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감나무에서 수확한 감과 책사진)



사실 작년에 나온 패니 플래그의 책을 읽어볼까 하다가 그 책이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속편이라고 해서 내려놓았었다. 아직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도 읽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90년대에 나온 영화도 있어서 제목을 많이 들어봤는데 그동안 왜 읽을 생각은 안 했을까 몰라^^

책은 따뜻한 이야기였고 재미도 있었다. 근데 이 책을 읽고나니 굳이 그 속편까지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서 작년에 나왔다는 그 책은 읽지 않기로 했다. 

그냥 완벽하게 이 책으로 모든 이야기가 완성된 느낌이라 속편이 궁금하지가 않다. 


책을 읽었다는 기록은 인상적인 문장들을 옮겨 놓는것으로 하겠다. 




"있잖아요, 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만약 누가 루스를 해치려 한다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당장 죽여 버릴 거예요."

"오, 이지, 말만 들어도 끔찍해"

"아뇨, 그렇지 않아요. 증오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는 사랑 때문에 죽이는 편이 낫지 않아요?"

(119쪽)



늘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점차 사랑을 느끼게 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루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지가 환하게 웃으며 벌꿀이 든 병을 건네주려 했을 때, 그토록 억제하려 했던 감정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이지를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안 것도 바로 그때였다. 그날 울음을 터뜨렸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한 번도 그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다시는 느낄 수 없을 터였다.

(121쪽)



슈퍼마켓에서 그처럼 심한 욕설을 들은 뒤, 에벌린 카우치는 능욕당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말로 당한 강간이었다. 완전히 발가벗겨졌던 것이다. 우발적 사건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었으나 불쾌한 남자들과 마주치면 늘 겁이 났고, 욕설을 듣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녀는 목장 울타리를 넘어와 치마를 들추어 대는 유의 사람들 주변에서는 늘 몸을 사리고 조심했다. 작은 빌미만 주어지면 언제라도 그런 상스러운 욕설들이 날아올 태세를 갖추고 코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313쪽)



머리를 겨누고 내 삶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총, 그 힘, 그 음험한 위협......욕먹는 것에 대한 그 공포는 무엇일까?

에벌린은 행실이 좋지 못한 여자라는 말을 들을까봐 순결을 지켰다. 노처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결혼을 했다. 불감증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오르가슴을 연기했으며,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아이들을 가졌다. 괴상하다거나 남성혐오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았고, 못된 년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바가지를 긁지도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을 실행해 왔음에도 그 낯선 사람은 화가 난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욕설을 던짐으로써 그녀를 시궁창 속으로 밀어 넣었다.

(314쪽)



그러다가 에벌린은 멈칫했다. 이전에는 결코 느껴 보지 못했던 감정이기에 두려웠다. 그러니까 에벌린 카우치는 대부분의 여자들보다 20여 년 늦게 분노를 경험하는 중이었다.

에벌린은 두려워하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다. 그처럼 뒤늦게 찾아온 분노는 낯설고도 특이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에벌린은 난생처음으로 자신이 남자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남자들이 그토록 중히 여기는 이런저런 특혜를 누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절대로. 단지 남자가 가진 힘만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슈퍼마켓에서 욕을 하던 그 못된 아이를 흠씬 두들겨 패 주었으면 싶었다. 물론, 그녀가 남자였더라면 애초에 욕설을 듣지도 않았을 것이다. 

(315쪽)



하지만 불알을 두고 호들갑을 떠는 남자들을 보노라면 마치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맙소사, 에드는 아들의 그것이 적당한 모양으로 발육하지 않자 걱정이 되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의사 말로는 모양이 그렇더라도 아이를 갖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에드는 마치 무슨 비극이라도 생긴 것처럼 행동했고 아들을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들이 스스로 남자도 아니라는 느낌을 갖지 않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에벌린은 당시에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어처구니가 없군......성장기때 내 가슴은 절벽이었지만 누구도 나를 어디론가 보내서 어떤 도움을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어'

(361쪽)



한때 에드는 바로 그 여직원을 칭찬했다. 그녀가 사장에게 과감히 맞서는 걸 두고 베짱이 두둑한 불알 달린 여장부 같다고 떠벌이던 게 기억났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의아했다. 그 여자의 힘과 에드의 해부학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그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이봐, 그 여자는 대단한 난소를 갖고 있어"라고. 그는 분명히 그 여자가 어떤 불알을 가졌는지 말했다. 난소에는 난자가 있다. 난자는 정자만큼 중요해서는 안 된단 말인가?

(3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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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30 0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영화가 인상깊었습니다 ^^

망고 2021-11-30 05:56   좋아요 2 | URL
아직 안 봤는데 조만간 꼭 보려고요^^ 근데 이지와 루스를 그냥 우정으로만 묘사했다고 해서 영화 보기도 전에 섭섭한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