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동안 빵집에서 라떼를 마시면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옆자리에 계신 노부인이 보고 있는 책 제목이 궁금하다고 말을 거셔서 책을 건네드렸더니 사진을 찍으시고 혹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쭤봐도 되겠냐고 하셔서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엄마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였는데 계속 극존칭을 하셔서 좀 민망했는데 대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그러셨다. 다시 마흔이 되면 하고싶은 일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세상에 중하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가능하다면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주로 공부와 운동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 스스로를 중히 여기는 태도와 다른 사람을 자신과 마찬가지로 귀히 여기는 태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혹시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바로 생각나는대로 대답을 했다. 걸림돌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걸림돌을 어떻게 치우면 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어제 역시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서 말을 주고받다가 30분 넘게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도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주어 대화를 하다보니 한 시간이 넘었다. 살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아서 조금 기분이 묘하다. 오늘 그 분과 함께 나눈 이야기 기록하면서 제일 인상 깊은 건 무엇이든지 죽을 것처럼 해야한다고, 바로 죽을 것처럼 아 죽을 것만 같다 이 정도로 하면 만사 오케이라는 문장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사셨다 하셨다.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웠고 가족과 친구들과도 깊이 있는 관계. 종교에 대해서 말씀하셔서 무교라고 했더니 자신 안에 중심을 제대로 갖추면 되는데 그 중심이 자칫 잘못하다간 교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그러니 중심을 잘 잡으라고 그리고 어느 종교든지 좋으니 종교를 가지면 좋겠노라고 한없이 스스로를 낮추는 법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노부인은 계속 내게 선생님이라 하셨다. 처음 말을 거실 때부터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까지. 도전과 열정과 호기심으로 압축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자기고백. 제가 호기심은 많고 열정은 많은데 끈기가 부족해요. 항상 생각하면서 맴도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말씀을 해주셨다. 독일어 공부는 원하는 진도만큼 빼내지 못했다. 하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리고 매일 말을 나누는 한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 천사들이 낯선 자로 변신해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어제 스친 조선족 여성이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 내 등을 토닥토닥 치면서 언니, 힘내요, 우리 같이 힘내도록 해요. 하는데 눈물이 울컥 나올뻔. 이방인으로서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동안의 불편과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언니, 언니는 모르시겠죠? 언니는 대한민국 녀성이니까 할 때도 뭔가 울컥. 실례되는 줄 알지만 언니는 딱 보기에 대한민국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자란 세련된 녀성 티가 나요. 언니 이렇게 말하니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할 때도 울컥. 커다란 배낭을 메고 공장에서 5일 동안 일하고 아이들과 남편이 있는 집으로 가던 중이라고 했다. 그냥 평범하게 아침 아홉시에 출근해서 저녁 여섯시에 퇴근하면 소원이 없겠어요, 언니.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출퇴근하고 우리 아이들 매일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는데 밤마다 기숙사 침대에 누울 적마다 아이들이 보고싶어 죽겠어요. 고생하다보면 반짝 하고 해뜰 날이 있을 거에요, 그렇게 저는 믿어요, 언니. 하는데도 울컥.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시려고 천사들이 변신을 해서 오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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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쓸일 2019-11-30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분의 말씀 문장들을 반복해 읽게 되네요, 많은 생각이 오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수연 2019-11-30 22:29   좋아요 0 | URL
저도 흔치 않은 경험을 해서 오랫동안 생각하게 될 거 같아요. 반갑습니다 매일쓸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