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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 226쪽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떨어지면 아무도 주워 가지 않지만, 가을에 잘 물든 단풍은 책 속에 고이 꽂아서 오래 보관도 합니다.

 

사계와 닮은 삶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노후해져 죽음까지 이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꽃처럼 지는 것이 아닌 인간의 삶은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고 떨어졌을 때 누군가 그것을 주어 추억으로 간직하는 그런 무한함이 있다. 단풍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법륜 스님의 이야기는 이 책의 소제목대로 봄 꽃 보다 아름다운 삶을 찾기 위한 ‘인생수업’이다.

총 6장까지 나뉜 ‘인생수업’은 1장은 행복, 2장은 생로병사, 3장은 사랑하는 이와의 죽음과 이별에 대해서, 4장에는 연애와 결혼, 5장에는 노후와 퇴직에 대해 그리고 6장에는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여러 지혜가 담겨있다. 법륜 스님으로부터 조언을 찾는 많은 이들의 고민과 바람을 상담하며 모인 목록처럼 느껴졌고 특정한 독자층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가 도움되든지 참고된다기 보다 자신에게 특별히 와 닿는 이야기를 무엇이라도 분명히 찾을 수 있는 책이라 느낀다.

 

 

 

 

 

 

 

 

가끔 마음이 불안하면 불교나 선 (禪zen) 서적을 꺼내 읽는다.  철학적이고 수학적인 불교는 종교보다 과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서 이야기가 막연하지 않고 절대적인 게 마음에 든다. 모두를 무조건 존중하고 자기 잘못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어딘가에 의지하게 만드는 타 종교와 달리 불교는 개인의 수행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 강해지도록 만든다. 가장 큰 악 역시 만들어진 악마나 눈에 안 보이는 어두움 속 괴물이 아닌 나 자신이다. 종교임을 알고도 계속 불교는 철학처럼 받아 들여지는 데는 그만한 배움의 가치가 있어서고 다른 죽음이나 삶에 대한 책에서 기독교 등의 종교성을 강조했을 때와 달리 거부감이나 낯섦이 없어서 좋아한다. 불교는 인생 그 자체니까. 그것이 마음에 든다. ‘인생수업’도 그래서 읽기 쉬웠다. 다만 젊은 20대 보다 부모님 세대가 더 즐겁게 읽지 않을까 싶은 진행된 삶에 대한 이야기 (퇴직, 나이, 질병, 상실, 기대 등…)가 많았다.

세상은 그렇다. 좋게 보이려면 한 없이 좋아 보이고, 나빠 보이려면 현실의 벽이 다 녹아내려 지옥의 문턱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사람에게 자연을 거슬러 하늘도 날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주는지 아니면 자아도취의 나르시즘 (narcissism)만을 키우는지 인간의 가치를 이중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인생 수업’에서는 모든 인간을 위한 조언을 찾을 수 있다. 연애, 사람관계, 결혼, 나이 드는 것, 죽음에 대한 공포, 자녀에 대한 기대, 새로운 것을 접근하는 자세, 젊음의 정의, 큰 고민거리의 해결법이나 심지어 시어머니나 며느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보통의 사람의 보통의 고민들을 너무 자주 상담해주다 보니 다음에는 “그럼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라며 건네주고 싶어서 길잡이처럼 하나로 엮은 것이 아닐까 독자로써 상상하게 된다. 

 

 

 

 

 

 

 

 

 

