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느낌이야? 한숨을 커다랗게 내쉬니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지금 아주 커다란 배에 올라탔어, 그 배가 넘실거리는 파도에 휘몰아쳐 거칠게 항해하고 있지. 번개가 우르르르르쾅쾅 치고 푸른 바다가 갑자기 쫘악 갈려. 엄마 영혼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심히 당황해하고 있어. 딸아이가 쓰윽 표지를 보고 토니 모리슨 언니라는 이름을 오늘 내 영혼에 새겨둘게.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말아요. 믿음의 넉넉한 옷자락을 보여주고, 어찌해야 두려움을 가린 베일의 올을 풀 수 있는지 보여주세요. 눈이보이지 않는 축복을 받은 나이 든 여인이 구사하는 언어는 언어만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어요. 그림 없이보는 방법을 말해줄 수 있어요. 언어만이 우리를 이름 없는 것들이 주는 공포로부터 지켜줄 수 있어요. 언어만이 명상이에요.
남성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여성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변두리에 무엇이 꿈틀대는지 들려주세요. 이것에 고향이 없는 것에 대해 들려주세요. 고향이었던 곳에서 떠나오는 일에 대해. 당신을 견딜 수 없어 하는 마을의 가장자리에 사는 일에 대해.- P35

기억을 든든한 점화 장치로 삼는 데 대한 나의 의존은 아마 대부분의 소설가들에 비해 더 집요할 것이다. 내 소설이 자전적이어서(자전적이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매우 인종화된 사회에서 글을 쓰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이런 사회에서 상상력은 절룩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심성, 주변성, 소수성에 대한 꼬리표, 전용되고 전용하는 문화의 몸짓, 문학적 유산,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감, 이 모든 것이 내가 해석이나 비평의 대상이 될 때 그리고 내가 글을 쓸 때 표면화된다. 참을 수 없는 동시에 불가피한 조건이다. 사람들은 다른 작가들에게 물을 생각조차 않는 기이한 질문들을 나에게 한다. 언젠가 백인에 대해 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흑인 작가라는 말이 끔찍하지 않으신가요?- P37

이런 태도는 적대적으로 보일 것이다. 베풀 줄 모르는 태도로 보일 것이다. 알고 있다. 너그럽지 못하고 방어적인 태도로 보일 것이다. 그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이고 나의 작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아는 능력이 부족 내에서, 혹은 가족, 국가, 인종, 성별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밀접하게 엮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명확성은 자아의 평가를 위해 필수적이고, 다른 부족이나 문화와의 어떤 생산적 교류를 위해 필수적이다. 서로 상반되는 문화를 통합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문화에 대한 명료한 이해야말로 다른 문화 안에서, 곁에서, 혹은 다른 문화와 나란히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게 없다면 작가는 어떤 정점에 오르는 고독하게 살게 되고, 어떤 길을 걷든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보살피고 돌보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언제나 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살아 있는 듯하고, 가장 기민하고, 진가를 발휘한다. 나의 모든 창조 에너지는 여기서 나온다. 어떤 예술적 노력이든 그 자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P45

나라에 역병이 도는데 립스틱과 반창고를 가지고 고민하는 것은 엉뚱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P48

문제는 노예제도에 상상력과 예술적 통제권을 내어주지 않고 그것들을 있어야 마땅한 위치에 놓는 것이었습니다. 노예제도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사람들, 즉 노예들 손에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참상을 무시하거나 낮게 평가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포르노그래피가 언제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에 대해 쓰면서 관음하는 위치에 자신을 놓기가 매우 쉽습니다. 읽기를 핑계 삼아 폭력과 기괴함, 고통을 즐기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지켜보는행위가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흥미가 있습니다. 저는 그 영역으로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멈추어야 할 선이 어디인지 발견하는것은 어렵지만 중요했습니다. 노예제도의 손에 놀아나거나 노예제도에 존재 이유를 더하지 않고 통렬한 지적 반응을 일으킬 수있을지 알아내야 했습니다. 저는 그 악을 곱씹고 싶지 않았고 거기에 부여해서는 안 되는 권위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없던 어떤 낭만도 부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노예들 손에 주권을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볼 때 다는 아니지만 많은 문학작품 속에서 노예들은 언제나 익명이거나 평면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P69

하지만 궁극적으로 꼭 묘사가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정확히 묘사했더라면,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할 언어를 찾았더라면 제가 의도한 일이 허사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이것을 커다란 창고형 매장에서 주문할 수 없었고 직접 만들어야 했다는 설명으로 충분했습니다. 손으로 만든 이물건은 감금 시설처럼 일을 아주 할 수 없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일은 계속해야 했습니다. 노예에게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백인 여성에게도 자주 사용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들에게도 때때로 재갈 같은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누군가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재갈은 단지 입안에서 고통만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편은 물론이고 또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세요? 말을 못하게 만듭니다. 혀를 쓸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여성을 고문하는 도구로 주된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해볼 수 있지요.-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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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18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번개가 친다고요? 그럼 이 책은 읽어야 하는 책이란 말이군요. 고민하고 있었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글입니다. ^^

수연 2021-04-19 09:06   좋아요 0 | URL
저는 학교에서 배울 때 토니 모리슨 부분적으로 읽은 게 전부였어요. 가만히 보니 제대로 읽은 적이 없더라구요. 바람돌이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난티나무 2021-04-1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장면 아닙니까! 멋진 엄마 멋진 딸!!!!!

수연 2021-04-19 09:06   좋아요 0 | URL
그대는 나의 멋진 친구!!!!!!!!!

psyche 2021-04-21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혼에 새겨둔다니. 민이는 어쩜 말도 그렇게 멋있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