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남아 있는 사람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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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선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하다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 이야기를 듣고 저 사람 이야기를 듣다가 임경선 본인이 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주변인들이 계속 임경선 소설 이야기를 하길래 궁금한 마음이 들어 집어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난 후에는 어떻게 하다 그런 편견을 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편견이 얼마나 단단하게 틀에 박혀있었는지 깨달았다. 책을 다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이 사람에게 주자니 그렇고 저 사람에게 주자니 그리하여 제자리가 이미 있는 책은 손대지 않고 마음속에 뿌리박고 있으나 다시 읽지 않으리 싶은 책은 모아놓고 깨끗하게 노끈으로 묶었다. 노끈으로 묶기 전 그래도 다시 읽을지도 모른다는 책은 다시 펼쳐들고 그 첫문장이 기억나지 않은 경우 과감하게 덮었다. 사람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지만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좀 바꾸고싶다, 지금의 나를. 그 마음이 더 단단해서 노끈으로 묶어야 할지 한곳에 그대로 두어야할지 모르겠는 책을 모아 더 노끈으로 세게 묶었다. 


 여러 단편들 중에서 어떤 게 더 마음에 들었다 꼽을 수는 없다. 이 이야기도 내 이야기 같고 저 이야기도 친구 이야기 같고 그도 아니면 지나치다싶게 정갈하게 놓여져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과일접시 같아 빼꼼하게 고개를 쳐들고 몰래 훔쳐읽은 단편도 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을까 마지막 페이지를 시골길 막히는 차 안에서 덮으면서 깨끗한 물 한 바가지 벌컥벌컥 들이마신 거 같은 청량감이었다. 여러가지 색깔의 풍선들이 새파란 가을 하늘 안으로 둥실둥실 떠올라 제 모습을 감출 때까지 지켜본다.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참 적지만 괜찮다. 곁을 비워놓으면 또 누군가가 오겠지 싶은 마음도.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그렇게 빈 곁을 찾아와 자기 자리라 잡은 경우여서 곁에 있는 거니까. 사람을 그렇게 귀하게 여기지 않은 마음이 모여서 어떤 비극이 만들어진다는 게 신기하다 여길 때.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의 자리는 소중하지만 곁에 도저히 있을 수 없을 때 그 빈 자리를 누군가가 와서 반드시 채워주겠지 하는 희망은 나이가 들수록 옅어진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나날을 보내지도 않는다. 빈 자리가 홀가분하게 여겨지는 순간은 중의적이다. 오늘 아침 딸아이와 서로 타로카드를 봐주면서 미래를 점쳤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뜨끈한 라떼와 핫초코를 한 잔씩 주문하고 온라인으로 마음에 드는 스웨터를 하나씩 고심하며 골랐다. 고르고보니 임경선 소설집 표지의 인물이 입고있는 스웨터와 참 닮았다. 오늘은 영어단어 100개와 스페인어단어 100개를 복습하는 날이다. 곁에 있는 딸아이 머리에 온가슴을 다해 입을 맞춘다. 투덜거리며 딸아이 역시 스페인어단어를 외운다.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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