‘인생수업’의 법륜스님 글체는 Char의 블로그 말투처럼 어떠한 의사를 흔들림 없이 전달하고 그것을 이성적으로 소개하는 면이 강하다. 그래서 Char의 포스트도 잘못 읽으면 무언가 설교나 강압성이 느껴지는 문장이 있어서 오해를 자주 사곤 하는데, ‘인생수업’ 역시 혼잣말 같은 강의 식의 대화법이 자연스럽게 와 닿았고, 누구에게 일러주는 것이 아닌 어떠한 사실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니 지루하지 않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 ‘요시모토 바나나의 인생을 만들다’를 읽으려고 알라딘에서 도서평을 찾아 읽다 이러한 글을 적은 사람을 발견했다. “그들이(작가들, 저자가 둘 명) 하는 말은 모두 옳다는 걸 아는데, 좀처럼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래서 읽으면서 갑갑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가끔 '인생수업' 같은 책을 접하면 첫 문장부터 무언가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는 글이기 때문에 덜컥 학창시절 혼나는 느낌처럼- 그 강압이 싫어진다. 갑갑하게 묶이는 거 같다. 하지만 누군가가 무언가가 이러하고 저러하다 이야기 할 때면 몸을 느슨하게 풀어놓으려고 요즘 노력한다. 조금 적나라한 예를 들자면,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때처럼 난 몇 번이고 섹스를 해본 사람이니 배울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는 자신만만한 생각으로 같은 모습으로 그 시간을 보내는 건 교감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일 것이다. 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언제나 새로운 것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여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듯 인생 조언도 그렇게 들으려 노력한다. 도무지 더 새로운 게 무엇이 있겠는가 다 비슷하지 않은가 말하지만- 자신 보다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조차 그 사람의 세상을 관찰할 기회가 열리는 거다. 그 세상은 자신의 것과 다를 수도 비슷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소통이기에 한없이 호기심 어린 나를 되찾을 기회다. 사람은 그래도 계속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그러한 새로운 인연을 가장 자유롭게 만들 기회는 사실 독서를 통해서다. 가슴을 펴고 친구 만나는 느낌으로 읽는 ‘인생수업’의 이야기. 모두 흡수할 수는 없어도, 다 공감할 수는 없어도- 읽으면서는 위안을 많이 받는다. 위로해주는 삼촌 같은 느낌이 든다. 앞서 말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의 또 다른 후기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그들이 너무 앞서가 있는 것 같았고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렇지 못한 자신이라 읽으며 이를 다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그렇다. 보통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도 작가는 자유롭게 글로 써내리니 가끔은 몸에 힘을 다 풀고 이런 글을 있는 대로 읽고 섹스도 더 이상은 없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 모험성을 갖기란 대부분 사람에게는 어렵고 무섭기도 한 일이다. 글을 쓴 사람이 생각하고 적는 이상이나 관점은 그 작가가 수도 없이 깊게 밤잠 이루지 못하며 생각을 했던 것들이다. 그러니 처음 읽고 받아들이는 우리는 낯설기도 하다. 이럴 때는 한 발자국 뒤에서 본다. 다행히 '인생수업'은 쉽게 읽히는 만큼 무거운 인생 이야기를 대화 투로 가볍게 풀어 어깨에 쌓인 짐을 가볍게 툭툭 털어주는 법륜 스님이다. 젊은 층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가족 누군가가 공감할 이야기라 더 유심히 읽게 된다. 오히려 독서 중 마음이 놓여서 꼭 공감이나 별다른 감정을 느낄 필요 없는 평온한 독서였다. 현대 한국인이 이해하고 알고 필요로 하는 이야기만 정리된 책이다. Char는 자기 관점과 반대의 기준을 가진 주제를 만나도, "그렇구나. 좋다."하고 이해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얻어 넘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 평온하고 어렵지 않고 다리면 계속 움직이면 되는-눈이 계속 읽기만 하면 되는 차분한 산행이었다.

 

 

 

 

 

 

 


제가 고문을 당했는데, 그 일을 나쁘게만 생각했으면 저에게 큰 상처가 되고 한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을 인생의 경험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몇 년 수행하는 것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험한 것을 주로 상처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삶이 고달픈 거예요. 어떤 경험을 했든 그것을 항상 교훈으로 삼아서 자산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더 단단해지고, 능력도 커집니다.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가 많음에도 완전히 공감 못하는 데는 분명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아- 그렇지.. 하는 생각 보다 아- 그럴 수도 있구나..로 대답할 수 있고 싶다.

