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니 듀 모리에 "나의 사촌 레이첼"


"레베카"를 재밌게 읽어서 바로 이 책도 망설임없이 읽게 되었다. 역시 재밌었다.

밤에 읽다가 그만 멈추지 못 하고 새벽까지 읽었다. 한번잡으면 끊지 못 하고 기어이 끝을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사랑에 푹 빠진 미숙한 남자의 심리를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그야말로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면서 앞뒤 상황을 전혀 재지 않고 우다다다 달려가는 그 심리. 그 벅차오름을 참 절묘하게도 표현해냈다.

게다가 자신만의 사랑의 감정에 취하여 상대방을 바로 보지 못 하던 남자가 사랑에 응답을 받지 못 하자 그렇게나 휘몰아 치던 사랑이 바로 폭력으로 돌변하고 만다는 것도 얼마나 섬뜩하지만 현실적인지!


레이첼은 어떤 여자였을까? 필립이 화자로 등장해 그의 시선으로만 레이첼이 묘사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춰지는 레이첼의 모습 속엔 필립의 오해가 분명히 보인다.

여전히 필립은 콩깍지가 씌어서 레이첼을 끝까지 제대로 보지 못 한 느낌이었고 결말 상황으로 보자면 의심받고 그렇게 되어버린 레이첼이 많이 억울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관계에 있어서 훨씬 노련했던 레이첼이 필립의 감정을 알고 살짝씩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이용한건 맞는거 같다. 여자의 다정함과 친절함이 미숙한 남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지는가를 분명히 알고 행동했지만 범죄에 해당하는 그런일들은 글쎄? 모두가 필립의 오해였지 않을까? 그래서 결국은 필립은 평생동안 짊어질 수 밖에 없는 마음의 괴로움이 남게 되는거고.




그리고



책 사진 찍고 있는데 마당에서 놀고있던 동네 고양이가 구경하길래 책을 보여줬다




나 : 나의 사촌 레이첼이야. 




고양 : 뭐래


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마당에 한가득 핀 보라색 꽃. 이름은 자주닭개비. 5월에 피는 꽃이다. 

한낮엔 오므리고 있다가 아침에만 활짝 핀다. 흐린날에는 하루종일 펴있기도 한다.

그러니까 밤새 책 읽다가 해뜰무렵 나가보면 얘네들이 한가득 펴있어서 무척 반갑다. 

오늘도 참 반가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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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이 작가의 결혼이라는 소설을 인상 깊게 읽고 난 후 2003년에 퓰리처상을 탔다는 미들섹스도 사두었었다. 그런데 책 표지만 보면 별로 읽고 싶지 않게 생겼기도 했고,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간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예상 가능함에 이런 것은 딱히 내가 흥미 있어 할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책장에 그냥 꽂아만 두었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책장 어디 구석에 눕혀놓은 것이지만^^ 그러다가 그냥 문득 최근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어차피 읽으려고 사 둔 것 왜 안 읽고 방치해 두나 하는 생각에 얼른 읽어버리자 싶었던 거다.


 

처음 내 예상과 달리 이 책은 단지 여성도 남성도 아님에만 주목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리스계 미국인이라는 작가의 경험이 물씬 풍기는 소설이기도 했다. 크게 보면 이 소설은 미국으로 이주한 그리스인 가족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서부터 베트남전 종전 후까지의 미국의 현대사를 그리스계 이민 가족의 삶 속에 잘 녹여내었고 거기에 디트로이트라는 도시의 특별한 역사까지 조명한다.

 


1권이 주로 화자인 주인공의 조부모와 부모대의 이야기 즉 그리스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오면서 가족을 꾸리고 미국에서 생계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라면 2권에 가서는 조부모대부터 내려오는 집안의 비밀로 인해 생겨난 주인공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바로 이 책의 첫 번째 문장 나는 두 번 태어났다. 처음엔 여자이아로, 유난히도 맑았던 19601월의 어느 날 디트로이트에서, 그리고 사춘기로 접어든 19748월 미시간 주 피터스키 근교의 한 응급실에서 남자아이로 다시 한 번 태어났다에 대한 문제.


 

제목의 미들섹스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주인공 가족이 살고 있는 동네의 이름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 소설이 나아가는 방향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가족의 역사라는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특별한 한 사람이 만들어지기 까지 사회와 역사가 가족과 시간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훑어 보는 것. 이것이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 있는 바다.

