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에서 잠시 일을 보고 곧바로 귀가하려고 했는데 회사일 때문에 읽어야 할 책이 있다고 애인이 잠깐 광화문에 들리자고 해서 광화문으로 이동. 어제 광화문 갔는데 오늘 또 광화문. 김연수 또 사러 갈까 한국소설 코너로 가려하니 애인이 김연수 오늘은 패스해, 다음에 올 때 사. 책 찾아보았는데 없어. 하고 굳이 말려서 김연수 이참에 확 읽어버려야 속 편한데 하고 사지 말라고 하니까 다른 코너로 가보자 하고 팔을 휘적휘적. 각자 읽고싶은 책을 두 권씩만 골라서 모입시다 하고 흩어졌다. 지난 번에 추천받은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이 책을 읽을까 저 책을 읽을까 하고 갈등하던 중에 다나카 미쓰의 보랏빛 커버가 눈에 띄어 휘리릭 훑어보다가 이 별은 나의 별이 아니다_에 꽂혀서 으흠 그렇다면 이 책으로 해볼까 하던 찰나 배터리가 7퍼센트로 깜박깜박거려 리뷰도 훑지 못하고 감대로 골랐다. 프로필만 봤을 때 나도 이렇게 살고싶은 마음이 강해서. 어둠은 내 몫이 아니라고 하지만 해가 저물 무렵부터 얼굴이 맨들맨들해지는 걸 보면 마냥 거부할 노릇도 아닌지라. 스트레이트 마인드를 계속 읽다가 귀가하는 길에 이 프레임은 내 프레임이 아닌데 나는 왜 이 프레임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건가 하고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그들이 읽어보고 생각해보고 다시 읽어보았더니 선배들이 이야기한 거 하나도 맞는 게 없던데_ 혹은 이쪽과는 겹치는 대목이 하나도 없던데_ 이런 이야기가 왜 계속 나오는가 했더니 프레임 자체가 다르니까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던 거로구나 하고 알았다. 선택한 적 없고 원한 적도 없는데 대부분 그렇게 살아간다고 하니까 그렇게 살아가는. 이 무슨 엿 먹어라도 아니고. 며칠 전에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평균적인 행복과 불운 사이에서 우리의 근거는 어디쯤인가 하고 헤아려보니 우리 셋 모두는 불운한 축에 속하는 거 아닌가 하고. 그렇다고 해서 웃지 못할 일만 있는건가 따지면 그것도 아니고. 나 빼고 모두 오십대라서 그런지 그들은 예전보다 한결 너그러워졌는데 그 결이 다른 식으로 너그러워진 걸 제외하고는 부러운 마음만 일었다. 선긋기 없이 너그러워질 수 있는 게 가능한가 싶어서. 


 빗방울이 다시 내리고 백석의 시를 뒤적거린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게 기껏 이 정도뿐인가 싶을 정도로 스산해질 때도 있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바라는 게 또 그 이상이라면 그건 사람으로서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닌지라 입을 꼬옥 다물고 아무것도 모른 척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오늘은 체조도 하지 못하고 공부도 하지 못하고 책들 사이에서 왔다갔다 서성거린 게 전부다. 과식에다 과음. 몸이 힘들어서 낑낑거리고 있다. 이제 화장을 지우고 형광펜을 손에 쥐고 오늘은 새벽 한 시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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