 

- 114쪽, ‘아들이 주고 간 큰 선물’ 中

 


 

Char는 보헤미언(bohemian)이다. 스님과의 반대가 아닐까 가끔 막연한 상상을 한다. 사실 보헤미안의 정의는 네 멋대로 가 아닐 뿐이지 내 멋대로인 건 또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마음을 편히 먹으려 노력하고 보통사람이 하는 돈 걱정, 미래 걱정, 현재 걱정, 자기발전조차 큰 우려 없다. 원하는 걸 하고 원하지 않는 걸 스스로 가려 판단 후 아니다 싶은 것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스님과 달리 수련을 위한 것도 어떠한 경지에 이르는 것도 아니다. 성격이 언제나 그랬고 엄연히 영국인이니 그조차 무시할 수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려서부터 불필요한 고생을 겪고 그것엔 분명 무언가를 배운다는 법륜 스님과 같은 의미부여를 과도하게 하다 깊은 마음의 해를 입은 탓이다. 스스로 걸어 온 삶을 견디지 못해 결국 지금의 이러한 모습이고 친구와 가족 모두 이 부분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 어느 정도 인정 또는 포기를 했다. 온몸과 마음에 힘을 풀어 주는데 집중되어 예술인의 삶이 대부분인 보헤미언은 흔히 그 삶이 아니고서야 살아있기 힘든 상태인 거뿐이지 깨달음을 얻어 자유롭든지 당당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Char가 오랫동안 해온 클린이팅도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듯 신내림 받는 여자 마냥 그것을 직접 선택한 계기는 자신의 온전함을 위한 행동이지 딱히 원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스님처럼 클렌징을 하는 개념이 아니니 정말 정반대 같다 느낄 때가 많다. 불교에서는 힘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 하니 그것이 마음에 들어 좋아한다 앞서 말했지만 불행에 대한 치유법은 각기 다르고, 흔히 치유가 안 되기도 한다. 이를 가장 좌우하는 게 개개인의 성향과 성격에 달렸다 생각하겠지만 흔히 주변 환경에 1차적으로 달렸다. 전쟁을 겪고 혼자 살아남은 사람, 어린 나이에 눈 앞에서 부모가 죽은 사람, 사업이 망해 빚 때문에 양손이 잘린 사람, 강간을 당한 사람, 사기를 당한 사람, 정신병에 걸린 사람- 세상에 아픈 모든 사람에게 더 단단해진다는 말은 때로는 굳은 채 말라비틀어져 스치기만 해도 부서지는 존재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 완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법륜 스님의 말이고, 최선을 다해봐야 “아.. 그럴 수도 있겠군..”하는 이해 정도다. 우리 같은 (좀 과도하게 부서진) 사람들도 타인이 보면 무언가 깨달음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자신의 상처를 감당하지 못해 땅을 기어가는 상이다. ‘큰 선물’ 같은 말로 힘듦 속에서도 좋은 것들을 골라내 그것의 배움과 고마움을 느끼는 건 가능이야 하더라도, 현실의 그 공백을 채우지도 채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정신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그 상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무 커지지 않는데 “관리”하기 때문에 다소 이상적인 스님의 에세이가 위로가 되면서도 Char는 말이 괜히 2% 아쉬웠다. 그렇다고 최근 읽기 시작한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론 에세이처럼,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라고만 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것도 스님이 ;).

 

 

 

 

 

 

제목으로 추측되듯 위 에세이는 자녀의 죽음에 대한 에세이였다. 위에 적은 단락 후 이러한 글로 에세이가 마무리된다:

 

 

자녀의 죽음은 비할 바 없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통해서 인생을 깨달으면 이 세상 어떤 사람보다 대범하게 살 수 있습니다. ‘자식 잃고도 사는데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한다 한들 못 살 일이 뭐 있겠는가.’ 그래서 세상에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도, 딴 사람은 죽네 사네 해도 나는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다.


 

 

20대 후반이 된 Char는 가족도 친구도 죽음으로 많이 잃은 시점이라 그런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3장이었다 (많이 배운 건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6장일 것 같지만!).

