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에게서 안부전화, 뜬금없지만 뜬금없어서 더 좋았던 오빠의 안부전화. 이래저래 일상다반사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오빠의 말, 나는 수연아, 인간사 번잡스러운 게 이제 싫더라. 훅 치고 들어오는. 옛애인 이야기도 주고받고 자식들 안부도 주고받고_ 카페 왜 망했는지 이야기도 주고받고 그러다가 알았던 것도 같다. 인간사 번잡스러운 게 왜 싫다하는건지 그 싫다_에 방점이 나도 몰래 찍혀서 걷고 걷는 동안 우리들이 그렇게 무리지어 다녔던 기억도 살짝, 일주일이 멀다하고 만나고 또 만나서 이야기들이 흐를 때 오도카니 앉아서 사람들 얼굴 바라보던 때가 좋았던 거 같다. 나만 빼고 다 모였었다니?! 버럭버럭 또 화를 내면서도 그때 그 겨울에 연락을 받았다 해도 나가지는 않았을 거 같다. 오랜만에 만나 얼굴 보고 서로 좋으면 그만인 거겠지만서도 뭐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얼굴을 보나 싶기도 하고. 모두 여전하더라, 그 말도 좋았다. 언니오빠들, 옛애인 모두 여전하구나 싶으니 그 말이 좋으면서도 쓸쓸했다. 나는 좀 변한 것도 같아서. 


 아 S오빠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술담배 많이 하고 앉아서 맨날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그래야지, 그럼 아니 되잖아, 잔소리를 나도 몰래 늘어놓으니 너는 운동하냐? 오빠가 물어서 데헷, 나도 안 하지, 운동 같은 거, 하고 민망. 그래도 요가는 이틀에 한 번씩 해요, 그러니 운동하는 여자라고 해줘. 사십중반 어쩌구저쩌구 해서 사십대초반이다, 난 아직, 했지만 아 그렇구나 언니오빠들은 모두 오십줄이구나 하고 알았다. 곧 있으면 환갑이네, 맙소사 이것도 말하다보니 알았다. 세월이 주는 슬픔이란 게 이런건가 보다 싶다. 얼마 전에는 선배 만남. 아무리 잘 나가고 운동 많이 하고 좋은 거 많이 드시고 세상사 한복판에서 잘 나가는 인물이라고 해도 나이를 이렇게 먹고보니 선배도 별 수 없구나 하고 얼마 전에는 속말을 나 혼자 했다. 몸에 좋고 마음에 좋은 것만 하면서 사회생활 잘 하고 자기관리도 잘 하지만 선배의 틈바구니 사이에 잔뜩 낀 세월의 더께는 아무리 벗기려고 해도 벗겨지지 않는 거구나 알았다. 성공을 한 인생축에 속한다 하지만 별수없이 인간사 한 페이지구나 싶어서 가슴도 저릿저릿.


  옛애인 이야기 하면서 맥주 마실까 오빠가 그랬을 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는데 이렇게 늙은 모습 보여주고싶지 않아! 버럭버럭 하니 오빠의 여전한 그 웃음소리. 아니 사람이 늙지, 사람이니까 늙지 하는데 늙는거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이렇게 늙고 추레한 모습 보여주고싶지 않다,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은 내 예쁜 모습만 기억한다. 했다. 보고픈 마음이야 한가득이지만 그래, 예쁜 모습만 기억으로 남겨야지 굳이 이렇게 추한 모습을 왜 보여주나 싶다. 가끔 검색도 한다, 우리 옛애인님은 요즘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 하고 궁금해서. 가끔 보고싶을 때는 검색도 한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오빠 완전 빵 터짐. 모든 잊혀진 것들이라 여겼던 것들이 기억의 수면 위로 쓰윽 솟아오르는 괴물 웃음소리처럼 모조리 기억난다. 우리오빠 목소리 오랜만에 듣고 완전 들떠서 빌 에반스 듣네. 그리운거구나 싶지만 멀리 떨어져서 서로 살아가며 죽는 날까지 이렇게 가끔이라도 보면 좋겠다 싶다. 옛애인이랑 오빠 사이에 껴서 맥주잔 벌컥벌컥 들이켰던 그 시간이 그렇게 아름다웠을줄 미처 몰랐는데. 어여쁜 내 사람들. 그때도 기분이 좋아서 둘이서 나 모르는 어려운 철학 이야기 하고 그랬을 때도 또 나 모르는 이야기 하네! 하고 소리 버럭버럭 지르면서도 어여쁜 내 사람들, 하고 혼자 좋아서 속말 했던 기억 다 난다. 감출 수가 없어서 옛애인 아무개랑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술 취해서 막 그렇게 말했던 기억도 난다. 그때 내 기분이 어땠냐면 왼쪽에는 호랑이가 있고 오른쪽에는 용이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세상 무서울 게 없었고 세상 제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알아서 더 좋았고. 그래서 정말 그때는 엄마아빠보다 오빠랑 옛애인 아무개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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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5-2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사는 C동생도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네요. 맨날 책 읽는 사람들도 자주 움직이거나 운동해야 돼요... ^^;;

수연 2019-05-21 09:53   좋아요 0 | URL
운동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