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제국 -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
에드워드 J. 라슨 지음, 임종기 옮김 / 에이도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최근들어서 이렇게 남극과 같은 극지방에 대해 흥미를 가진 적도 없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도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극지방이라고 해봐야 얼음밖에 없는 그런 황량한 지역. 그러한 지역에는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서 알게된 극지방의 모습과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그렇게 춥고 살기 험난한 곳에서 꽃 피워가는 아름다운 삶이 참 놀라움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던 차에 이렇게 읽게된 극지방탐험에 대한 과학과 탐험을 기록한 책은 몰랐던 여러가지 사실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이름만 어디선가 들어본 스콧과 아문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또한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들이 했던 처절하고도 어찌보면  최악의 모험에 대해서도 말이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인간사.


인간은 본래적으로 만족을 모르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어떠한 성취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인류문명의 발달에 크나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 나오는 극지방에 대한 도전들은 과학전 지식의 열망이니 지식의 지적추구니 뭐니 포장을 하지만 저마다 가진 욕심들에 의해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얻은 성취가 아닐까. 물론 내가 이러한 도전과 성과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왕립합회와 왕립지리학회와의 힘겨루기 라든가. 거의 목적에는 실패했지만 필요에 의해서 영웅을 만드는 그 당시 영국의 모습.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했지만 그에 대해 폄하했던 영국의 모습. 남극점을 정복하고 방방곡곡에서 강연을 하고 출판도 하며 돈을 긁어 모으던 아문센의 모습. 과학적 탐험과 지적추구라는 보다 드높은 의미에서의 극지방에 대한 모험을 이 책은 그 가식적인 모습을 벗겨버리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이런 생각을 들게 한다. 내가 그렇다고 성인도 아니고 개인적 욕망을 추구하지 않는 그러한 인간도 아니라서 이렇게 보는 시각에 대해서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뭔가 드높은 가치를 보여주는 극지방에 대한 모험이야기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이렇게 여과없이 보여주는 책이 불편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어쨌든 오늘날 이렇게 남극이나 북극의 모습을 지도에 그릴 수 있고 그곳에 사는 팽귄이라든가 물개와 같은 생물의 존재를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저마다 가진 욕망에 충실했던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의 목숨을 건 모험에 의해서 가능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높게 평가해야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목적이 사익이었든 공익이었든 간에...


 희생


알지 못하는 곳. 가보지 않은 곳을 탐험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일이다.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거의 백년이 넘는 시간 전에 더 춥고 더 험난했던 극지방을 열악한 장비를 이용해 탐험했다니 희생은 확정적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얼음이 녹고 있는 오늘날에는 남극과 북극의 크기가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줄어들었다. 거꾸로 말하자면 과거에는 극대륙의 크기가 더 컸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자기연구를 한답시고 목조선을 건조해서 극지방을 탐험하다니 참 대단도 하다. 그 당시 이렇게 모험을 해서 무엇인가 성과를 가지고 돌아오면 바로 출세의 길이 열렸다.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돈을 벌거나 강연을 해서 돈을 아주 긁어 담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하 수십도를 넘나드는 그 강추위와 싸우며 짐을 나르는 일은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 당시 개썰매를 오늘날처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외로 놀라웠다. 트랙터를 극대륙에 가져간다거나 시베리아산 말을 가지고 간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충격이었고. 어쨌거나 이렇게 탐험을 한 일행들은 추위로 인해 동상에 걸려 고생하거나 결국에는 죽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지반의 붕괴로 인해서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얼음에 갖혀 배자체가 사라져버린 적도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희생은 스콧탐험대의 남극점 정복후 돌아오다가 얼어죽은 사건이 아닌가 한다. 아문센이 남극점을 먼저 점령하고 후에 도착했던 그 탐험대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치게 되어서 과학적 성과물들을 얻는데 힘써 심지어 35 파운드에 달하는 암석표본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하니 참 어리석다. 그들은 거대한 저장소에서 겨우 11마일을 남겨두고 다 얼어죽었다. 이러한 희생을 영국은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결국에는 그들은 아마도 원하던 것을 이루었지 않을까. 영웅이 되어 큰 명예를 얻게 되었으니.



 북극과 남극, 그리고 자기와 바닷속생물 등 수많은 과학적 지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후기 빅토리아시대에 이루어졌던 많은 탐험들을 다룬 이 책은 과거에 있었던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을 수많은 자료에 의해서 완성된 흥미진진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들이 왜 그러한 험난한 남극으로 갔는지에 대해서 독자 저마다 내심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날 우리 지구의 지도는 다 완성되었지만 인류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영원히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극지방 탐사는 그들에게 영광과 부의 원천이 아니었을까. 무사히 귀환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제공되었으니까. 성과만 있었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