 

 

 

 

 ▲ '인생수업'은 책을 아름답게 살리는 유근택 화가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우리는 신앙을 하면서도 늘 자기 수준으로 믿고, 자기 수준으로 하느님이나 부처님을 끌어내립니다.

 

- 74쪽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 떨치는 법 中

 

 

 

 


올 초에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죽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쉽게 오곤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마음이 생기는 순간은 극심한 우울증과 삶에 대한 의욕이 없을 때이다. 즐겁게 살고 활력 있는 순간에는 오히려 인생의 끝에 대한 불안이 없다. 법륜 스님의 말씀대로 우리에게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아쉬움 때문이라 그런 것일 거다. 아쉬운 게 많은 삶을 살지 말자는, 오늘은 잡으라는 카르페 디엠이 등장하는데도 그런 이유가 있겠다. 이 에세이뿐 아닌 2장은 생로병사(生老病死), 즉 불교에서 인간이 겪어야만 하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을 말한다. 그리고 그 중 늙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속 시원한 이야기가 있어 위안을 많이 받았다. 몇 달이고 전에 이 글을 읽었으면 어땠을지 모르나 분명 실제로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힘든 것을 이렇게 상담이라도 한 듯 법륜 스님께서 말을 먼저 걸어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라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그의 또 다른 에세이집,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남녀에게 쏟아지는 축복 같은 조언’도 읽고 싶어졌다. 위에 이야기는 믿는다면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 없이 다 위에서 알아서 할 일인데 괜한 걱정이란 이야기였다.

 

 

이렇게 무언가를 잃고, 상처를 입고, 죽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멋지게 잘 설명한 부분이 ‘인생수업’에 또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결론으로 이 후기 끝에 적은 문구 보다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릇에 얼음구술을 담아놓았는데, 네다섯 살짜리 아이가 바깥에 가서 한두 시간 놀다 들어오니까 얼음구슬이 없어지고 물만 담겨 있습니다. 아이가 그걸 보고 뭐라고 할까요? “엄마, 내 구슬이 없어졌어. 그리고 물이 생겼어”라고 하겠죠. 이때 엄마는 그 과정을 아니까, 얼음구슬이 없어진 것이 아니고 물이 생긴 것도 아니고 다만 얼음이 물로 변한 거라고 말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생멸의 관점을 갖고 세상을 보기 때문에 생겼다고 기뻐하고 사라졌다고 슬퍼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전체로 보면 변화일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생불멸’이라고 합니다.


76-78쪽, '삶과 죽음은 하나의 변화일 뿐' 중

 

 

 

그래서 다음에 죽음이 무서워지는 밤이오면 주문처럼 외우리라, 불생불멸.



 

 

 

 

 

 

 

가족을 잃었을 때의 자세에 대한 조언

내가 웃으면서 지내야 자식이 잘 큽니다. 그러지 않고 슬픔에 빠져 있으면 아이들의 정신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줍니다. 자식이 스무 살이 넘으면 부모에 대한 미련을 끊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홀어머니가 늘 울고 지내면 자식이 스무 살이 넘어도 집을 못 떠납니다. 어디를 가고 싶어도 ‘엄마 혼자 놔두고 어떻게 가나.’ 해서 제 갈 길을 가지 못합니다. 또 여자를 사귈 때도 그냥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지 못하고 ‘이 여자는 엄마한테 잘 맞출까?’ ‘이 여자가 우리 엄마를 잘 보살펴줄까?’ 이런 것을 생각해서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 남편이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복하게 웃으면서 지내야 합니다. 자식이 엄마를 걱정하더라도 “내 걱정할 것 없어. 나는 괜찮으니 네 걱정이나 해라.”할 정도로 당당하게 살아야 자식이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건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놓아버려야 더 이상 그 슬픔과 괴로움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게 됩니다. 또 떠난 사람을 위해서도 훌훌 털어야 합니다. 그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은 할 수 있지만 집착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그리워서 우는데 영혼은 허공을 떠돌게 됩니다. 그를 위해서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줘야 하고, 나를 위해서도 가볍게 떠나 보내줘야 하고, 남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도 더 이상 붙잡지 않아야 합니다.


