면서 아가 낳아 키우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결국 그 남편은 약대 못 들어가고 다시 조그마한 중소기업 들어갔는데 그 시부모라는 이들이 하는 말이 네가 더 뒷바라지를 잘하지 못해서 내 아이가 약대 못 들어간 거라 했단다. 그 후배 녀석은 우울증 약 먹으면서 여전히 아이 키우며 회사 다니며 잘 살아간다. 학교 다닐 때는 모두 공부 잘 하고 바른 생활만 하던 후배 녀석들이었다. 인생사 지팔지꼰_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래,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사람들은 각자 선택의 순간들에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니까. 우연히 짤 하나를 보았는데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다 흘러가도록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하다가 창밖으로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흘러가는 게 보이는데 공부를 하는 주인공의 얼굴은 해맑기만 했다. 그 짤 보았더니 내 후배들 떠올랐다. 그래서 아침 중얼거렸다. 물론 지금 이 나이가 되어 말하는 거지만_ 나도 그 순간이 전부인 거 같고 그 찰나를 버티지 못하면 지옥일 거 같고 인생 다 끝날 거 같을 정도로 절망적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바뀌고 (사람들은 중요하다, 인간은 절대 혼자 살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어떤 사람들과 헤어지고_ 이게 중요함) 공간이 바뀌면서 그 절망의 찰나들을 웃으면서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 있다. 함께 하는 게 좋은 건 무슨 까닭일까, 그것도. 더불어 환상에 대해서도 다시금. 누군가가 보기엔 내 후배들이 운이 많이 없고 지지리 박복한 이들이라 여길 수도 있겠다. 허나 나는 인생사 그 할당량이 있다고 여긴다. 겪어야 할 할당량 말이다. 내내 빛으로만 스며들어있는 삶이 있기야 있겠지만 어둠으로만 온전한 인생도 없으리라. 어떻게 대할지, 그걸 마주하는 건 각자 겪는 이들의 몫이고.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거 자체가 꼰대 같은 걸지도 몰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어제 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던 중 좀 걷고 싶어서 걷다가 명동거리 한복판에서 마주한 대자보 보다가 거기에서 열아홉 꽃같은 청년이 죽어가는 동안 아무도 몰랐을 때, 그 어린아이가 자신의 다이어리에 인생 플랜을 짜놓은 것들_ 적어놓은 구절들을 마주했다. 그 중 하나,

˝하기 전에 겁내지 말기˝

아가, 편히 쉬어라, 말하고 아가의 엄마가 회사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 전까지 단식을 하기로 결심하셨다는 이야기를 기사로 접했다. 돌아와 어제 잠들기 전, 내 다이어리에도 적어놓았다.

˝하기 전에 겁내지 말기˝

미리 겁부터 주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겁보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대로 가만히 있어라, 라고 말하면 가만히 있는_ 그런 노예 같은 습성을 없애버리기. 라고 덧붙여 적어놓았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 건 옳다. 특히 내게 다가오고 곁에 있는 이들. 헌데 와서 나를 망치려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까지 귀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이 노선 정하기가 쉽지 않은 건 이 나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 마음을 귀하게 여기라고 말하는 건 언제나 민에게 하는 소리인데 사람 마음 갖고 농락하는 이들이 많은 것 또한 현상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주고받는 일이 왜 또 그 관계를 망치기도 하고 당사자들을 망하게도 만드는 걸까, 그건 어떤 사랑의 속성이기도 한 건가 싶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활자를 많이 읽고 적게 읽고 그와 무관하게 마음을 가벼이 여기는 이들과는 만남을 갖지 말라, 라고 말하는 것 또한. 근데 이것도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다는 함정이 있음. 현상과 양면성. 어쩌면 쉰 다 되어서 내가 깨달은 건 이거 하나일지도. 엄마한테 가기 전 잠깐 휴식 시간.

As Santner states, everyday life is filled with various ways of withdrawing, of "not really being there, of dying to the Other‘s presence" (2001, 9). Tragically, even though our answerability to the other‘s uncanny presence may reside at the very heart of our receptivity to the world-of ourability to renew ourselves through contact with what is wholly unlikeus-we frequently turn away from this answerability out of narcissistic defensiveness. If, as Silverman proposes, interpersonal ethics entails ourwillingness to let those we love disclose themselves in their own way, narcissism as an ethical failure makes such disclosure impossible. This is how we become incapable of discovering in the other anything besides our own image.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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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7-05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하게 여겨야 하는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 투자하는거 아깝지 않지요. 말씀하신대로 ‘하기 전에 겁내지 말기‘가 정말로 여기에 필요한듯해요. 그렇게 만나게 된 귀한 마음들이 내 평생의 소중한 보물들이 될테니말이죠.
그나저나 중간에 있는 후배님의 시부모님 말씀은 참 아직도 저런 분들이 하게 되네요. 저는 딸 둘이다보니 이런거 보일 때마다 얘기해주면서 딸아 이런게 보이거든 앞도 뒤도 보지 말고 그냥 이혼하거라라고 결혼 생각도 없는 딸들에게 말하네요. ㅎㅎ

수이 2024-07-07 21:43   좋아요 0 | URL
앞뒤 보지 말고 그냥 이혼해라_ 이게 제일 듣기 좋아요, 요즘은 ㅎㅎㅎ 인생은 기니까. 죽기 전까지 계속 겁은 날 테고 그럼에도 겁내서 하지 못한 것들 예전에 하지 못한 것들 떠올리면 오히려 더 담대해지는 것도 같아요. 저도 귀히 여기는 마음 더 소중히 안고 갈게요, 바람돌이님

단발머리 2024-07-05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런 편이에요. 하기 전에 겁내는 거요. 하기 전에 ‘하지 못할 이유‘를 한 30개 정도 찾는... 그런 사람이긴 한데요.
오히려 제 나이가 40을 넘어서부터 ‘하기 전에 겁내지 말기‘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져요. 그럴려고 해요.
하기 전에 겁 안 내려고요 ㅎㅎ

수이 2024-07-07 21:41   좋아요 1 | URL
하기 전에 겁부터 내는 건 저도 잘 하는 짓입니다. 물론 그게 공과 사를 구분짓지 않고 막 내지를 때도 있긴 하지만. 쉰이 넘으면 오히려 하기 전에 겁내는 거, 이유 찾기, 훨씬 덜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단발머리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공쟝쟝 2024-07-05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는 겁내지 않았으면. 아니 겁이란 걸 몰랐으면.
꼭 젊은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언제 어느 때에라도. 겁내지 않고. 뚜벅뚜벅.

수이 2024-07-07 21:40   좋아요 0 | URL
좋다, 겁내지 않고. 불안에 떨지라도 겁내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