 

 

읽는 내내 이 책은 가히 퓰리처상을 탈만하다고 생각했다. 장황한 이야기로 글을 지루하게 쓰느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곳곳에 포진해있어 전반적으로 경쾌한 느낌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작가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출중하다.

하지만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이 소설을 훨씬 더 재밌게 읽었을 거 같다. 그들의 이민의 역사나 현대사를 미국인이라면 더 잘 알고 즐겼겠지만 한국인인 나는 대충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는 부분들이 꽤 있어서 100퍼센트 이 소설을 즐겼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별4^^



(아참 그리고 이 책 읽다보면 오빠라고 하다가 동생이라고 하는 번역오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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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섹스˝ 2권 읽는중에 갑자기 빵터졌네ㅋㅋㅋㅋㅋㅋㅋ

 심각하게 읽고 있었는데 아니 이거 미국 의사 사투리 너무 구수한거 아닙니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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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이 쌓여있으면 왜 기분이 좋을까ㅎㅎㅎ


요즘은 알라딘보다는 다른 인터넷 서점을 더 애용한다. 알라딘 미안ㅠㅠ

왜냐면 쿠폰같은게 알라딘은 너무 짜!

다른 서점들은 늘 쿠폰이 알라딘보다 더 후한 느낌인걸? 특히 이번달엔 교보가 더 혜택이 많더만

중고를 팔아도 그래24가 더 가격을 잘 쳐주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신간검색이나 책 찾을 땐 알라딘이 더 나은거 같은데 이건 내가 여기에 익숙해서 그런건가?



여튼 날씨 좋은 5월이다. 야외에 나가서 햇빛 쬐이면서 책 읽고 싶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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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보 혜택도 좋고 포장도 좋고 양서 할인도 좋음요 ^ㅅ^
 


레베카 - 대프니 듀 모리에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이 소설 내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 했다. 옥주현이 부른 뮤지컬 노래만 몇 번 들어본게 다였다. 레베카~하고 고음 지를때 소름이 쫙 돋았던...

사실 나는 그시대의 추리소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주인공 이름이 레베카라는 예상만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책이 너무 재밌다는 평이 많은거다. 게다가 뮤지컬에 영화에 다방면으로 리메이크 되는 원작 소설인데 그래도 알아두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다 읽고 나니 왜 진작 안 읽었나 하는 후회를 했다. 이건 그냥 내가 알던 그 시대의 추리소설이 아니잖아!

이 책은 한 편의 로맨스 소설로도 완벽했다. 물론 반전있는 추리소설로도 좋았고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제목이 "레베카"라는 점이었다. 정말 존재감이 큰 주인공이지만 정작 등장인물로 나오지는 않는 레베카. 그리고 책을 끝까지 다 읽고나니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책장을 덮고 그래서 레베카는 레베카인데 "나"는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생각해 보니 생각이 안 나는거다. 책을 다시 뒤적뒤적 거려도 "나"의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고 그저 '드윈터부인'이라고 호칭하는게 다였다.

레베카의 존재감으로 내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던 주인공은 끝까지 이름이 없고 고작 드윈터 부인으로 불리우지만 레베카는 당당하게 이름으로 존재한다. 끝내 레베카라는 존재를 극복하지 못 하는 "나"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장치였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내성적인 화자가 들려주는 연애 이야기도 재밌었다.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데 그는 속을 알 수 없고 맨날 고뇌에 차 보인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늘 불안해 하며 사랑을 애원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런 부인에게 마치 개에게 하듯이 애정을 표현한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자신은 한없이 부족한 존재라고 자책한다. 

그러다 차츰 이 어린 신부도 성장을 하고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남편을 오히려 개를 대하듯 하게 되었다고 하는 부분이 너무 표현이 절묘했다ㅋㅋㅋ 

개같이 대한다는건 개들이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귀여워 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에 별 감흥없이 습관적으로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곤 하는 그런 모습을 말한다ㅋㅋㅋㅋ



이 소설은 주변 묘사도 참 좋았는데 대저택의 정원을 표현하는 부분들이 특히 그랬다. 어떤 모습인지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작가가 경험해 본 자연을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해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 작가는 정원생활을 즐겨했던게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그래서 



레베카랑 철쭉이랑 같이 찍어봤다. 레베카는 철쭉을 좋아했다고 해서ㅎㅎㅎ





비 오는 산책길사진도



아무튼 책 "레베카" 너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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