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고 있는데 망고가 오길래 같이 찍자 했더니 그건 또 싫다며 딴짓 중인 녀석과 간신히 함께한 책 사진)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인기순위에 계속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이 올해 초에 처음 나왔는데 아직까지도 순위에 올라가 있는 거 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인기소설이란 뜻이겠지. 그래서 호기심에 나도 읽었다.

나는 이때까지 작가 크리스틴 해나의 작품은 한권도 읽은 적이 없어서 바로 이 소설로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소감이 어떠냐하면 글이 일단 굉장히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는 느낌이었다. 슬프면 슬프고 화나면 화나고 나쁜놈은 되게 나쁜놈이고 착한 사람은 끝까지 착하다. 여기에는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어떤 숨겨놓은 속임수도 없고 따라서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지 누구한테 마음이 가는지 어디에 분노해야 하는지 아주 정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읽으면서 감정의 동요는 있을지언정 어떤 모호함이나 비유를 찾아내기 위해 동반되는 스트레스는 없는 편이다.

때문에 약 450페이지의 장편을 비교적 금방 읽을 수 있고 읽으면서 금방 스토리에 빠질 수 있으며 쉽게 작가가 의도하는 감정에 도달할 수 있다. 중간중간 눈물 찔끔찔끔 흘리고 콧물 훌쩍훌쩍이며 읽었다는 말이다. 이게 인기 소설이 된 이유가 바로 이래서구나 싶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곡창지대이자 대평원지대에서 가뭄과 모래폭풍으로 땅이 황폐화되고 농부들이 굶어죽을 지경이 되었던 1930년대이다.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와 같은 시대이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분노의 포도에서 대가족이 모래폭풍을 피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과정과 캘리포니아에서 낮은 임금과 부자들의 욕심으로 더 굶주리게 된 농부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과정을 이 소설에서도 비슷하게 따르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는 와중에는 당연히 분노의 포도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노의 포도와 확연히 다른 점은 이 소설은 가족을 이끌고 나가는 구성원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이다. "The Four Winds"에서의 남자는 가장 힘든 시기에 무책임하게 가족을 버리고 어딘가로 떠나버린다. 여자는 가족의 가장이 되어서 아이들 두 명을 이끌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싸운다.

그러니까 25살에서부터 40살이 될 때까지의 엘사라는 한 여자의 삶을 따라 가면서 그녀가 인생의 고비를 하나씩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휘하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고 그저 고통을 침묵 속에서 삼키기만 하는게 여자의 미덕이라 여기던 엘사는 점점 고된 상황 속에 처하게 되면서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다. 4번의 큰 전환점을 넘어가면서 점점 더 크게 세상에 나의 목소리를 높여가는 과정, 즉 엘사라는 여성의 각성과 성장을 "분노의 포도" 시대를 관통하면서 담아내었다. 



하지만 굳이 지금와서 "분노의 포도" 시대를 소환해낸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 소설을 집필한 시기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전세계가 난리가 난 때였다고 한다. 그 최악의 시기에 미국에서는 인종문제까지 겹쳐서 사회가 걱정에 휩싸여 있을때에 1930년대 대공황과 가뭄과 모래폭풍 그리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사람들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행해지던 혼돈의 시기를 떠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닐것이다.

게다가 점점 여성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이 시대에, "분노의 포도" 시대를 다시 떠올렸다면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분노의 포도"가 남성 중심의 이야기라면 나는 그 배경을 가지고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겠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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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이 책 킨들에서
잠자고 있는 데
오늘 소환 해야겠네요

분노의 포도를 연상 시킨다니 !ㅎㅎ
망고님 벌써 초겨울
주말 따숩게 ^^

망고 2021-10-17 12:57   좋아요 0 | URL
후딱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ㅎㅎ 눈물 콧물 조심^^
스콧님도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감기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