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읽을 영어책이 없어서 도서관을 둘러보던 중 책 표지의 분홍색도 눈에 띄고 문장도 만만해 보여서 빌려왔다. 콜린 후버라는 작가 이름도 생소한데 로맨스 소설을 주로 썼던 모양이다. 검색 해보니 번역된 소설도 몇 권 보이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약간 감이 안 왔는데 다 읽어보니 알겠다. ‘우리로 끝낸다

대체 뭘 끝낸다는 거냐하면 그건 가정폭력이었다.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것을 보며 자란 주인공 릴리. 그녀는 현재 24살이고 보스턴에서 살고 있다. 아빠는 얼마 전에 죽었고 릴리는 장례식에서 추도사로 아빠의 좋은 점을 하나도 읊을 수 없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내려올 만큼 아빠를 미워했다. 그리고 아빠를 떠나지 못 한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서 답답해했지만 엄마가 늘 걱정되어서 가슴 한켠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착한 딸이다.

우연히 라일이라는 신경외과의사를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이 남자가 심상치가 않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의자를 집어 던지면서 화를 발산하는 모습을 릴리가 목격한 것이다. 나같으면 저런 남자 옆에는 절대 다가가지 않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릴리는 라일에게 호감을 보인다. 잘생겼고 몸매도 좋고 옷도 잘 입고 목소리도 좋고 대화해보니 재밌기도 했던 것이다. 친한 사이라면 터놓고 말하기 힘든 진실들을 어차피 다시 만날 사이 아니니 막 대놓고 얘기하다가 로맨스 소설답게 급 키스를 하고 헤어지게 된다.


릴리는 어릴 때 아빠의 가정 폭력 때문에 우울할 때면 정원 일을 하며 혼자서 마음을 달래곤 했다. 그런 탓에 취미가 정원돌보기가 되었다. 그래서 릴리의 꿈은 꽃집을 여는 것이었는데 라일과의 첫 만남 후 드디어 직장을 그만두고 꽃집을 차리게 된다. 그런데 하필 우연히 꽃집에서 일하게 된 사람은 라일의 여동생이었고 그렇게 연결되어서 라일과 다시 만나게 된다. 우연히 우연히 우연히~이 소설은 우연이 참 많이 나온다.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다.


라일과 사귀는 와중에는 로맨스 소설이라면 당연히 나오는 야한 장면도 꽤 나오고 파티 장소에서 뜬금없이 공주안기를 해서 침실로 데려가는 장면이라든지 좀 낯 뜨겁지만 로맨틱한거겠거니 하는 이런저런 장면들이 나오는 와중에 아무래도 라일이라는 남자는 침실에서 하는 것을 보나 첫만남에서 의자 던지는 모습을 보나  폭력성이 있을거 같다 싶었는데 과연 그랬다. 한번 화가 나면 폭발하는 성격이었고 드디어 처음으로 릴리를 쳐서 부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바로 릴리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사과를 한다. 릴리는 아빠의 가정폭력이 떠올랐지만 라일은 아빠와는 다르다며 모든 조짐들을 무시하며 그를 용서한다. 그리고 다시 사이가 달아올라서 결혼을 하는데 결혼 하고 또다시 라일의 화가 폭발하는 일이 발생하고 릴리에 대한 폭력이 행해진다. 그리고 또다시 눈물의 사과가 반복되고 용서하고... 또 폭력발생.

이때 릴리는 아기를 가졌음을 알게 되고 라일과 떨어져 지내며 마음을 정리하기로 한다. 계속해서 라일을 용서하고픈 마음이 고개를 쳐들어서 갈팡질팡 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엔 라일과 이혼을 결심한다


임신한 릴리가 라일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도 어느정도 가지고 있을 때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릴리가 예상하기로는 엄마가 참고 살았으니 릴리도 참고 살라고 말해줄지 알았던 거다. 근데 막상 엄마는 엄마같이 살지 말라고, 한번 참게 되면 계속 참게 된다고, 가정폭력은 우리로 끝내야 한다고 릴리에게 용기를 준다. 폭력적인 라일은 평소의 라일이 아니었고 그때만 특별히 화가 날 사연이 만들어져서 그랬던 거니까 앞으로는 괜찮을 지도 모른다며 라일을 사랑할 변명거리를 마음속에서 만들어 내던 릴리는 엄마의 이런 조언에 정신을 차린다. 엄마도 예전에 자신과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 계속해서 폭력을 용서해 주다가 결국엔 가장 사랑하는 딸의 마음도 다치게 했다는 것

릴리는 절대 다시 그 길을 걷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릴리는 딸을 낳고 라일은 자신의 딸을 보며 진심으로 기뻐한다. 깊이 반성하는 모습으로 여전히 릴리를 사랑한다며 용서를 구하는 라일. 이때 릴리는 이렇게 말한다. “너 딸이 나중에 커서, 남자친구가 나를 때렸어요, 아빠 저 어떻게 해요? 하면 뭐라고 말할래? 남편이 나를 때리고 강간했어요 저 어쩌면 좋아요? 하고 말하면 넌 뭐라고 할 거니?” 라고... 이 말을 듣고 라일은 그 놈이랑 당장 헤어지라고 말 할 거라며 갓 태어난 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혼을 받아들인다.


폭력이 한번 발생 했을 때 끝내지 못하고 그 모습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며 망설이는 모습들이 나와서 혹시나 릴리가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갈까봐 읽는 내내 답답했었다. 열 받는데 여기서 그만 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결국엔 결론을 잘 내려서 마음을 쓸어내렸다. 폭력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나약해진 마음을 현실적으로 담아내어서 초반 가벼운 로맨스 소설인 줄 알았다가 점점 정색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래도 결말은 로맨스 소설답게 해피엔딩이다. 릴리가 15살때 만난 첫사랑 노숙자 소년과 다시 만날 거라는 냄새를 풍기며 끝나니까. 아 그 노숙자 소년은 엄청나게 성공해서 멋진 모습으로 내내 릴리 앞에 나타나서는 도움을 주곤 했었다는 거~ 결국은 서브남주와 이어지는 이야기였네^^

 


참고로 이 책 문장과 단어가 굉장히 쉬운 편이라 아주 수월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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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0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끝이야가 그 끝이었군요. 가정폭력 얘기여서 힘들까봐 안읽으려 했는데 흐음 읽어봐도 좋겠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망고 님.

망고 2022-07-07 13:24   좋아요 0 | URL
처음엔 그냥 로맨스 소설인 줄만 알았어요 남자가 꽤나 멋있게 그려지기도 하고요 그와중에 이사람 뭔가 불안한데? 하는 지점들이 있지만 그저 가볍게 넘기다가 읽을수록 정색하게되는 그런 소설이었어요😭다락방님 리뷰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