108-109쪽, ‘딱 3일만 슬퍼하고 정을 끊어라’ 中

 

가족을 잃었을 때의 자세. 과연 이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외국뉴스를 보면 딸을 죽인 연쇄살인범을 용서한다며 미소를 지으며 기자회견을 갖는 등 그러한 놀라운 평온을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것이 현명하고 떠난 사람에 대해서도 최선이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은 더 이상 무엇도 없고- 살이 있는 것은 자신과 자기 가족이기에 자신을 위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랑하는 그가 살아있었다면 분명 잘했다며 기뻐해줄 그런 유일한 행동이다. 위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은 이유는 특히나 자신의 불행에 대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남은 가족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직접 겪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인생수업’은 삶에 대해 또는 죽음에 대해 두려움이 많은 이 또는 가족을 잃는 등 큰 상실을 겪은 등 종교가 없는 사람조차도 신에게 답을 찾고 싶게 만드는 그런 힘든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또는 경험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기 인생 찾아 떠나는 자식들의 등을 보며 홀로 있는 것 같아 느껴지는 외로움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가슴에 구멍이 뚫린 거 같은 사람까지 조금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조언의 에세이집이다.

 

 

 

 

 

 

 

인생의 어두운 면만 조언하는 책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인생에서 찾아오는 모든 순간 중 흔히 사람들이 적응하기에 시간이 필요한 것 또는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 중 일부를 아래에 정리하겠다.

 

 

 

 

돈을 얼마 더 받고 안 받고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내 쓰임새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평가를 해야 합니다.

또한 일과 재미가 함께할 수 있다면 일이 곧 놀이이기 때문에 일 끝난 후에 다른 곳에 가서 삶의 활력을 찾으려고 굳이 애쓸 필요도 없어집니다.

 

219쪽, ‘일에서 내 삶의 활력소를 만드는 법’ 中

 

 

 



일과 놀이가 따로 있지 않은 법륜 스님은 강연을 즐겁게 하는데, Char 역시 느끼기로- 스스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만큼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 보다 해야만 하는 것을 하고 있어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행복하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
 

 

 

 

 

 

 

지도자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개인은 자꾸 제도에 책임을 물으면 끝이 안 납니다. 어차피 인생은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는데, 제도 개혁은 시간이 걸리잖아요. 물론 끊임없이 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불평불만 속에서 괴롭게 산다면 내 인생을 낭비하는 거예요. 그래서 개개인도 조금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211쪽, ‘목사님은 정규직, 스님은 비정규직’ 中

 

 

 

겉모습만 보면 20대 중반 갓 넘은 것 같다만 서른이 넘어버린 모재형을 만난 날은 하필 서로 눈치 못 채 만나게 된 공휴일이었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엄청 막히는 바람에 거의 온종일을 차에서 대화를 나누며 보냈었다. 가을 꽃 축제로 한국 특유의 비상식 주차대란이 고속도로에까지 이어지는 혼란 속에서 우리가 나눈 이야기 중 법륜 스님의 위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모재형은 친구들이 모두 장가를 갔는데 대부분이 연애결혼이든 아니든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아니, 왜 연애를 하고는 결혼이 원하지 않는 것이었나 물어보니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었고 경제적으로든 심적으로든 부담이 되는데, 나이도 차고 주변에서 눈치를 주니까 할 수 없이 했다는 거다. 그래서 결혼을 한 친구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졌다는 거다. 이쯤에서 “아니- 남의 눈치를 왜봐!!”라며 그런 묵언의 20-30대 서울라이트 타임라인을 걸어가는 것에 놀랐다. 넌 외국인이니까 그렇지- 라고 모재형이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만큼 생각을 바꾸는 게 어려워질 뿐이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 해서 모두가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행동하고, 자신이 가진 신념도 바람도 모두 누가 대신 해주든지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는 이상 포기하고 말지는 않는다.  뭐 그 얘기 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후 이야기다. 불행한 결혼생활 중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전혀 혜택도 지원도 없는 정부 욕이 자연스레 따르는 것이다. “나라가 제대로 하면”을 입버릇처럼 붙이는 30대 젊은이가 그대로 불평만 하며 나이 들면 종로3가 가면 무섭게 널린 욕쟁이 할아버지가 되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고작 한 명인데,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말한다면 간단하다.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법륜 스님 이야기대로 나는 당장 행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잘못된 것이 잘못됐다 말하는 건 시작일뿐이지 그 이후에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매일 열심히 생활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 굴레에서 벗어나는 한국을 꿈꿔도 되고, 주변에게 항상 자신의 좋은 의견과 열린 생각을 이야기해 조금씩 변화를 꿈꿔도 된다. 크든 작든 자기 인생을 불평만 하고 낭비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솔직히 말해 그런 것들 불평하지 않아도 세상에는 더 많고 아픈 시련이 많이 기다릴 테니 기운 뺄 필요 없다.

