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펼친 책이 읽히지 않아서 그냥 던졌다. 그리고 실비아 페데리치를 계속 읽는다. 아울러 오늘 도착한 두 권의 책은 아무래도 6월부터 보게 되지 않을까. 결혼을 막 하고난 다음에 가득 쌓여있는 설거지를 보고 분통이 터져서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뻑뻑 태웠던 기억도 추억처럼 떠올랐다. 오늘 밑줄 긋기 하면서. 오늘 저녁은 새우를 가득 넣은 커리, 브로콜리를 많이 넣으면 민이가 싫어해서 브로콜리는 아주 조금만 가루처럼 만들어서. 깍두기와 피클과 콩나물무침을 놓고 커리를 어마무시하게 담은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고 둘이 므흣하게 사과 탄산수와 맥주를 마셨다. 오늘은 마땅히 공부를 째야 한다고 봅니다, 어머님! 강력한 어조로 설토를 해서 그래, 오늘은 우리 둘 다 막 나가보도록 하자_ 하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 시간만 하다가 자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저녁시간은 설거지를 초스피드로 해치우고 실비아 페데리치 읽기. 






 


자본은 우리에게 가사노동이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우리가 무임금노동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했다. 결국 부불 가사노동이라는 조건은 가사노동은 노동이 아니라는 보편적인 가정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덕분에 전 사회가 비웃어마지 않는 사유화된 부엌-침실에서의 말싸움 정도를 제외하면 여성들은 가사노동을 거부하는 투쟁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고, 이 때문에 투쟁의 참가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투쟁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바가지를 긁는 년들이라고 생각한다. - P39

하지만 주부가 되는 것이 과연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지는 한 여성이 이 역할을 준비하고 아이와 남편이 자신의 삶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까지, 무임금상태의 어머니가 시키는 일상적인 훈련과 사회화를 거치며 최소한 20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이 경우도 성공은 쉽지 않다. 아무리 훈련을 잘 받는다 하더라도 신혼생활이 끝나고 설거짓거리가 쌓인 싱크대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여성은 없기 때문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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