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꼬옥 껴안고 수다, 책 다 읽었어, 그런데 나도 이제 엄마처럼 동시에 책 다섯 권씩 읽을 거야 해서 왜? 응 그게 효율적인 거 같아. 선생님이 수업중에 이야기해주셨는데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날이 얼마 없다, 지금과 중학교 1학년 까지. 그 이후부터는 공부할 게 엄청 늘어나고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서 그것만 읽기에도 벅차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 여러분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셨노라고. 딱히 틀린 말씀 아니지만 읽고 싶으면 읽으면 되는 건데 하고 고등학교 시절 친구 이야기해주었다. 선배 동생이었는데 천문학자 되는 게 꿈이었던 친구였다. 경복고 다녔고 그 선배가 어찌어찌 우리 문예반 모임할 때 데려왔던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집이 가까워서 곧잘 만나서 책 이야기 하고 자주 산책했다.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빌려준 게 그 친구였다. 책 돌려주면서 감동 받았던 구절들 서로 읽어주고 별자리 이야기 해주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별자리 어려워, 그냥 별자리 신화 이야기 해줘 했더니 더 신나서 별자리 이야기 막 들려주던 기억. 목소리 좋았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너 목소리 진짜 좋다, 우리 선배도 목소리 좋은데 너도 좋네, 하니까 얼굴 빨개졌다. 남매가 이토록 훌륭하다니, 그 선배 어려웠는데 그래도 차분하고 글도 잘 쓰고 겨우 2년 선배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학생 같았다. 책 이야기만 나오면 술술술 안 읽은 책이 없어서 우리끼리 사이보그 아니냐고 그랬었다. 다시 목소리로_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얼굴이 빨개지냐 하고 놀렸더니 막 웃던. 내 친구가 걔 엄청 좋아했는데 고백하지는 못했던듯. 고백했던가. 가물가물. 나는 책만 미친듯 읽었을 때였는데 그 친구는 공부도 곧잘 해서 공부 하는 시간이랑 책 읽는 시간 구분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던 기억 난다. 얼른 대학생 되어서 책만 읽고 싶어_ 라고 하길래 그럼 공부 하지 말고 지금 책만 읽어, 했더니 어이없어하면서 너 그렇게 공부 안 하다가 나중에 엄청 후회한다 하면서 어깨 툭 치던 게 기억난다. 후회 안 해, 했더니 후회 한다, 내기 할래? 내기 하자 그러고 놀다가 고3 되고 서로 멀어졌다. 서울극장 앞에서 스무살에 우연히 마주쳤다. 여자친구랑 영화 보러 왔고 나는 애인이랑 영화 보러 갔다. 합석하기 애매해서 둘이 잠깐 이야기만. 우리 학교에서 전교 1등이었나 2등 하던 친구가 여자친구여서 놀랐다. 같은 반 된 적 한 번도 없지만 딱 보면 같은 학교 학생인지는 아니까 서로 눈 마주쳐서 눈인사만 주고받고. 쟤 우리 학교에서 공부 잘 하기로 날렸던 애인데 쟤가 애인이야? 그랬더니 응, 하고 후후 웃길래 너도 그렇게 공부 잘 했냐? 하고 놀랐던. 니 남자친구 우리 학교 선배잖아, 해서 어, 어떻게 알았어? 했더니 2년 선배잖아. 마주쳤던 기억 나, 노래 잘 하는 걸로 유명했어, 아 그래? 응, 노래 잘 하지. 하지만 나는 노래 못하는데 그렇게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 시간이 되어서 각자 빠이. 그게 그 친구랑 마지막이었네. 아 그리고 나는 수십 년이 흘러 정말로 그 친구 말대로 공부 안 한 걸 후회하고 있다 뼈저리게. 내기에서 짐. 그 친구는 천문학자 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 책 이야기 하다가 옛 친구 이야기로 빠졌다. 공부도 중요한데 그때 그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 그러니까 너도 시간 배분 잘 해서 공부하고 책 읽고 놀아. 엄마 친구처럼. 다음에 무슨 책 읽을까? 해서 고전 읽어, 엄마도 고전 읽을 거야. 너도 같이 고전 읽자. 하고 약속.


 친구야, 너 지금 천문학자 하고 있냐?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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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31 12: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비타님! 별처럼 예쁜 이야기 잘 읽었어요~♡(이 글 읽고 감성충만)😉

vita 2021-08-31 15:14   좋아요 4 | URL
감성 충만이라 하시니 감사해요 미미님 :)

mini74 2021-08-31 14: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타님 글이 여기서 반짝반짝거리는걸요. *^^*

vita 2021-08-31 15:15   좋아요 4 | URL
미니님은 언제나 따뜻한 말씀만 해주셔요~ ^^

난티나무 2021-08-31 15: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럽지만 부럽지 않기로 한다…ㅎㅎㅎ
즤집 작은넘도 책친구였눈데 이제는 아니라지요.ㅠㅠ 흑 슬퍼

vita 2021-08-31 20:44   좋아요 1 | URL
우리 따로 따로 읽어요 어차피 언니 ㅋㅋ 영어책 슬슬 읽게 하려고 먼저 읽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슬퍼하지 마요 우리가 있잖아~

붕붕툐툐 2021-08-31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웅~ 넘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비타님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잼난 일화들이 퐁퐁 솟네요~ 저도 비타님처럼 고전 5권 한꺼번에 읽을래요!(지금은 4권 정도밖에 한꺼번에 못 읽어서요!ㅎㅎㅎ)

vita 2021-09-01 21:22   좋아요 1 | URL
고전 5권 안 읽어요 ㅋㅋㅋ 이것저것 동시에 읽으면 그 정도 읽는 거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1-09-01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읽으면서 생각하곤 하지만 비타님 옛 추억과 지금의 일상얘기들이 끝없이 품어 나와 와~~~하면서 읽게 됩니다^^
추억들은 늘 단편 소설책 읽는 기분입니다.
좋아요~~아주 좋아요!!!
그리고 그런 엄마를 둔 사랑스런 따님도 부럽습니다.나도 꼬옥 안아 주면서 너도 같이 고전 읽자!! 하는 엄마가 있었더라면...고전 읽었을까요??ㅋㅋㅋ
그나저나 저도 궁금하군요?
천문학자 하고 있으려나요?ㅋㅋ

vita 2021-09-01 21:23   좋아요 2 | URL
천문학자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알아볼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ㅋㅋㅋㅋ 그냥 천문학 관련 우주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아 내 친구가 천문학자 하고 싶어했는데 하고 말래요. 고전은 두고두고 읽으면 좋은듯 해요. 친구들과 함께 읽는 고전도 좋은 거 같아요 책읽는나무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