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예정이다. 간단하게만 적는다. 친구의 글을 읽었다. 친구는 앤 헤서웨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_라고 썼다.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한다. 셋이서 영어원서를 읽으며 지내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서촌과 광화문 언저리에 있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 친구는 술을 못 마시니 콜라를 마셨던가 사이다를 마셨던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상형이고 연하야. 어떻게 할래? 라고. 뭘 어떻게 해? 물었고 이상형이고 연하야, 근데 걔가 좋대, 그리고 노빠꾸야. 어떻게 할래? 라고. 그런 질문을 주고받았다. 한 명은 솔로였고 두 명은 기혼이었다. 솔로에게는 뭐 말하나마나 이상형이고 연하가 좋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겠는가. 문제는 두 명의 기혼이었다. 그때 내 대답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그 당시에도 그 질문을 곰곰 생각하면서 나는 이혼하고 만날래_ 그러니 기다려줘_ 라고 말할래 그랬던 거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말도 안돼_ 잖아 그러면서 셋이서 푸후후 웃었던 그날 그 시간이 기억난다. 그때도 우리는 중년이었다. 한참 연하의 탑스타가 나이든 여성에게 열정을 느껴 함께 데이트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그 나이든 여성에게는 딸아이도 있다. 연하의 탑스타와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 극중에서 앤 헤서웨이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그 장면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앤 헤서웨이가 극중에서 계속 하는 그 말들을 가만히 들었다. 전남편이 내 아내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는 장면. 그리고 앤 헤서웨이가 전남편에게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 아내가 아니야_라고 하는 말들. 그 모든 것들을 유심히 듣고 보았다. 어제 쓰다 말았던 고 마광수 교수가 말한 끌림_은 첫 순간에 일어난다. 처음 상대방을 마주한 순간 번뜩이는 뭔가가 있다면 그건 거부하기 힘든 것이라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친구가 글에서 썼던 앤 헤서웨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_는 건 돌려 말하면 각자의 끌리는 에너지가 서로를 당겼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끌리는 경우는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라고 한다. 보통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반하고 그 이후 상호교류하는 에너지가 오고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극중에서는 연하의 탑스타가 앤 헤서웨이를 본 순간 확 반한다. 난교파티를 즐겨 하던 잘생기고 육체적 에너지가 뿜뿜하는 매력적인 젊은 남성이 중년의 여성을 사랑하면서 겪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로맨스 영화답지만 과연 일어나지 못할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난 후 잠깐 나를 버리고 떠난 그가 떠올랐다. 그가 내게 다가왔던 순간들, 내가 그에게 사랑을 느낀 순간들, 다른 모든 평범한 연인들처럼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 기다렸던 그 시간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 그는 이미 떠난 사람이기에 더 이상 내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를 사랑하기 전의 나와 그를 사랑하고난 후의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The idea of you]를 보고난 후에. 그리고 답을 해주기 위해서 늦은 밤 노트북을 켰다. 나는 중년이야. 너보다 열살이 더 많아. 애엄마고. 육체적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아. 일도 곧 시작해야 하고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너는 충분히 매력적이야. 잘생겼고. 그러니 아름답고 멋진 여성과 연애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계속 편하게 친구로 지내면 좋겠어. 그리고 곧 이어 깨달았다. 나는 이 말을 예전에도 했다는 사실을. 나는 중년이야. 너보다 나이도 훨씬 많아. 거의 엄마뻘이야. 그러니 우리 계속 편하게 지내도록 하자. 싫어요, 라는 말이 나올 줄 예상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곧이어 답이 도착했다. 싫어, 나는 오직 당신이어야 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항공권은 지금 예약하지 마. 조금 더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일단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잠들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라고 질문이 나온다면_ 노멀 피플인 겁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남과 연하녀의 조합이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것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녀와 연하남의 조합이 그야말로 노멀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The idea of you]의 작가 역시 극중에서 앤 헤서웨이가 샐리 루니의 소설을 읽고 있는 장면을 집어넣은 까닭도 그야말로 노멀하다는 걸 말하고자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단 나는 오늘_ I do what is mine to do. 만일 나를 보기 위해서 프랑스에서 오겠다고 한다면 나는 그를 말릴 수 없다. 그가 서울에 도착하고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고 그리고 서로 실망하고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순간들을 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가 서울에 도착하고 우리가 처음 마주한 순간 끌리게 된다면 그때는 다른 나날들이 펼쳐질 테고. 그러니 나는 오늘 내가 할 일들을 한다. 더 이상 마음 졸이거나 애달아하지 않는다. 그냥 신기하고 재밌다. 곧 여름이다. 그는 할 말이 많았는지 번역기를 돌려 엉터리 한국어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와서 그냥 영어로 말해, 불어로 하든가. 번역기 돌리지 말고. 그리고 나를 보러 여기까지 올 거면 한국어 공부 제대로 하고. 또 선생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05-15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섹시한 건 외모나 조건이 아닌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섹쉬함을 느끼는 에너지라능 것은….. 🤫👏 빔일!

수이 2024-05-15 12:23   좋아요 0 | URL
말하고 싶다 푸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