 

위 내용은 직장생활, 비정규직 제도에 대한 에세이에서 등장했기에 이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논리적인 이야기지만 정규직은 편히 보장된 직장이기 때문에 월급을 줄이고 그것을 오히려 비정규직의 것으로 해 비정규직이 훨씬 많은 월급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상하게 지금 한국은 비정규직이 돈도 혜택도 못 받기에 사람들은 이에 대한 가치를 전혀 좋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귀한 건 비정규직이지 정규직이 아니고 비정규직은 전문가이지 청소년 알바의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에게 정규직이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면서 돈은 쥐꼬리만큼도 안 주는 이상한 굴레를 벗어나 비정규직을 써서라도 해야 할 전문성 있는 일을 제공하고 이에 걸 맞는 높은 보수를 제공하여- 보장되는 장기 일자리가 아님에도 전혀 상관없게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그렇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특히나, 자식에게 집착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명언처럼 자주 나오기 때문에....

(분명 자식이 백 번 말해봐야 스님의 말 한 마디만 하지 못하니 이 책을 너무나도 맘스에게 선물하고 싶었음.

막말이지만 여전히 10대였다면 기운이 남아돌아 어쩌면 얼굴에 던지고 싶었을지도...)

 

 

 

 

어떤 것을 유지하고 싶고, 갖고 싶고, 제 뜻대로 꼭 하려 하는 것을 집착이라 합니다.

 

164쪽, ‘집착과 외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中

 

 

 

많은 부모가 자식에 대한 집착과 외면을 되풀이합니다. 자식에 대해서 잔소리하는 것은 집착이고,

성질대로 안 되니까 “에라, 공부를 하든 말든 너 알아서 해라.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하는 것은 외면입니다.

그런데 집착과 외면을 늘 반복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고통이 계속됩니다.

 

165쪽 中

 

 

 

 

부모가 스무 살 넘은 자식에게 신경 쓰는 것은 자식에게도 나쁘고 부모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가족이라고 내 마음대로 구속할 게 아니라 자유롭게 살도록 놓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편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자식도 제 갈 길 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205-206쪽, ‘은퇴 뒤에 자유롭게 살 권리’ 中

 

 

 

 

재미있었던 것은 흔히 여성들, “아주머니”들의 문제인 걸 책에서 인지할 수 있다는 거다. 나의 부모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법륜 스님의 입에서 나오면 좀 더 귀 담아 들어주실 것 같구나.

 

 


‘인생수업’의 결론


내가 남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이해하면, 내 가슴이 후련하고 내가 행복한 거예요. 내가 남을 보살피고 도와주면, 내가 어른이 되고 주인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예쁜 옷을 입는 것보다 높은 자리에 앉는 것보다 가장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법입니다. 그러면 나이가 들어도 당당하고, 평화롭고 곱게 물들어가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274쪽, ‘나부터 행복해야 한다’ 中

 

 

다른 이야기 다 읽지 않고 딱 이 부분만 읽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책을 잘 정리한 문구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에필로그의 끝자락에 나오는 이야기라 이것으로 후기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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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 13기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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