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잠자는 시간에는 보통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보통 애인이 싫어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모이는 모임에 참석을 해 그들과 티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듣거나 애인이 싫어하는 음악을 듣거나 애인이 싫어하는 책을 읽거나 애인이 싫어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풍요로워지고 느긋해져서 다시 돌아가기 싫어질 정도입니다, 연인의 옆자리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인이 코를 드르렁드르렁 구는 그 옆자리에 다시 돌아가 이리저리 뒤척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영화 콜레트를 광화문에서 아주 오랜만에 봤어요. 애인이 싫어할만한 영화로구나 하면서 예매하고 근처 커피빈에서 카푸치노를 시켜놓고 한 시간 동안 독일어 공부를 했습니다. 독일어 역시 연인이 싫어하는 변덕스런 제 언어 방랑벽 중 하나라 감추고 있습니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요즘 스페인어 공부를 게을리 하는 걸 보니 분명 다른 외국어에 꽂힌 게 틀림이 없는데 증거가 보이지 않네! 하더군요. 애인이 올 무렵이 되면 저는 공부하는 독일어 교재를 모두 창고 안으로 감춰둡니다. 세상에 연인 몰래 독일어를 공부하는 여자는 이 세상에 나 혼자일거야! 하지만 베를린에 함께 갈 때 근사하게 독일어로 현지 웨이터와 함께 3-4분 정도는 말하고 싶은 마음에 꾸역꾸역 몰래 그러나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콜레트를 보면서 저는 부단히 연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윌리는 마치 제 애인 같더군요. 현재 애인, 옛날 애인들 모두. 오, 윌리, 이 위선자여. 하고 키스를 하는 콜레트를 바라보면서 나는 언제까지 이 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가만히 콧망울을 만지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못했지만 콜레트를 연기한 키이라 나이틀리는 역시 훌륭했습니다. 백발에 주름으로 온 몸이 덮혀도 그대 계속 연기를 해주세요, 했습니다. 발버둥치는 사랑이구나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손을 비누로 씻고 수돗물로 가글을 하고 손에 묻은 물방울을 탁탁 허공에 털고 우리는 이렇게 모두 다 발버둥치는 사랑을 하고 있구나 했습니다. 이런 사랑 따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 자그마하고 아름다운 딸아이도 이런 사랑 따위를 하게 될까봐 몸서리가 부르르, 허나 그 또한 딸아이의 발버둥치는 사랑이기에 저는 콜레트 엄마처럼 해줄 말이라고는 뻔한 말 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설거지를 다 마치고 씁니다. 파리의 클로딘, 그대는 안녕하신가요? 저는 아직 갈팡질팡입니다. 이 사랑의 감옥에서 나오고 싶은 마음 절반과 이 감옥 안에서 내 초롱초롱한 눈빛이 반.짝. 마지막 안녕을 고할 날까지 하고싶은 마음 절반. 언니들은 모두 언젠가 선택의 나날이 오게 될 거라고 합니다. 사랑이 해피 엔딩이라 여겼는데 마흔 넘어 어떤 사랑의 선택을 해야한다는 게 참 동화 같지 않아 마음에 안 듭니다. 연약하고 나약해서 한없이 보호를 받고 싶지만 이 계산된 평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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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4-04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월도 벌써 나흘이 날아가는 동안 만화책 두 권 말고는 제대로 읽은 ‘글‘이 없어서 울적했는데, 한방에 울적함이 다 날아갔습니다. 책 한 권급 글 한 편이네요^-^

수연 2019-04-05 11:01   좋아요 0 | URL
쇼님 칭찬에 궁둥이춤 흔들면서 애인한테 문자 보냈습니다! 쇼님 칭찬 받았닷!!! 얏호!

syo 2019-04-05 12:26   좋아요 1 | URL
뭘 또 이렇게까지요 ㅎㅎㅎㅎ

수연님의 글을 읽으며 항상 마음속으로는 ‘칭찬‘이 아니라 ‘감복‘하고 있었습니다만.

수연 2019-04-05 16:22   좋아요 0 | URL
할 말을....... (짱구처럼 궁둥이를 막 흔들고있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4-05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Gute Nacht! 맞나요?

수연 2019-04-05 11:02   좋아요 1 | URL
네 카알벨루치님! 지금은 모닝이니 구텐 모어겐!!

카알벨루치 2019-04-05 11:05   좋아요 0 | URL
고딩때 독어선생이 무서워 열나게 공부했는데 지금 기억나는건 그것뿐이네요 ㅎㅎ

수연 2019-04-05 16:22   좋아요 1 | URL
저는 고딩때 불어를 배웠는데 불어가 너무 싫어서 항상 점수가 양이었어요!! 불어 선생님이 프랑스까지 다녀온 걸 아시면 어떤 표정을 하실지 궁금해져요 ㅎㅎ 독어 공부해서 포스팅 또 할게요! 카알벨루치님, 그럼 아마 떠오르시는 게 많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